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거듭난 유일한 나라, 외환위기를 3년 8개월 만에 완전히 극복한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5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다. 새마을운동을 외치던 개발도상국에서 이제는 세계 주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우리만의 유전자(DNA)는 무엇일까. 각계각층 유명인사와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정한 대한민국을 담아봤다.

이어령 | 전 문화부 장관
"대한민국의 DNA는 하늘과 땅, 사람을 생각하는 '상생의 마음'이다"
저는 한국인의 정서를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에서 찾아볼까 합니다. 옛날 어떤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밭에 콩을 심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구멍을 하나 파고는 콩 세 알을 심는 것이었어요. 손자가 왜 콩을 세 알 심느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땅을 기는 벌레가 먹고, 하나는 사람이 먹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먹을 콩 한 알만 심는 것이 아니라 콩 세 알을 심는 마음이 바로 한국인의 정서라고 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지혜가 바로 하늘, 땅, 사람이 어울려 상생하는 것이죠. 서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어울리며 사는 것, 그것이 한국의 문화 유전자 가운데 가장 큰 유산이라고 봅니다.

이장우 |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대한민국의 DNA는 '디지털'이다"
한국은 지금이 2030세대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극소수만 제외하고는 오늘의 현실이 어렵다 보니 비전을 가지지 못해요. 그런데 시대가 변했어요. 기성세대가 닦아놓은 길을 가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제는 기존의 규칙을 깨고 세상의 문밖에서 내 길을 찾는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되는 게 필요해요.
한국 사람들을 표현하자면 디지털 같아요. 아날로그 시대에는 후진국 대열에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정보통신(IT) 분야 등에서 선두주자로 우뚝 서며 우리의 위상도 높아졌죠. 그리고 디지털이라는 것이 이제 한국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매김했어요. 이것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차별성을 갖게 했죠. 한국인만의 열정과 디지털적인 강점을 잘 살린다면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오상진 | 방송인
"대한민국의 DNA는 '두려움 없는 호기심'이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DNA는 두려움 없는 호기심인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많이 각박해져가고 있잖아요. 세상살이에 대한 믿음도 많이 사라지고요. 한국인은 위기의 민족이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들을 잘 이용해나가는 특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 그런 것들을 잘 받아들이는 기질과 능력을 잘 활용했으면 해요. 그렇게 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에서 다른 그 누구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까요.

박윤신 | 아나운서 겸 음악감독
"대한민국의 DNA는 '개선과 회복'이다"
저는 한국인에겐 개선과 회복이라는 DNA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외할아버지인 안익태 선생님도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세계적인 지휘자가 됐듯이 말이죠. 한국인의 DNA에는 당당함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극복하는 힘이 있어요. 이 당당함 속에 들어 있는 회복의 힘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앞으로도 한국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나윤선 | 재즈 보컬리스트
"대한민국의 DNA는 '재치와 순발력'이다"
음악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의 힘도 있고, 사람을 위로하기도 하죠. 또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어요. 외국 관객들이 아리랑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또 무대가 끝나고 나갈 때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참 많이 놀랐어요. 하나의 고유한 한국 노래가 세계인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느꼈죠.
한국을 생각해보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생각지도 못한 기적 같은 일, 많은 성취를 이뤄냈잖아요. 그런 걸 가능하게 만들었던 건, 제 생각엔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재치'와 '순발력'. 즉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DNA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조성국 | 비보이 단장
"대한민국의 DNA는 '한(恨)'이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가 됐다는 건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이제 예술이든 기술이든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잖아요. 그런데 최고 안에서 경쟁을 하려면 정말 치열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해요. 한국인에게는 그런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아버지는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업을 하셨어요. 애국심이 투철하시죠. 저는 저희 비보이 그룹인 '라스트 포 원'이 한국 대표로 세계무대에 나섰을 때 처음으로 그런 책임감을 느꼈어요. 한국인의 DNA를 생각해본다면, 한국인의 피에는 '한(恨)'의 정서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술 활동을 할 때 한국인의 고유 정서인 한이 잘 표현돼요.

