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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메르스 진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에게 국민적 존경심과 지지를 보내줄 때 범정부적으로 마련한 메르스 관리 종합대책이 성과를 거두고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을 풀어줄 것이라고 본다. 이들은 메르스 최후의 저지선이다. 우리 모두의 격려가 필요하다.

 

5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6월 11일 현재(오후 8시 기준) 122명의 확진 환자와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확진 환자 대비 치사율은 현재 8.2% 수준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 환자를 살펴보면 병원 내에서 환자와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에 주로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과학 전문지인 <라이브 사이언스>지에 실린 독일 드로스텐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첫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환자 26명의 가족 280명 가운데 4.2%인 12명만이 혈액 검사 등에서 메르스 감염이 확인됐고, 이들 2차 감염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는 확진 환자 전원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경우이다. 이는 이곳저곳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의료 쇼핑, 다인실의 환자와 가족, 그리고 문병객의 긴밀한 접촉, 병원 내 감염 관리의 미흡 등이 감염의 주요 원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는 메르스 감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침 등 체액과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되고 공기로는 전파가 안 되므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예방만 잘한다면 감염 가능성이 대단히 적다.

이러한 사실들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메르스의 감염 공포로부터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불안감이나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바란다.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불안 바이러스를 먼저 퇴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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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률 (질병관리본부장·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과도한 공포 경계… 감염 막기 위한 응급실 구획 정리 필요

이제 이와 같은 심리 상태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위기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당국이 6월 7일 제시한 메르스 관리 종합대책은 모두 적절하고 타당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국민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으려면 앞으로 대단히 전략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접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몇몇 대형병원들에서 확진 환자로 판정받은 것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격리조치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의심 환자들의 잠복기 동안 증상 발현 여부가 면밀히 체크가 된다면 앞으로 추가적인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응급실에서는 많은 종류의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느 정도 구획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소아 환자, 외상 환자에 대한 구획 정리가 이뤄져야 하며, 특히 감염성 질환 중에 대표적으로 다중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호흡기 질환들에 대한 구획 정리가 되어야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 당국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감염병 발생 초기 단계에 환자들을 격리하면서 보호자, 가족, 의료진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취약한 공공의료 체계도 다시 보완해야 한다. 이번과 같이 전염병이 유행하는 국가적 재난에 적극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이 부족해 초기 단계에 감염병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에 분산돼 적절히 관리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다른 환자나 몸 상태가 정상인 보호자들이 감염되고 그 때문에 전국적 문제가 되고 있 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앞으로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차원의 적절한 전문 의료기관, 이에 필요한 격리시설 이 상시 운영되는 체계를 갖춰야겠다.


메르스와 전투 중인 의료진에게 격려를

이번과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방비 상태에서 온갖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진료 현장에서 밤낮없이 국민의 생명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의료인의 사기를 최대한 북돋아주어야 한다. 이미 의료인 상당수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만약에 의료인이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일이 생긴다면 과연 앞으로 누가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의료기관 공개 방침에 따라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했다. 만약 국민이 이 의료기관들을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보고 진료받기를 기피하거나 기존의 입원 환자들이 이탈해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를 하기가 어려워지면 앞으로 어떤 의료기관이 메르스 의심 환자를 받겠는가.

역설적으로 메르스 환자 또는 의심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기관은 다른 환자로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더 철저히 감염 관리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 의료기관들을 높이 평가하고 온갖 위험 속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노력해온 의료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지금 많은 병원의 메르스 환자 격리 병동에서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메르스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진료에 나선 의료진은 방호복 속에 흘러내리는 땀과 더위, 과로를 견디며 오늘도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방호복을 입은 채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병상을 치우며 격리 중인 동료 의료진의 몫까지 일하다 보면 식사는커녕 잠도 제때 못 자는 상황이다.

미국은 아프리카 에볼라 발생 지역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에 임했던 의료인이 에볼라에 감염돼 사투 끝에 회복하자 힘찬 격려를 보내줬다. 우리나라도 메르스 진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에게 국민적 존경심과 지지를 보내줄 때 범정부적으로 마련한 메르스 관리 종합대책이 성과를 거두고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을 풀어줄 것이라고 본다.

이들은 메르스 최후의 저지선이다. 우리 모두의 격려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국민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시점이 왔다.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힘내라, 대한민국 의료진! 건강한 대한민국 파이팅!


· 전병률 (前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201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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