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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 번에 여러 일' 능력자, 업무 완성도는 글쎄요

"여보, 사람이 말을 하면 성의 있게 들어야죠." "아니, 왜 그래요? 다 들었단 말이에요. 장모님 생신 가족 모임을 일주일 앞당겨서 하면 어떨까, 그런 얘기 아니었어요?" C씨 부부는 드물지 않게 남편의 평소 대화 태도 때문에 티격태격한다.

남편 C씨는 부인과 온전히 대화에만 집중할 때가 드문 편이다. 예를 들면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동시에 식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C씨의 평소 행동은 이른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으로 널리 알려진 '다중작업'의 전형 가운데 하나다. 멀티태스킹은 2000년대 들어 특히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사무, 기계 등의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심지어는 원치 않는데도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운전을 하면서 걸려온 전화에 어쩔 수 없이 응대해야 하는 상황 등이 대표적인 예다.

멀티태스킹 능력자

▷ 현대인은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멀티태스킹이 빈번한 화이트칼라 직종 등에서는 다중작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능력의 한 척도가 될 정도로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은 실제로 업무 효율이나 업무처리 능력 혹은 지능과 직결되는 것일까?

2000년대 들어 수행된 학자들의 집중적인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업무 효율 특히 질적인 면에서는 대체로 도움이 안 된다. 또 두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인간은 두뇌 구조상 실제로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뇌신경학자들은 멀티태스킹이 겉으로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두뇌 회로'가 여러 일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격이 다른 일들을 시작하는데 이들 일에 각각의 스위치가 있다고 가정하면, 한 가지 일의 스위치를 끄고 다른 일의 스위치를 켜는 방식으로 두뇌 회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 일 저 일로 왔다 갔다 한다는 얘기다.

두뇌 회로 스위치를 연방 켜고 끄려면 에너지가 그만큼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두뇌 활용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십중팔구 개개 업무의 질은 떨어진다. 운전하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 운전의 질과 대화 집중력 둘 다 떨어지는 게 단적인 사례다.

업무의 질적 효율 면에서는 도움이 안 되지만, 멀티태스킹을 남달리 잘하는 사람은 두뇌가 좋은 구석이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미국 뉴욕대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할 때 두뇌 신경은 여러 일들의 우선순위를 따지게 된다.

우선순위를 잘 배정하고 비슷한 일들을 유형화해서 묶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다면 최소한 이런 부문에서만은 두뇌 능력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질적 완성도가 중요한 일이라면 지능이 좋은 사람이라도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일이 멀티태스킹이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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