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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중증장애인 4명 보살피는 환경미화원 이흥배 씨

2014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환경미화원 이흥배 씨

 

2014년 국민추천포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은 환경미화원 이흥배(44) 씨. 그가 봉사의 삶에 입문한 건 ‘장애인 야학교사 모집’ 전단지를 보고 나서다.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체육관 합기도 사범을 하고 있던 그는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껴 장애인 야학교사에 지원했다.


그때만 해도 봉사에 큰 뜻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학생이었던 30대 장애인 여성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우연히 들른 한강 둔치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한강을 본 그 여성이 엉엉 울었던 것. 


 “그분 말씀이 ‘TV에서만 봐오던 한강을 직접 보니까 너무 좋다’는 거예요. 그 순간 ‘이분들에게는 이런 일상조차 소중하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고,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나들이 봉사’는 올해로 24년째 이어지고 있다. 야학교사, 장애인 아동 도우미 등으로 봉사하며 알게 된 장애인들이 한두 명씩 합류해 지금은 나들이 멤버가 9명으로 늘었다.

 

장애인 돌보기 위해 서너 가지 일을 하다

이뿐 아니다. 그는 10년 전 전셋집을 마련해 4명의 중증장애인과 동고동락하는 사랑방 ‘등대지기’를 마련했다. 모두 20년 이상 봉사활동으로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첫 번째 식구인 이윤호 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하다가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심한 구타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는데, 그걸 알게 된 이흥배 씨가 경찰에 고발했다.

 

이윤호 씨는 시설에서 받았던 고통이 너무 큰 나머지 그곳을 나온 후 다시는 다른 시설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이흥배 씨가 사랑방을 마련한 이유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중풍환자 하 씨, 고향 농가에서 일꾼으로 고생하던 지적장애인 김 씨, 뇌병변장애인 황 씨 등이 그가 직접 돌보고 있는 등대지기 식구들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방문해 끼니와 목욕, 잠자리 등을 챙긴다.


그의 봉사는 장애인을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들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나들이는 꿈만 같은 일이다.


“전국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어요. 물론 몸이 불편한 분들과 움직이는 일은 굉장히 어렵죠. 대신 쉬엄쉬엄 다니고 있어요. 가다가 차가 막히거나 힘들면, 어디든 내려서 밥 해먹고 쉬었다 가요. 쉬는 곳이 여행지죠. 사람 많은 주말은 피해서 다니고요.”


이 모든 일들은 정부나 단체 지원 하나 없이 모두 이흥배 씨가 사비로 해나가고 있다. 폐지를 주워 마련한 돈에 대출을 더 받아 사랑방을 마련했고, 지금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사랑방과 나들이 봉사를 위해 서너 가지 일을 더하고 있다. 틈틈이 폐지를 줍고, 철거하는 일에도 참여하며, 점포 없이 가구 영업을 다니기도 한다. 사랑방 식구들을 돌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이나 야간 일을 주로 해왔지만, 4년 전부터는 안정적인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여러 일을 겸업하고 있다.


“방송에서 보면 장애인 단체들이 어렵다고 나오지만, 사실 저희가 먹고사는 데에는 그리 많은 돈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다만 돈이 더 있다면 (등대지기) 식구들과 나들이를 한 번이라도 더 갈 수 있겠죠.”


이흥배 씨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두 아이를 둔 가장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봉사를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때로는 함께 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그의 아내는 적극적으로 돕는 편은 아니지만, 식사 준비를 할 때면 등대지기 식구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만들어놓는다. 한창 교육비가 많이 들어갈 시기에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장애인 봉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봉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

 “제가 하는 일이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내가 술 먹고 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맞는 이야기더라고요. 만일 지나가는 할머니의 물건을 들어드린다면, 그건 할머니를 위한 일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 저를 위해 하는 일이죠.”


이흥배 씨는 앞으로도 지금의 식구들을 잘 돌볼 생각이다.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식구(장애인)를 늘려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외부 돈을 받기 시작하면 실적을 내거나 돈을 더 끌어오기 위한 일을 하게 된다”는 게 이유다. 대신 오래된 버스 한 대를 구입하면서 새로운 봉사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화장실이 딸린 버스를 구입했어요.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자주 운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식구들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버스예요. 앞으로 버스를 이용해서 홀몸어르신들의 고향 방문을 돕고 싶어요. 한번은 어떤 노인을 부모님 산소에 데려다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분을 업고 수풀을 헤치고 걸어가서야 산소에 도착할 수 있었죠. 그 노인이 한 시간 이상 울더라고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은 얼마나 고향에 가보고 싶겠어요. 고향이 지방인 분들을 대상으로 고향 방문 봉사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해야겠죠.”

 글· 두경아(위클리공감 기자) 20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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