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가고 싶을 때, 고민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을 때 많은 이들이 템플스테이를 찾는다. 산사에서 맞이하는 새벽 종소리와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발우를 비워내는 발우공양, 108번의 절과 함께 108가지 번뇌를 말끔히 씻어내는 108배등 템플스테이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은 비단 불교인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닌, 만인을 위한 마음 다스리기의 한 방법이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템플스테이. 그중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조계사에서 당일 코스로 진행되는 데일리 템플스테이를 직접 체험해봤다.
▶조계사 데일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기성찰 놀이’를 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과 광화문 사이에 자리한 조계사는 위치와 접근성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사찰 중 하나다. 특히 한국에서 짧은 일정만 마치고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조계사의 ‘짧고 굵은’ 데일리 템플스테이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난 8월 28일, 평일 오후에 약 2시간가량 진행된 조계사 데일리 템플스테이를 직접 체험해봤다.
대웅전 석가모니불에 관심 갖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찰 돌아보며 불교문화 이해하는 시간 가져
조계사 템플스테이의 시작은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는것으로 시작된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조계사 곳곳에 만발한 ‘불교의 꽃’ 연꽃이다. 여름내 만개한 연꽃이 조계사 가득 피어 있는데, 가을을 맞아 조만간 국화축제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연꽃 무리를 벗어나면 조계사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대웅전을 만나게 된다. 서울시 지방유형문화재 제127호인 조계사 대웅전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단층 건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내부에는 세 개의 불상(삼존불)이 있는데, 그중 가운데가 석가모니불로 국내의 실내 불상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특히 삼존불의각기 다른 손 모양에 주목하며 "임프레시브!(impressive·인상적)"를 연발했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 마신 연잎차.
조계사 구경을 마친 후엔 조계사백주년기념관 3층에 마련된 작은 방으로 이동했다. 이날 프로그램을 진행할 지인 스님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모두 마룻바닥에 마련된 방석에 둘러앉았다. 좌식 문화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다소 불편해하면서도, 편하게 앉으라는 스님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양반다리를 취해 보였다.
이후 외국인들을 위한 불교문화 홍보 영상이 약 10분간 상영됐다. 예불의식과 발우공양, 참선(명상)과 차담, 108배, ‘차수(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 쥐고 단전 위에 가볍게 얹는 자세)’와 ‘합장(손바닥을 합치는 예법)’, 오체투지 등에 대한 설명과 의미를 영어로 안내하고 있어 외국인들의 불교문화 이해를 도왔다. 기자 역시 낯선 불교 용어와 불교 수행법이내포하는 의미를 처음 알게 됐고, 다양한 불교문화를 접하게 돼 궁금증이 풀리는 동시에 호기심도 커졌다.


▶조계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인 ‘소금 만다라’를 체험해보는 참가자들의 모습.
명상을 마치고 본격적인 ‘자기성찰 놀이’를 시작했다. 2명씩 짝지어 합장 자세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을 서로 5회씩 던지는데, "나의 소원은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처럼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등 일반적인 범주 외의 답변을 해야 하는 게 이 놀이의 규칙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민망했는데, 놀이가 진행되다 보니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자기성찰 놀이를 마친 후엔 모래 만다라를 변형한 소금 만다라 의식을 진행했다. 티베트 스님들의 수행 방편으로 알려진 모래 만다라는 쉽게 말해 모래로 만드는 정교한 그림이다. 미리 만든 밑그림 위에 형형색색의 모래를 채워나가는데, 그 과정이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리지만 완성 후엔 주저 없이 파괴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삶의 유한성과죽음의 필연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집착을 버리는 과정’이라고 한다. 참가자들 역시 색색의 소금으로 만다라를 만들었는데, 공들여 만든 결과물을 한순간에 망쳐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템플스테이는 어느덧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마지막으로 차담 시간을 가졌다. 지인 스님의 다예 시연을 감상하고 참여자들은 다도를 배우며 차를 맛보는데, 이날은 연잎차가 제공됐다. 찻잔 아래 손바닥을 받치고 한 모금 입안에 머금은 뒤 천천히 음미하며 목 넘기는 과정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때 스님과의 짤막한 대화 시간이 주어지는데, "108배에서 108번의 의미는 무엇이냐" 등 외국인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져 통역사도 당황할 만큼 철학적인 답변이 오가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조계사 템플스테이는 약식으로 진행돼 긴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듯보였다. 하지만 힐링 효과까지 얻고 싶다면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로 떠나는 것이 더 좋겠다는생각도 들었다. 템플스테이는 전국 120여 개 사찰에서 진행되며, 템플스테이 홍보관(02-2031-2000)을 통해 전국 템플스테이에 관한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한국 불교문화 배우고 스님과 차담 나누는
