문화/생활
메달의 색깔, 승패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17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2016 리우올림픽은 보는 이의 가슴을 환희와 감동으로 뜨겁게 달궜다. 진종오(37·KT)는 50m 공기권총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라는 대역사를 썼다.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첫 메달을 따낸 여자 유도 정보경(25·안산시청)은 153cm의 작은 체구로 당당히 세계 2인자의 자리를 꿰찼다. 남자 탁구팀의 맏형 주세혁(36·삼성생명)은 세계 최강 중국과 겨루면서도 무엇이 올림픽 정신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감동의 주인공들에게서 올림픽의 못다 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사격 | 진종오
"6점대 실수에 ‘나를 위해 즐기며 운동해야겠다’고 다짐"
▶ⓒ뉴시스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 게다가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는 게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납니다. 리우올림픽은 제 생애 가장 부담스러운 경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옥을 갔다 온 느낌이죠. 브라질에 가기 전부터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심했습니다. 어떤 타이틀이 걸려 있는지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주위의 기대가 크니 저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10m 공기권총에서 5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50m에서도 아홉 번째 발에 6.6점을 쏘는 실수를 하고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입니다. 머릿속으로 계속 ‘집중하자, 집중하자’ 하고 되뇌었습니다. 다행히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습니다.
사실 사격에서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집중하는 선수가 결국 승리하는 거죠. 그래서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사격의 묘미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국민들께 그 묘미를 제대로 알려드렸네요. 진종오의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드리고요(웃음).
실수를 하면서 ‘아,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격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제자신을 위한 사격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주위의 시선이나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면서요.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음 도쿄올림픽에도 꼭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맘껏 훈련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 한해 총기 규제가 꼭완화되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사격의 발전과 사격의 대중화에 이바지할 생각입니다. 자서전을 내서 사격을 배우고자 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 훈련법도 알려주고 싶고요.
지금은 며칠 뒤 열리는 국내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하기 위해 짐을 싸고 있습니다. 그 이후엔 취미로 즐기는 낚시나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좀 쉬고 싶네요."
유도 | 정보경
"강해 보이려 염색? 스피드·근력만으로 충분히 강해"
▶ⓒ뉴스1
"저에게 리우올림픽은 스물다섯에 첫 출전한 올림픽이자 4년을 기다린 무대입니다. 거기서 따낸 은메달은 무척 가치가 큽니다. 결승전에선 ‘진짜 마지막이다, 이길 수 있다’ 생각하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자신 있게 공격을 걸었죠. 경기가 끝난 후 4년 동안 운동하면서 힘들었던 게 생각나 눈물이 났습니다. 은메달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었어요.
올림픽이 열리기 전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는 믿고 있었어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약해지고 굳히기 기술이 약한 게 단점이었는데,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훈련한 덕에 경기력도 많이 향상된 터였죠. 체구는 작지만 작기 때문에 덩치 큰 외국 선수들보다 스피드에선 자신 있었습니다. 근력도 절대 뒤지지 않죠. 밧줄 훈련이나 턱걸이 훈련도 남자 선수들하고 똑같이 합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보고 강해 보이려 한 거냐고들 물으셨는데 이건 그냥 예뻐 보이려고 한 겁니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문크흐바트 우란체체그(몽골) 선수를 만난 건 최대의 위기였습니다. 역대 전적 완패에다 매번 같은 기술로 당해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올림픽에선 세계랭킹으로 시드를 배정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맞붙을 걸 예상하고 철저히 대비했습니다. 제 공격에 당황했는지 상대 선수가 손으로 다리를 잡는 반칙을 했죠. 결국 제가 이겼습니다.
며칠간의 휴가가 끝나면 10월에 있을 전국체전 준비에 들어갑니다. 올림픽 메달은 잊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겁니다. 자만하는 게 선수에겐 독이 될 수 있거든요. 더욱이 유도는 예를 중시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늘 겸손해야 합니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따 포상금도받고, 연금도 받을 수 있게 돼 무척 기쁩니다. 건물주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라서요(웃음)!"
탁구 | 주세혁
"아쉽게 놓친 동메달, 열정과 간절함 배운 시간"
▶ⓒ뉴시스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였는데 멋지게 마무리하지 못했네요. 탁구 대표팀이 2014년 아시안게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까지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올림픽은 정말 어려운 무대인 것 같아요. 부담감이 엄청나고 상대도 준비를 많이 하니까요. 그래도 국민들이 많이 성원해주셔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보기 드문 수비 전문 선수로 ‘깎신’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수비형 선수는 불리한 게 아니냐 하시는데 계속 공을 받아쳐내면 상대를 긴장시키고 조급하게 만들 수 있죠. 다만 구질을 파악해야 하는 경기 초반에는 고전합니다. 이번 대회에선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 단체 2단식 경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두 세트를 내준 뒤 다시 두 세트를 따낸 상황에서 역전을 못 시킨 게 아직도 아쉽기만 합니다.
선수로는 많은 나이지만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운동선수에게는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이 아주 중요한데 협회와 소속 팀에서 지원을 워낙 잘해주었습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베체트병이라는 희귀병을 얻어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경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이상수 선수에게 단식 출전권을양보한 이유는 노장보다는 젊은 선수에게 훨씬 가치가 큰무대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노장에게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전부터 이런 고민을 많이 해 세계선수권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올림픽이 첫 출전인 이상수, 정영식 선수와 단체전을 치르면서는 잊고 있던 열정, 간절함을 배웠습니다. 전 ‘독설가’였죠. 기술적인 부분에서만요(웃음).
이제 국가대표 자리는 내려놓습니다. 돌아보면 2003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은 가장 큰 성공이었습니다. 탁구계의 침체 위기 속에서도 4년을 더 끌고 지금까지 온 것에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국가대표는 실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명감이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지도자로의 전향은 신중히 결정할 생각입니다. 한동안은 선수로서 좀 더 남아 있고 싶습니다."
글·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8.29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