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것의 가치를 재발견해 창조경제로 연결하려는 정부의 새로운 문화융성 정책에 맞춰 <위클리 공감>은 '전통문화와 창조경제', '야생화와 창조경제' 시리즈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지난 호 온돌 문화 이야기에 이어 이번 호엔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소재로 떠오른 야생화 이야기입니다.
바야흐로 창조적인 전략을 구축한 나라가 강국이 되는 시대가 됐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개척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며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어느 나라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전남의 섬 지방에서 자라는 흑산도비비추는 1980년대 중반에 반출되어 잉거비비추로 등록됐다.
그런 뜻에서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광복절 경축사,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에서 '야생화 종자 개발 등 전통 꽃 산업 육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소재로 야생화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야생화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먹을거리나 약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쌈이나 화식(花食) 또는 차와 같은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천연염료나 칠감으로도 사용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쓰였다. 그러나 자원으로써의 인식은 부족했기에 보존이나 개발에는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다.

▷새콩은 땅속에 달리는 폐쇄화에 큼지막한 열매가 열려 식용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최근에 생물다양성협약(생물다양성의 보전,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얻어지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분배를 목적으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됨) 이후 야생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다. 또한 소득 증가로 삶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야생화 산업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천명한 창조경제의 중요 콘텐츠로 야생화가 등장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야생화는 기본적으로 미적 가치를 지닌 자원이다. 그러므로 관상용 품종을 개발해 판매하고 소득을 올리는 일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먹고사는 데 급급했던 우리로선 이 부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흔히 돼지감자라 불리는 뚱딴지에서 천연 인슐린이라 불리는 이눌린 성분이 발견되어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식물자원 빼앗겨
미스킴 라일락 사용료 줘야 하는 상황
그동안 우리보다 한발 빨랐던 나라에 빼앗긴 식물자원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의 정향나무를 가져다가 작고 향기로운 꽃나무로 만든 '미스킴 라일락'을 이제 우리는 사용료를 주고 수입해야 한다. 해외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은 '코리안 퍼'는 제주도 한라산의 구상나무를 가져다가 만든 것이지만 우리는 한 푼도 벌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보라색 꽃이 아름다운 흑산도비비추는 어느새 반출돼 '잉거비비추'로 둔갑해 나타났다. 그러니 이제라도 우리 땅에 자생하는 고유의 야생화를 발견해 종자를 확보하고 품종을 개량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80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화훼시장에서 자생식물의 비율이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야생화는 산업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풍부하다. 특히 정원 산업과의 연계는 야생화의 활용 폭을 더욱 넓혀주는 일이다. 최근에는 정원 문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우리의 야생화를 정원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도입 식물(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식물) 일색이었던 정원에 우리 야생화의 등장이 잦아지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일례로 북방계 식물인 벼룩이울타리는 색다른 안목으로 쓰임새를 갖게 된 야생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잡초 같은 식물이었으나, 최근에 정원화로 개발되어 서울 여의도 곳곳에 심어지고 있다.

▷주로 북부지방의 산지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벼룩이울타리는 새로운 정원화로 등장했다.
식량자원으로 개발 가능
건강보조식품, 의약품으로도 활용
야생화는 뭐니 뭐니 해도 식량자원으로의 개발이 무궁무진한 소재다. 그동안 인류는 야생에서 많은 먹을거리를 발견하고 개량해왔다. 예를 들어 야생 벼라 일컫는 '줄'이라는 식물을 개량해 지금의 벼를 탄생시켰고, 야생의 '돌콩'을 개량해 지금의 콩으로 재배해왔다.
그처럼 식량자원으로 삼을 만한 야생화가 우리 주위에 널렸다. 새콩이라는 식물은 지상부의 꽃 외에 땅속에 달리는 폐쇄화(닫힌 꽃)에서도 열매를 맺는데, 그 크기가 지상부의 열매보다 서너 배 이상 크기 때문에 땅콩의 대체작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미취는 늦봄에 돋는 커다란 새싹에 특유의 향취가 있어 쌈의 재료로 아주 좋다.
우리 식단에 우리 식물이 자주 올라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울릉도에서는 섬쑥부쟁이를 부지깽이나물로, 눈개승마를 삼나물로, 울릉산마늘을 명이나물로 만들어 먹었고 이들 야생화는 울릉도오징어 못지않은 특산품으로 주민들의 든든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서해안의 섬 주민들은 전호를 '사생이'라는 나물로 팔아 부수입으로 삼는데, 이처럼 야생화를 식량자원으로 개발하는 일은 풍부한 먹을거리 확보뿐 아니라 도서 지역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아울러 야생화를 이용한 우리의 먹을거리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고 공유하면서 점차 발전시키고 분야를 확대해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들어 야생화가 다방면에서 쓰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향수나 방향제 또는 비누 같은 생활용품뿐 아니라 압화 공예, 꽃차나 효소 같은 건강보조식품, 아로마테라피 재료, 의약품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생각해보라. 돼지나 파먹는 감자라고 해서 흔히 돼지감자라고 불렀던 뚱딴지에서 당뇨와 다이어트에 좋은 성분이 발견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야생화는 우리 주위에 널렸으면서도 가치를 몰라서 쓰지 못하는 자원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창조라고 한다면 미래 산업의 전략적 개념의 창조경제를 만들어갈 소재로 야생화만 한 것이 없다. 야생화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다가올 미래 사회가 녹색 성장의 사회가 되리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가 할 일은 너무나도 분명해진다.
글·사진 · 이동혁 (야생화 칼럼니스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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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