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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만원으로 누리는 템플스테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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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더 많은 프로그램, 쉴 틈 없이 빽빽이 짜인 일정을 제공하는 곳을 찾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컴퓨터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내 안을 오로지 온전한 나로 채우기 위해 떠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 대신 내가 있는 곳, 일 대신 쉼이 있는 곳, 걱정 대신 사색이 있는 곳. 그곳은 절(寺)이다.

4월 18일 '영원한 평화와 불멸의 행복을 선사하는 절' 영평사(永平寺)를 찾았다.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장군산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영평사는 당초 공주시에 소속돼 있다 2012년 7월 세종시로 편입됐다. 세종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한 절로 가는 길, 도시와 멀어질수록 하늘과는 가까워지는 듯하다. 동화에 나오는 숲 속 마을처럼, 오솔길을 따라 들어간 곳엔 이 세상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듯한 또 다른 작은 세상이 있었다.

영평사의 화려한 봄꽃은 1박 2일 동안의 짧은 여정을 위해 찾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곳은 10월이면 온 사찰을 하얗게 뒤덮는 구절초로 유명하다. 봄엔 이곳 스님들이 직접 심고 가꾼다는 진홍색 벚꽃과 진달래, 진노랑 수선화, 보라색 매발톱꽃이 색색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사방을 수놓고 있었다. 영평사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문화재 하나 없는 사찰이지만 스님들이 직접 심고 가꾼 꽃들은 스님의 설법만큼이나 깊은 감동을 준다.

지나가던 바람이 옷 속으로 스밀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품의 조끼와 바지로 갈아입었다. 배정받은 방에는 행동을 바르게 하라는 뜻의 '정업(正業)'이라는 두 글자가 드나들 때마다 머리맡을 스친다. 경내를 돌아다닐 때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꼽 위에 얹어야 한다. 이를 차수라 한다. 차수는 안으로 자신을 살피고 밖으로 대중을 배려하는 사찰에서의 가장 기본자세다. 절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면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는 '합장저두(合掌低頭)'로 인사한다. 스님은 이 행동 하나에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잘 주무셨나요' 같은 의미가 모두 들었다 하신다. 그러니 번잡한 말은 뒤로하고 엷은 미소를 앞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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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함께한 배재대학교 글로벌관광호텔학과 학생들. 2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혜안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 영평사에서 직접 캔 쑥으로 ‘쑥털털이’를 만들어 먹었다. 4 참가자들이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석불상을 향해 예배하고 있다.

 

스님과의 차담·감사 명상

특별한 일상의 쉼 제공

템플스테이는 2002년부터 시작돼 전국 114곳의 사찰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예불, 명상, 다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자의 삶을 엿보고,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참된 나를 찾는다는 목적에서 도시인의 삶의 위안이 되고 있다. 요즘엔 외국인 관광코스의 하나로, 대학교 수련모임(MT) 장소로도 각광 받고 있다. 이곳 영평사는 수도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면서도 애써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깊숙한 곳에 있으니 일상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러 오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1박 2일의 여정은 비구니 혜안(慧眼) 스님과 함께했다. '혜안'은 부처님이 갖추신 다섯 가지 눈 가운데 하나로 '우주 사물의 진리를 인식하는 눈'이다. 곧 모든 집착을 버리고 차별적인 현상세계를 초월하는 지혜의 눈이라는 뜻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그 지혜의 눈을 바라보며 어떤 말씀이라도 듣고자 깊숙이 묻어둔 고민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선배와 잘 지내고 싶은데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은 세상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요, 부처는 곧 내 안에 있음을 깨달으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어떤 사람이 싫다면, 내가 전생에 그리 행동했을 거라 생각하고 용서하세요."

"대학에 들어와 첫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우리가 밥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토양과 햇볕, 비와 바람 등 온 우주가 도와야 합니다. 하물며 뛰어난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걱정 대신 최선을 다해 노력하십시오. 온 우주가 도울 것입니다."

스님의 말씀 한마디로 어찌 중생의 아둔함이 바로 변할까. 다만 소중한 말씀 가슴속에 아로새길 뿐.

