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방망이가 돌았다, 메이저리그를 쏘았다
1982년 3월 27일 지금은 없어진 서울 동대문야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지금의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원년 개막 경기에서 10회 말 MBC 청룡 이종도 선수의 끝내기 만루 홈런(상대 투수 이선희)이 터졌다. 그때 야구인들은 "이종도 선수가 프로야구를 10년은 먹고살게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10년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백년대계’의 토대를 쌓았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홈런이었다.
야구에서 홈런, 그것도 극적인 홈런은 팬들에게 강하게 각인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터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의 엄청난 장거리 홈런과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의 연장전 끝내기 홈런은 적어도 올 한 해 두 선수를 먹고살 걱정이 없게 만들 것 같다.
엄청난 홈런 펑펑 장타자 이미지 굳힌 박병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든 이대호
박병호는 지난 4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8회 조 스미스의 슬라이더를 때려 중앙 펜스 넘어 2층 발코니까지 날려 보냈다. 비거리는 측정한 곳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이 2006년부터 발표해온 ‘홈런 트래커’는 466피트(약 142m)로 측정했다.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의 ‘역사적인 홈런’ 타구가 떨어진 곳에 공을 전시할 계획까지 세웠다.

▶ 벌써 4호 홈런을 날리며 완벽한 메이저리거로 변신한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박병호는 그 홈런 한 방으로 장타자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4월 18일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4월 19, 2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는 이틀 연속 3, 4호 홈런과 멀티 안타(한 경기 두 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벌써 ‘박병호 시프트(박병호의 타구를 분석해 2루 베이스 뒤에 2루수를 배치하는 전술)’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홈런 한 방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대호는 4월 14일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2 : 2로 맞선 연장 10회 말 투아웃 1루 상황에서 주전 애덤 린드의 대타로 나와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뜨려 그날 밤 시애틀 야구팬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 4월 14일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린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
이대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왼쪽 투수 제이 디크먼이 던진 97마일(약 156km)의 강속구를 그대로 받아쳐 세이프코필드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 홈런으로 팀의 5연패를 끝냈고, ‘팀 창단 이후 최초의 신인 연장전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팀 역사에 남게 됐다. 이대호는 끝내기 홈런 한 방으로 팀에서의 위치가 더욱 확실해졌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상대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덕 아웃에 ‘절친’ 추신수가 없었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4월 9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투구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아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추신수는 그때까지 타율은 1할 8푼 8리로 좋지 않았지만 출루율이 4할 9리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추신수는 빠른 회복을 위해 자가혈치료술(PRP : Platelet Rich Plasma)을 한 것이 효과를 봐 이제는 걸을 정도로 좋아졌다. 이 치료술은 통증을 줄이고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복귀까지 당초 6~8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르면 5월 초에는 돌아올 것으로 점쳐진다.
강정호는 이르면 5월 초 복귀
류현진은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울상
추신수보다 더 복귀가 시급한 두 선수가 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류현진(LA 다저스)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크리스 코글란의 과격한 태클에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강정호는 다치기 전까지 2할 8푼 7리, 15홈런58타점으로 메이저리그에 완전 적응해 그 후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등 한국의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강정호는 현재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재활 훈련과 실전 경기를 치르고 있어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2015 시즌을 왼쪽 어깨 수술로 통째로 쉬었다. 수술 부위 통증이 없어 올 시즌 5월 중 복귀를 위해 ‘라이브 피칭(타자를 세워놓고 공을 던지는 것)’까지 소화했지만 갑작스러운 사타구니 통증으로 복귀가 5월 말 또는 6월로 미뤄질 것 같다. 다저스는 3선발 스캇 카즈미어가 부진해 류현진에게 클레이튼 커쇼와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에 이은 3선발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셋업맨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오승환은 시범경기 성적이 워낙 좋아 미들맨(6회 또는 7회 나오는 투수) 정도는 확실하지만, 8회에 나오는 셋업맨 자리는 세스 매니스와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스 매니스와의 경쟁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팀이 급할 때는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오승환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덜컹거리는 투구 폼에 전형적인 투 피치(직구와 슬라이더) 투수지만, 느린 슬라이더와 고속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능하다. 이런 투구 패턴이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통하고 있다. 특히 돌직구라 불리는 ‘스트레이트 볼’의 분당 회전수가 2286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2200개보다 훨씬 많아 타자들의 헛스윙 확률이 메이저리그 1위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즈)와 최지만(LA 에인절스), 마이너리그로 떨어진 이학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다. 김현수는 신인 조이 리카드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리카드는 초반만큼의 돌풍은 아니지만 매 경기 꾸준히 안타를 때리고 있다. 한 가지 김현수에게 유리한 점은 리카드가 좌우 불균형이라는 것이다. 우타자 리카드는 왼손 투수에게는 3할 5푼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오른손 투수에겐 겨우 2할대 후반을 치고 있다. 김현수로서는 상대 팀이 오른손 투수일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학주는 브랜든 크로포드가 자신의 위치인 유격수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어 그가 다치지 않는 한 올 시즌에는 빅 리그에 올라오기 어려울 것 같고, 최지만은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1루를 지키는 C. J. 크론의 방망이가 시원치 않아 대타 또는 대주자로 활약하면서 주전으로 뛸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글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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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