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경험자 7명의 제도 개선 아이디어 “복귀자 위한 업무적응기간을 주세요”

“육아휴직 지급액, 최저생계비 수준”
김상아(32) 방송유통업
2016년 7월부터 지금까지 휴직 중이다. 오는 3월 복귀를 앞두고 있다. 대기업이기도 하고 여성 직원의 비율도 높은 편이라 휴직을 앞두고 눈치를 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일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집 안에서 온전히 육아를 하며 보내는 데에 적응하기가 다소 힘들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이 기간만큼 온전히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는 없을 것 같아서다. 약 7개월간 휴직기간을 보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금 지급액이다. 현행은 통상임금의 40%를 최대 100만 원까지 지급한다. 이마저도 휴직기간에는 40%의 75%까지만 준다. 많아야 한 달에 75만 원이라는 얘기다. 육아 비용이라기보다는 ‘생계’를 위한 최소 비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청 절차의 간소화도 필요해 보인다. 첫 달은 지급액을 신청하려고 관할 고용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고, 둘째 달부터는 매달 홈페이지에 접속해 일일이 신청해야 한다.

“해외 답습이 아닌 한국형 육아휴직제 절실”
김성하(40) 연구직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결혼과 육아는 기존과 사뭇 다른 영역으로 다가온다. 특히 육아휴직은 부모들이 사회와 가정을 조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은 일을 위해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한 주변 환경조성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기초적이지만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와 우리는 물론 국가 발전의 초석이 아닐까?
대내외 변화와 저성장 시기에 육아정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마중물인 국가정책이 필요한 적기가 아닐까 싶다. 해외정책을 무조건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육아정책을 마련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나 문화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곳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부모가 활이고 아이가 화살이라면, 화살이 날아가는 데 유리한 바람 같은 정책으로 화살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게 지원하기를 바란다.

“소규모 사업장에도 동등한 혜택을”
배한나(35) 교육업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라는 책에서는 3살까지 아이 뇌의 80%가 발달하므로 이 시기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정서적, 인지적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때 생긴 결핍은 이후 아무리 메워도 역부족이라고 한다. 가급적 이때까지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역설적인 건 아이를 보살피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작 자신의 육아휴직에서는 소외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시스템화되지 않은 곳이 많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육아휴직 얘기를 꺼냈더니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느냐?” “맡았던 업무는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이냐?” 하는 말이 가장 먼저 돌아왔다. 심지어 “대체인력을 구해놓고 자리를 비우라”는 말까지 들었다. 물론 이는 농담조였지만 아이를 보러 가는 게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임신은 축복이다.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조직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변화는 시작된다고 본다.

“휴직 복귀자에게 업무 적응 기간 줬으면”
노혜영(36) 출판업
휴직을 앞뒀을 당시 가장 발목을 잡은 건 아무래도 내 빈자리에 대한 보증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체인력 채용 시 고용지원센터에서 급료를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조직은 드문 게 사실이다.
대체인력 채용 이후도 문제다. 지인의 사례인데, 자신의 빈자리에 직원을 뽑았기에 마음 편히 휴직에 들어갔단다. 1년 후 복귀했더니 자신의 업무 전반이 그 직원에게 넘어가 있었단다. 완전히 새 업무를 배정받은 지인은 한동안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개선돼야 한다. 1년간 휴직할 수 있는데도 경력단절이 두려워 3개월만 쉬고 복귀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나 또한 두 딸을 키우면서 틈틈이 프리랜서로 일하며 업무의 감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녹록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일 조직 차원에서 휴직 복귀자를 위한 ‘업무 적응 기간’을 준다면 어떨까. 워밍업 기간처럼 말이다. 업무 효율 차원에서도 좋을 것 같다.

“육아 휴직 앞둔 아빠 위한 교육 프로그램 있었으면”
최용훈(36) 외식업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수없이 많은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촉진하려고 ‘아빠의 달’ 제도를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수혜를 보기까지는 장벽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정부 지원 이전에 조직문화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제도 개선과 같은 거창한 것에 앞서 현실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회사에서 휴직을 앞둔 초보 아빠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마치 정기적으로 산업재해 예방교육을 하는 것처럼 초보 아빠를 위한 ‘육아 훈련’이 있다면, 육아휴직기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것 같다.
“퇴근시간 보장, 시간제 육아휴직 등 탄력적 제도 있었으면”
김현미(37) 사회복지사
집집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어느 집은 외벌이고, 어느 집은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어느 집은 쌍둥이를 출산해 육아 부담이 두 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제 또한 지금처럼 일괄적인 형태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한다. 워킹맘들은 휴직을 앞두고 경력손실, 조직문화와 단절 등을 가장 많이 우려한다. 이들에게는 전일제 육아휴직보다 업무 중단과 육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반일제 육아휴직이 더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휴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이를테면 ‘퇴근시간 보장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만 5세 이하 부모, 5시 퇴근 보장’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육아휴직제의 의무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 기업에서는 최근 이를 의무화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사업장별로 육아휴직을 하기에 여의치 않은 곳이 더 많다. 모든 이가 동등하게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이 의무화되고, 이를 정부에서 모니터링해 포상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엄마들의 한숨이 조금 줄어들 것 같다.

“휴직기간, 두돌까지 보장 필요”
강지은(31) 언론계
언론 쪽은 워낙 선례가 많다 보니 휴직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당연한 권리이니 행사해야 한다’는 의식이 조직 안에 깔려 있는 편이다. 지난해 4월부터 휴직하고 있고 오는 3월 말 복귀를 앞두고 있다. 딱 1년을 채우는 건데, 혹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복귀할 때 아이의 돌이다. 갓 돌이 된 아이는 의사표현도 못하고 젖먹이인, 그야말로 갓난아기다. 이 아이를 떼놓고 복귀할 생각을 하니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걱정된다. 최소한 두 돌까지는 직접 돌봤으면 하지만 국가기관이 아닌 사기업에서 거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다.
박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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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