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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저녁 때 돌아가 당신이 쉴 집이란?

즐거운 나의 집

 

“다녀왔습니다.”

집 안에 들어서며 내뱉는 이 한마디는 집이 지닌 의미를 함축한다. 집은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 내 몸이 있어야 할 자리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 아닐까. 외부로부터 벽을 둘러쳐 나를 감싸는 집은 오롯이 내가 나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우리 삶에는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살고 있는 집,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다. 이 세 가지 집이 겹친 곳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의 말은 자산으로서의 집만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내 집은 어떠한지, 내 삶은 어떠한지 돌아보게 한다. 이를 통해 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을 어떻게 현실의 즐거운 나의 집으로 실현할 것인지 해답을 찾아가는 ‘집 구경’이 시작된다.

 

SOA

▷ 건축가그룹 SOA의 '사물이 이 집을 말하다'. 거실을 채우는 집주인의 욕망이 담긴 사물들이 추억을 이야기한다. 

 

살았던 집,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살아보고 싶은 집

현관문을 열면 하얀 불빛을 내뿜으며 텔레비전이 나를 응시한다. “난 이미 두 달 전부터 먼지가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텔레비전은 거실을 채우는 장식물들의 시선이다. 유선 전화기, 녹슨 트로피, 트랜지스터 등 오래된 사물이 말한다. 사물은 전시되는 대신 스스로 이야기를 건네며 추억을 소환한다.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는 ‘우리 집’의 반주이고, 꼭대기 다락방은 부모에게 야단맞은 아이를 조용히 위로한다. 집 안의 가장 작은 방은 내 방에서 내 아이의 방으로, 사랑방에서 다시 창고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제 모습을 달리한다. 김서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는 집은 가장 소중한 것들의 집합소라고 말한다.

 

“우리 집에는 아들의 첫돌 무렵 사진이 있고, 스무 살의 내 사진이 있고, 50년 전 영화 속 잉그리드 버그먼의 사진도 나란히 놓였다. 이야기를 간직한 물건이 있는 집은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한다.”

 

추억을 뒤로하고 부모의 집, 혹은 우리 집을 떠나 ‘내 집’을 갖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된다. 82만5000~700만 원 사이. 월 소득에 따라 내가 열 수 있는 방문이 달라진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면 현재 월급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자산의 교차점이 내가 서 있을 위치를 말해준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인 단독·다가구 주택부터 서초구 반포동의 전세 10억 원짜리 아파트 사이의 어디쯤. 내가 서 있는 지점의 좌표가 내 집을 결정한다.  

 

확률가족

▷ 옵티컬레이스의 '확률가족'은 소득, 대츨 가능액, 증여액을 통해 살 수 있는 집을 그래픽을 통해 보여준다.

 

도시와 교통 인프라, 부동산 조사 연구 그룹으로 이루어진 창작 집단 옵티컬레이스의 ‘확률가족’은 소득 수준과 대물림에 의해 집이 결정되는 현실을 통해 자본과 사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확률가족’의 시선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한다. 옵티컬레이스는 “현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접한 후 어떠한 형태의 대안적인 집을 추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게 ‘확률가족’의 의도”라고 설명한다. 인테리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유태균 씨는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작다 보니 오히려 집을 활용하고 가꾸는 법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게 됐다”며 작품을 본 소감을 밝혔다.    

 

사람들이 꿈꾸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살고 싶은 집을 말할 때 집의 크기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넓은 부엌이나 긴 복도, 아늑한 조명 등 옛집의 기억과 현재 생활에 따라 이상적인 집의 모습을 그린다.” 차승주 큐레이터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각자가 말하는 집

풍부한 이야기

제3전시실은 제2전시실에서 경험한 현실적인 집의 대안적 형태를 보여준다. 서울을 벗어나 조금만 도심 밖으로 나가면 생각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가족에 맞는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영상을 통해 만난 그들의 모습은 집이 아닌 삶을 짓는 듯하다.

 

가좌관

▷ '새동네' 프로젝트로 탄생한 공동임대주택 '가좌관 330'은 소유보다 더불어 사는 집의 의미에 집중한다.

 

소유보다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면 공동주택은 어떨까. 이번 전시의 협력기획사 (주)글린트의 ‘새동네’ 프로젝트는 소규모 필지를 중심으로 주택을 설계하고 개조해 제공하는 주택임대 서비스다. 서울 남가좌동에 위치한 ‘가좌 330’과 ‘가좌관 330’은 ‘새동네’의 꿈을 실현했다. 가좌 330을 채우는 여섯 가구는 3층에 둘러앉아 부침개를 나눠 먹고, 가좌관 330의 네 가구는 채광을 위해 지붕을 갈라 만든 사이에 자리한 발코니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1m2당 1만 원, 2년 단위로 10%씩 적립되는 월세 혜택은 덤이다. 이재준 (주)글린트 소장은 “새동네 프로젝트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집을 짓기 위해 시작했다”며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집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을 메운 50여 편의 문학 속 상상의 집은 살고 싶은 집을 떠올리게 하고, 건축가와 건축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집의 평면도를 보면서 나에게 알맞은 집을 고민한다. 전시장을 나서는 관람객은 이제 ‘집을 사는’ 꿈 대신 ‘집에 사는’ 꿈을 꾼다.

 

전시강연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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