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6월 대구 수성구의 한 영어학원에서는 대구에서 발생한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확진 환자의 아들과 같은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학원 수강을 중단하게 했다. 또한 해당 학교 학생들은 이 학원에 다니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했다. 학원 측은 이런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리고 홈페이지에 노골적으로 게시했다.
대전시 00병원 의료진의 자녀는 메르스 증세가 없었지만, 단순히 부모가 메르스 치료 병원의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 격리가 해제된 뒤에는 학교로 돌아왔지만 반 친구들은 "야! 메르스, 메르스" 하며 놀렸고 그 친구와 놀면 '메르스 바이러스 걸릴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의료진과 자녀의 신상정보를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나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가족들을 따돌리는 이른바 '메르스 왕따' 현상.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이웃의 따가운 시선은 감염병만큼이나 무서운 공포다. 앞서 든 사례처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웃들이 환자나 격리자, 의료진과 가족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하거나 정부의 지침과는 상관없이 학교, 직장 등에 나오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등 불이익을 주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메르스 치료 의료진 자녀를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등 ‘메르스 왕따’ 문제로 피해자들이 우울, 불안 등을 겪어야 했다.
자가 격리자까지 환자 취급
신상 공개, 등교 저지 도 넘어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6월 30일 정례 브리핑에 따르면 메르스 유가족과 격리자의 41%가 우울증과 불면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로 사망한 사람의 유가족과 메르스 완치자·격리자, 메르스로 불안감을 느낀 일반 시민 등 923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대면 상담 등의 심리 지원 서비스를 벌인 결과, 상담자의 41%가 우울과 불면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분노(19%), 생계 지원 요구(18%), 죄책감(4%), 불안(3%) 등의 감정을 호소하는 상담자들도 있었다. 상담자 중 68명은 메르스 사망자의 유가족이었으며, 74명은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사람들이었다. 시설 격리와 자가 격리를 경험한 348명도 심리 상담 서비스를 받았다. 메르스로 불안감을 느낀 일반인 433명도 심리 상담에 참여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퍼진 유언비어가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이로 인한 이웃들의 불편한 시선은 심리적 불안정을 더욱 고조시켰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에서도 감염병 따돌림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국내에 메르스가 확산 중이던 6월 21일 "메르스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자녀와 가족이 근거 없이 따돌림 등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 격리자는 환자가 아니다. 자가 격리자 중에서 혹시 환자가 나올 수는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잠복기 동안에는 전파가 되지 않는다"며 메르스 의료진의 가족 및 자가 격리자를 잠재적인 확진 환자로 낙인찍는 일이 없도록 당부했다.
감염병 공포 관리 중요
지역사회서 함께 노력해야
교육부에서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메르스 관련 의료진, 격리자, 완치자의 자녀에 대한 부당한 등교 제한, 학습권 침해에 대해 감독할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가 우려한다는 이유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없는 아이들의 등교를 막는 유치원, 학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도하라는 지시다. 교육부는 학생의 등원을 막거나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학원에 대해서는 등록 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전시 강철구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메르스 퇴치를 위해 애쓴 의료진과 그 가족에 대한 따돌림 현상은 '사회적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SNS를 통해 개인 신상을 퍼나르는 일도 있다는데 이런 사회적 살인 행위를 자제할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오히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수고를 다한 의료진을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순영 교수는 "감염병 환자나 가족, 증상이 있는 의심 환자 등은 격리 대상이기 때문에 그 외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불필요하게 염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이어 "감염은 밀접한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옆집에 감염병 환자가 산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웃을 위해 감염병 치료 의료진과 환자, 격리자의 가족이 스스로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킬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감염병 발생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활동을 하는 레질리언스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질리언스(Resilience)란 자상이나 트라우마 이후의 자기 회복능력을 뜻한다. 그는 "우리 병원도 메르스를 치료하면서 직원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발병 초기 왕따를 당하고, 주민들이 몰려와 병원 폐쇄를 요구하고…. 우리는 전 직원 대상으로 속풀이 공감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넘어서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는 감정의 승화가 이뤄졌다. 이런 프로그램을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큰 차원에서의 레질리언스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서울병원 심리위기지원단에서는 불안, 우울 등을 겪는 감염병 환자 및 격리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본인의 답답함을 몰라주고 오히려 가족과 이웃이 소원하게 굴거나 회피적일 때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수칙을 잘 지키도록 노력한다고 생각하라. 치료 및 격리 기간 동안 불안과 불편한 마음을 나눌 사람이 보고 싶을 때는 전화나 인터넷, 영상통화 등을 충분히 활용해서 연락을 취하라.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상태를 공유하면 소외감이나 낙인 효과가 남지 않는다."
감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이처럼 환자와 이웃이 함께 노력할 때라야 가능하다.
도움말 :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이웃에 감염병 환자가 있다면 이렇게…
• 인터넷, SNS 등에 환자의 신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 감염병 환자 관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철저히 하므로 자체적으로 등교 및 출근을 막지 않는다.
• 감염병 치료 의료진, 환자의 가족, 자가 격리자 등은 환자가 아니므로 불필요하게 경계하지 않는다.
• 감염병 환자가 죄책감, 불안 등을 느끼지 않도록 전화, 이메일 등으로 소통한다.
• 본인의 상황을 억울해하는 대신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 이웃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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