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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엎드려 잠만 자던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

전교생이 147명인 전북 순창군 순창읍 순창북중학교. 11월 2일 오후 미술 수업이 한창인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은 자유학기제 교과과정 중 하나인 미술 수업이 있는 날로, '탐색 마인드 맵 그리기'를 통해 나 자신을 탐색하며 향후 진로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제 꿈은 작가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 운동, 책읽기 등이고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 상처 주는 사람, 부모님께 함부로 말하는 사람 등입니다."(1학년 정민상 군)

"제 꿈은 모델입니다…."

"제 꿈은 요리사입니다…."

정민상 군의 발표에 이어 다른 아이들도 연단 앞으로 나와 각자 하고 싶은 일과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주눅 들거나 떨지도 않고 마치 친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발표를 이어갔다. 미술 수업과 자유학기제를 총괄하는 김하강 연구부장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아이들의 성격 변화입니다. 사실 남학생들이니까 가끔 싸움도 하고 아이들끼리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종종 있어요.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외부로 진로체험을 나가고, 악기를 다루거나 수영을 배우는 등의 활동이 많아진 이후 아이들 성격이 바뀌었어요.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질 기회가 많아서 그런지, 소외되는 학생도 없고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지금은 아이들끼리 다투는 광경을 찾아보기 힘들답니다."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자유학기제. 순창북중은 매주 월요일에 음악·미술 수업(2시간), 화요일에 진로체험 활동(3시간), 수요일에 기타·색소폰·플루트·바이올린 등 악기 배우기(2시간), 수영 배우기(2시간) 등의 프로그램으로 2년째 자유학기제(1학년 2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미술 수업
▶전북 순창군 순창북중 1학년 학생들이 미술 수업에서 ‘나 자신’을 탐색해보는 수업을 하고 있다.

 

서로 이해하고 친해지는 시간
아이들 인생에 오래 남을 추억

순창북중은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동시에 아이들의 인생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악기와 수영 배우기'를 진행하고 있다. 악기와 수영을 자유학기제 교과과정에 적극 추천한 사람은 김성범 교감이다.

"남학생들이기 때문에 운동보다 음악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악기를 다루면 사춘기 아이들의 성격과 인성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악기 수업을 받아온 2학년 아이들은 이 지역에서 '인성이 무척 좋다'고 입소문이 나 있거든요. 모두 악기 배우기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기타, 색소폰, 플루트, 바이올린 연주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와 올해 10월에 학부모를 초대해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배운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과연 연주회를 할 수 있을까 우려도 했지만, 아이들은 기적처럼 훌륭한 연주를 해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무척 대견하다',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김성범 교감은 "학교에 오면 엎드려 잠만 자던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모두 자유학기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악기 실습이나 외부 체험을 다양하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예산이 부족한 처지라 그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학교 교무실 옆 벽면에는 그동안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다녀왔던 기록과 활짝 웃는 사진들이 한가득 전시돼 있었다. 학교에서 그동안 진로체험을 나간 곳은 순창군청, 담양 소시지체험장, 남원검찰청, 임실 치즈테마파크, 전북 119안전체험관, 순창경찰서, 순창신문사 등 총 18곳 정도다. 아이들은 이런 현장 체험을 통해 공무원의 역할, 검찰과 법원에 대한 이해, 소방관 체험, 경찰과 기자의 역할 등에 대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체험을 다녀온 뒤에는 공책에 소감을 작성하고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를 갖는다.

기자와 함께 학생들의 진로체험 사진들을 바라보던 강희구 교장은 "과거에는 부모 생각에 따라 아이들의 진로가 좌우됐는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아이들 스스로 끼와 적성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적성과 소질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유학기제 미니 좌담회

 

미니 좌담회

 

미술 수업 참관을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와보니 김수환(중 2), 김진중(중 2), 정민상(중 1), 김은호(중 1), 권민혁(중 1) 등 다섯 명의 학생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하강 연구부장은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학교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말하는 아이들"이라며 학생들을 소개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자유학기제 실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Q 진로체험 등이 자신의 꿈을 찾는 데 도움이 됐나요.

정민상 네~ 제 꿈은 작가인데, 국어 선생님이 진로체험 시간에 문학여행을 자주 데리고 나가세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해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으니까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되죠.

김은호 제 꿈은 경찰관이에요. 남원경찰서에 가서 직접 총도 만져보고 수갑도 채워봤어요.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김수환 저는 제 꿈이 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체험활동 시간에 요리를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요리사가 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김진중 저는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전문 강사님들을 만나고 나서 '내가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바리스타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권민혁 현장 체험을 하면서 제 적성에 맞는 일이 뭔지 생각해볼 기회가 있어서 좋아요.


Q 자유학기제 이후,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김수환 학교에서는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꿈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있어서 좋았어요. 학교가 재미있어지고 자꾸 오고 싶어졌어요.

김진중 자유학기제 덕에 플루트를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정민상 친구들도 만족하는 것 같고, 부모님들도 저희가 진로를 충분히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김은호 학교에 하루 종일 앉아 있지 않고, 엉덩이 떼고 돌아다니니까 활동적이어서 좋고 기억도 잘 나요. 특히 친구들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권민혁 제 친구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늦게 오시는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는 저녁에도 외롭지 않아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다 같이 신나는 자유학기제, 오래 하게 해주세요~!


· 김민주(위클리 공감 기자)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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