불교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는 한국 불교의 오랜 전통과 문화, 자연환경이 하나로 어우러져 지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불교적 방편인 명상을 비롯해 참선과 108배, 발우공양 등 여러 가지 불교 수행법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직접 다례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표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는 예불, 발우공양, 사물 체험, 108배, 참선, 차담 등이 있다. 사찰의 ‘예불’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의식이다. 법고, 범종, 목어, 운판 등 불전사물(佛殿四物)이 차례로 울리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위한 염원과 함께, 나 자신이 그들과 더불어 이 우주 자체임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발우는 절에서 스님들이 사용하는 전통 식기를 말한다. 발우를 이용해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식사하는것을 ‘발우공양’이라 하는데, 모든 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음식을 나누며 물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는 청정한 식사법이다. 먹는 것 또한 수행으로 여기고 이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모든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스님과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나누는 ‘차담’은 템플스테이가 주는 가장 특별한 경험 중 하나. 스님에게 불교문화에 대한 궁금증뿐아니라 삶의 고민과 갈등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 밖에도 사찰의 특성에 따라 차만들기, 역사 탐방 같은 테마형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고,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잠시 사찰에 머물며 휴식만을 즐길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있다. 템플스테이 누리집(templestay.com)을 방문해 원하는 사찰과 일정을 선택한 뒤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문의 02-2031-2000(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영혼을 위로하고 마음을 격려하는
천주교 ‘소울스테이’
불교에 템플스테이가 있다면 천주교에는 소울스테이가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가 주최하고 천주교문화융성사업단이 주관하는 소울스테이는 경상북도와 경북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마음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가톨릭적 사랑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가 주최하는 소울스테이는 천주교의 힐링 체험 프로그램이다. ⓒ천주교문화융성사업단
소울스테이 수행기관은 4개 유형(피정의 집, 수도원, 성당 본당, 가톨릭 복지시설)으로 나뉘며 기관별 프로그램 성격이 다르다. ▶피정의 집에서는 자연 속 느림과 비움, 성찰의 프로그램 ▶수도원에서는 수도 생활 체험과 영성 강의 ▶성당 본당(울릉도)에서는 섬 둘레길 걷기와 힐링 프로그램 ▶가톨릭 복지시설에서는 편견 벗어나기, 봉사와 나눔을 통한 자기성숙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경북 칠곡 ‘성베네딕토 수도원’에서는 왜관 지역의 성당과 문학관을 탐방하고, 기도하고 일하는 수도생활을 통해 내적 치유와 평화를 찾는다. 경북 포항 ‘갈평 피정의 집’은 메타세콰이어 숲속에 둘러싸여 있어 숲속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울릉도에 위치한 ‘천부성당’에서는 울릉둘레길 체험을 통해 영적, 신체적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있다. 경북 성주의 ‘성주 무학연수원’은 신앙 교육 및피정, 단체 연수를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며 연수원 옆에는 무흘구곡의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이 밖에 기관별로 농장 체험, 독도 탐방, 구유 만들기, 묵주 만들기, 숲길 걷기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소울스테이 기관은 모두 경상북도에 위치해 있으며 그중에서도 성주, 칠곡, 고령, 포항 등지에 몰려 있다. 신청과 접수는 누리집(www.soulstay.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4-275-0610(천주교문화융성사업단)
참마음을 발견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원불교 ‘참마음 훈련’ ‘휴 그리고 깨달음 훈련’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원불교 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국제마음훈련원의 ‘한마음 훈련’과 만덕산훈련원에서 진행되는 ‘휴 그리고 깨달음 훈련’이 대표적이다.

▶원불교 4대 성지인 만덕산 초선성지에서 진행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 ⓒ만덕산훈련원
‘한마음 훈련’은 주로 3박 4일 코스로 구성된다. 이른 새벽에는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해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가는 좌선과, 부처의 호흡법이라 불리는 선요가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후 묵언으로행하는 아침식사를 마치면 오전에는 마음 강의가 이어진다. 마음 강의를 마친 후엔 요가와 명상으로 심신을 수양하고, 점심식사 이후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그 후 마음과 대화하며 인근 지역 산행에 나선다. 저녁에는 마음 일기를 작성하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밤에는 야외에서 별빛과 바람, 달빛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하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셋째 날 저녁과 넷째 날 오전이 되면 마음 훈련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참마음을 활용하는 방법과 함께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방법을 익히고 기억한다.
‘휴 그리고 깨달음 훈련’은 원불교 4대성지인 만덕산 초선성지에서 진행되는 명상 프로그램이다. ‘네 가지 목욕 : 일광욕, 해수욕, 산림욕, 삼매욕’을 테마로, 목욕을 통해 심신을 쉬게 하고 본래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2박 3일의 명상 훈련이다. 특히 불교에 108배가 있다면 원불교에는 100배 절 수행이 있는데, 내 주변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나를 내려놓는 수행방법으로 훈련 첫날에 진행된다.
원불교의 훈련 프로그램은 거창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내면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수행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행기간이 길어 좀 더 오랜 시간 투자할 수 있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문의061-353-1043(국제마음훈련원), 063-433-7611(만덕산훈련원)
글· 김가영(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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