양학선 | 체조선수
"대한민국의 DNA는 '근성'이다"
14년 동안 운동만 한 운동선수로서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강한 '근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든, 무슨 일을 하든 근성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학창시절 운동을 그만두고 다른 친구들처럼 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그만큼의 근성이 없다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등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없었겠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끈기와 근성이 없이는 그걸 구현해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우리 국민의 근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션 | 가수
"대한민국의 DNA는 '정(情)'이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정'이 있어요. 우리 조상들은 정을 통해 내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았죠. 그런데 사회가 개인주의화하면서 내 것을 남에게 주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이겨야 내가 산다는 경쟁의식이 팽배해져 정이 점점 사라지는 듯해요. 하지만 DNA 속에 있는 건 없어질 수 없잖아요. 우리 DNA 속에 있는 정을 자꾸 끄집어내고 이것을 쓰는 연습을 하면 다시 정이 넘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또한 우리나라는 오뚝이 같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1950년대 6·25전쟁을 전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죠. 그 당시에 아이티, 필리핀, 에티오피아같이 현재 가장 빈민국으로 꼽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도왔다고 들었어요. 제가 홍보대사로 있는 '컴패션(Compassion)'이라는 단체도 1952년에 우리나라의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예요.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는 수혜국에서 후원국이 될 만큼 발전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오뚝이 같은 열정에 정이 더해져서 우리가 가진 열정과 따뜻함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산다면 더 아름다운 나라가 될 거라 믿어요. 나눔의 비밀은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해진다는 데 있거든요.

이은결 | 일루셔니스트
"대한민국의 DNA는 '핵'이다"
우리나라가 면적이 넓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세계적인 마술대회에서 우리나라 마술사들이 석권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그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면 저는 "우리나라가 작아서 그렇다"고 말해요.
나라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똘똘 뭉쳐야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전쟁과 독립, 민주화운동, 외환위기 극복 등 아주 짧은 기간의 역사 속에서 많은 일들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내면서 작다는 한계를 오히려 가능성으로 발전시킨 거죠. 그래서 국민들 간의 연대감이 끈끈한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 마술사들도 다른 나라 마술사들과 달리 세계대회에 나가면 서로 협력하거든요. 작은 나라 국민 간 끈끈한 연대와 정에서 비롯된 시너지는 굉장한 것 같아요. 마치 '핵'처럼요. 핵은 작지만 그 속에 밀집된 에너지의 응집력은 엄청나잖아요. 그 응집력 때문에 강하게 폭발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핵처럼 작지만 폭발력이 엄청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혜 | 취업준비생
"대한민국의 DNA는 '매운맛'이다"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 대중가요 강국 하면 대한민국을 떠올릴 만큼 강한 임팩트를 주는 나라, 우리나라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작지만 저력이 있는 나라예요.
저도 '외유내강형'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많은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3년째 제 꿈을 위한 도전도 포기하지 않고 있죠. 아직까지 제 안의 '매운맛'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제 차례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 꿈이 실현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우리 오빠 역시 20대의 절반을 고시 준비로 보내며 주위에서 '이러다 실패하면 어떡할 거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결국 성공해냈습니다. 우리 가족의 핏속에 내재된 매운맛도 대한민국의 DNA에서 비롯된 거라고 봐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게 됐듯이 강한 집념을 가진 젊은이들은 결국 제 꿈을 이뤄내고야 마는 매운맛을 보여줄 거라 믿어요.

이재환 | 학생
"대한민국의 DNA는 '희망'이다"
저는 한국예술원에서 보컬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음악을 전공하기 전에는 단순히 노래하는 걸 좋아할 뿐 남 앞에서 노래하는 건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했고 지금은 꿈을 이뤄가는 중이에요. 그 원동력은 잘될 거라는 '희망'에서 나왔죠. 거리에서 제가 부른 노래가 흘러나오는 미래를 떠올리면 힘이 생겨요.
희망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끈 힘이기도 합니다. 어른들께 전해 듣기로 IMF 외환위기 땐 국민들이 집에 있는 금을 팔아서 외채를 다 갚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모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죠. 누구나 마음속에는 크고 작은 희망을 품고 산다고 생각해요. 제 또래 친구들은 꿈도 크고 꿈을 이루리라는 희망도 강해요. 사회는 점점 더 치열해지지만 희망을 버릴 순 없죠. 저는 노인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를 바랍니다. 그건 젊은이들이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노력할 때라야 가능할 거예요.
조준진 | 직장인
"대한민국의 DNA는 '책임감'이다"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 안에서 찾고,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책임감'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살아갑니다. 저희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밤낮없이 일했고, 어머니는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자식 교육을 잘해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자식들은 그런 부모에게 보답하기 위해 제 할 일 열심히 해 성공하려 노력한 게 결국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들어낸 거죠.
성별, 세대별 역할이 많이 달라졌지만 개인보다는 가족이, 자유보다는 책임이 강조되는 전통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룬 정신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 간 갈등으로 빚어지는 사회문제도 국가라는 큰 가족의 틀 안에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각자 책임감을 갖고 조금씩 양보하면 전 세대가 화합하며 사는 멋진 나라가 되지 않겠어요?
글 · 박샛별·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 자료 &사진 · 국가브랜드개발추진단, 조영실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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