템플스테이는 대략적인 일정은 정해져 있지만 계절과 날씨, 참가자에 따라 유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날은 잠시 절에 머물고 계신다는 한 보살님이 전날 직접 들에서 캐셨다는 쑥으로 '쑥 털털이'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쑥이 뭐냐고 묻자, 다른 참가자가 '목욕탕 냄새 나는 풀'이라 설명해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온 우주가 도와 자랐을' 쑥과 쌀가루, 밤, 호박, 건포도 등을 섞어 함께 쪄내면 쑥털털이가 완성된다. 영평사 명물 구절초의 꽃잎을 우려낸 차와 함께 먹으니 세상 근심 걱정이 녹아내리는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린다. 스님과 함께하는 차담(茶談)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대화가 오갔지만 존재하는 것이 어디 말뿐이랴. 사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풀과 꽃 냄새, 근심을 잊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옷 속을 파고드는 햇살과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하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지혜를 얻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절에서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한다. 밥 한 끼 먹는 것에도 예와 의를 다해야 한다. 절에는 애초에 잔반통이 없으니 접시에 찬을 올리는 일이 여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기름진 찬 앞에서 잠시 욕심을 냈다가도 이내 먹을 만큼만 남기고 덜어낸다. 공양을 할 때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쌀 한 톨, 시금치 한 줄기 씹는 것에도 집중하다 보면 참으로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러운 진귀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세보다 일찍 찾아온 산사의 저녁에는 명상을 했다. "평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며 살고 있나요. 명상은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차관(주전자)의 감사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감사 명상'을 하며 혜안 스님은 "한낱 차관에도 이렇게 감사할 일이 많거늘, 범사에 소중함을 느끼며 살길 바란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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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를 찾은 외국인.

 

이어 참가자들은 자신 스스로에게 감사한 점을 생각해보고 서로에게 두 가지씩 칭찬할 점을 이야기했다. 쉴 틈 없이 바쁘게 살며 수없이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온 나날 동안 자신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감사 명상은 처음 본 이들에게 듣는 칭찬만큼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지 못한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했다.

새벽 네 시면 대웅전의 불이 켜지고 주지 스님이 치는 범종 소리가 경내를 울린다. 법당에 들어서면 부처(佛)와 부처가 설한 교법(法), 교법을 믿고 따르며 수행하는 사람(僧)을 아울러 일컫는 '불법승'에 따라 세 번 절을 올린다. 주지 스님이 외는 불경을 따라 외며 새벽 예불을 드리는 시간은 가장 성스럽고 경건한 시간이다. 예불 중에는 호흡 명상도 가졌다. "인간은 단 한순간도 숨 쉬지 않으면 살 수 없건만, 자신의 숨을 의식하며 사는 이는 극히 드뭅니다. 오직 자신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늘도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 

살아 있음에 감사

몸을 굽혀 하는 절은 온몸을 다해 올리는 기도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하심(下心)'의 뜻이 담겨 있다.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올리며 일 배,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이 괴로움의 근본임을 알며 일 배, 세상의 모든 고통 받는 것들을 위해 일 배…. 한 번 절을 할 때마다 번뇌 한 가지씩을 내려놓고, 그 빈자리에 각오 하나씩을 더하며 108번 절을 올리고 108개의 염주를 뀄다. 108가지 번뇌는 108가지 다짐으로 화(化)했고, 그 다짐은 염주 목걸이에 알알이 맺혀 육신 위에 달렸다.

사찰에서의 하룻밤은 일상의 큰 선물이 된다. 진정한 나를 찾겠다는 큰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지라도 일상을 벗어난 휴식은 내일을 위한 삶의 활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혜안 스님은 영평사를 찾는 이들이 그저 잘 쉬고 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참된 나를 깨닫는다는 것은 사실 아주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뿐입니다."

제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이며 내리는 빗방울의 배웅을 받으며 지금, 여기 영평사를 나서는 길은 평온하다. 세상의 중심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며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스님의 가르침은 내가 있는 곳 어디서든 존재하리라. 템플스테이는 오늘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쉼과 앎을 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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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영평사 주지 환성(幻惺) 스님

"모든 존재에게 이로운 선행을 하며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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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는 3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절이다. 유명한 절도 아니고 대도시에 있는 절도 아니지만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찾는 이들의 발길은 매년 늘고 있다. 이곳은 2013년, 2014년 연속으로 최우수 템플스테이 사찰로 선정되기도 했다. 30년 전부터 영평사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하고 있는 주지 환성(幻性) 스님은 그 비밀을 알고 계실까.

 

직접 영평사를 소개해주십시오.

영평사는 유명 고찰도 아니고, 남달리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도량(道場)도 아닙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의 '영평(永平)'의 뜻을 기리고자 할 뿐입니다.

모든 존재는 행복을 추구하고 부처는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나눠주기 위해 노력한 분입니다. 부처의 뜻을 받들어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영평사의 참 도리입니다. '영원히 평안한 곳'이라는 뜻의 절 이름을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이 도량에 사는 미물은 물론 도량 위 공중을 지나간 날짐승조차 평안을 얻는 곳을 만들겠다는 서원을 담아 영평사라 명명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평사 템플스테이 중에는 주지와 연꽃차를 마시며 두세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는 차담(茶談)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시간에 참가자들에게 선행하며 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선행이란 내가 하는 행위가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에게 이로울 수 있는 일입니다.

'죽음 명상' 시간에는 평소 생각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한 단면이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다음 생에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따름입니다. 진정한 선행을 하며 살면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복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찾는 이들에게 영평사가 어떤 곳이 되길 바라십니까.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바랍니다.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은 좋은 기운이 모이게 돼 있습니다. 늘 좋은 분들로 가득한 영평사에 잠깐이라도 다녀가셔서 잠시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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