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비용이 아니라 미래시장을 선도할 신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때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전력 수요 관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 산업'으로서의 에너지 신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다. 에너지 신산업은 국민에겐 편리한 에너지 절약 방법과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기업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국가엔 효과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와 온실가스 감축을 제공한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올해 핵심 개혁과제로 삼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신산업은 ▶수요 자원 거래시장(소비자가 아낀 전력을 되팔 수 있는 전력 거래시장) ▶에너지 저장 시스템 ▶에너지 자립섬 ▶태양광 대여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전기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타운 ▶제로 에너지 빌딩 등 8개 분야다. 정부는 사업별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올해 안에 에너지 신산업 사업모델의 조기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과거의 정부 주도형 사업 방식을 민간으로 확대해 시장에서 사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요 자원 거래시장·에너지 저장 시스템
지난해 11월 개설된 에너지 수요 관리 시장에서는 수요 관리 사업자들이 아낀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건물, 사무실, 마트, 공장 등은 아낀 전력을 수요 관리 사업자에게 팔아서 수익을 얻고, 수요 관리 사업자는 아낀 실적을 모아 전력시장에 판매해 감축정산금을 받는 식이다. 전력 생산 비용보다 소비 감축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이 줄고 소비가 줄어든 만큼 전기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한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190만kW의 소비 감축 자원이 확보될 전망이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 Energy Storage System)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전기요금도 올해부터 도입된다. ESS는 전기가 충분할 때(전기요금이 쌀 때)에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가 부족할 때(전기요금이 비쌀 때) 쓸 수 있도록 한다. 풍력, 수력발전 등 자연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기상 변화에 따라 일정한 양의 전기 생산이 어려운데, ESS는 이를 안정화하여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초기 생산단계에서 투자비용이 높아 ESS는 널리 상용화되지 못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맞춤형 전기요금 제도는 전력 사용이 가장 적은 시간대(오전 2시부터 5시) 요금을 일부 할인함으로써 해당 시간대 충전을 유도하고 투자비 회수기간을 단축시킨다.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태양광 대여
울릉도에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이 조성된다. 현재 우리나라 도서 지역은 디젤발전을 기반으로 전력을 생산·공급하고 있어 환경오염, 지속적인 전력 생산비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한 친환경 에너지로 연료를 대체했다. 특히 전력망 연계가 어려운 도서지역에 친환경 에너지를 보급함으로써 청정 이미지를 부각해 관광·레저산업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울릉도 사업은 지난해 10월 한국전력, 경북도, LG CNS 등과 사업 협약을 체결한 데 따라 5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준비 중이며, 8월에 착공한다.
울릉도를 시작으로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이 62개 도서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오는 5월까지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자를 모집해 투자 관심 도서를 선정하고 최적의 사업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업모델 구축을 위해 20년간 해당 신재생에너지 공급자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는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차별화(신재생에너지 전력량에 가중치를 곱한 양을 공급량으로 인정하여 발급)' 등을 지원키로 했다.
한편 태양광 대여사업은 공동주택(아파트)으로 확대되고 사업 규모도 지난해 2000가구 규모에서 5000가구로 대폭 늘어난다. 설치 용량도 전기 사용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본 사업은 대여 사업자가 가정주택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유지, 보수까지 책임지는 민간 중심의 태양광 설비 보급 모델이다. 주택 소유자는 초기비용 부담 없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절약된 전기료로 매월 대여료를 지불한다. 대여 사업자는 대여료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인증서 판매수입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지난해에는 2006가구가 참여해 총 2억2600만 원, 가구당 약 113만 원을 절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17년까지 총 2만5000가구에 태양광 설비를 보급할 계획이며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해서도 대여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온배수 활용사업은 발전소 등에서 버려지는 온배수를 시설원예 등의 난방 열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에너지산업과 농업의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 발전소 온배수는 바닷물과의 온도 차로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어 국제적인 오염물질로 분류된다. 이러한 온배수에서 열에너지를 회수해 시설농업에 활용하면 자유로운 냉난방으로 농작물 출하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발전소와 지방자치단체, 지역개발위원회 등이 설립한 영농법인이 주체적으로 이끌고, 발전소는 온배수 공급과 배관 설치를 담당하며, 정부는 제도 개선 등을 지원한다.
한편 정부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전기차 렌트, 유료 충전, 배터리 대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 2017년까지 서울과 제주에 전기차 충전기 5000여 기를 설치한다. 충전 사업자에게 주차장과 충전기 설치 부지를 지원하고 전기택시, 전기렌터카 등 전기차 서비스업체에도 충전소를 개방할 계획이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기버스와 전기택시에 대해 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량 사업자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구매하고 관리하는 비용 부담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 초기시장 형성을 위해 공공기관의 전기차 구입을 올해부터 의무화(연간 500대 구매)하고 일반 소비자에게는 한 대당 1000만 원의 구매 보조금과 세액 감면(개별소비세, 취득세 등 400만 원) 지원도 지속한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제로 에너지 빌딩
지난해 친환경 에너지 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강원 홍천군. 이곳의 마을 주민들은 SK E&S(강원도시가스)와 공동으로 투자해 하수처리장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해 매해 52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또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바이오가스나 퇴비로 전환해 얻는 이익을 포함하면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은 연간 1억46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월까지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시설, 바이오가스 배관시설, 퇴액비화 시설이 준공될 예정이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소각장, 매립장 등에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님비(NIMBY : Not In My BackYard, 혐오시설 건립 반대) 문제를 극복하고 에너지 부족 문제도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올해 본격 추진되는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또 다른 시범사업지인 광주 운정에는 쓰레기 매립장 부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와 그린 빌리지(태양열 주택단지), 신재생에너지 체험관이 조성되고 충북 진천 에너지 타운에는 태양열, 지열, 하수폐열 등을 계간축열조(봄부터 가을까지 남는 열을 저장하여 겨울철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에 저장해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마지막으로, 건물의 단열 성능을 최대로 올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제로 에너지 빌딩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돼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17년에는 시장형 공기업에 의무화되고 2020년부터는 모든 공공건물에 의무 적용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선도적인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유형별로 총 5건(주거 3건, 비주거 2건)의 시범사업지가 선정돼 KCC 서초사옥 별관, 진천군 제로 에너지 시범단지(단독주택) 등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시범사업지에는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우선 지원(설치비의 30~50%), 건축 기준 완화, 취득세 및 재산세 5년간 15% 감면 등 포괄적인 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의 특성상 초기시장 진입 규제에 대한 업계 불만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민관 소통 채널(포럼, 협의회)을 확대하고, 온라인 정보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변화가 더딘 규제 중심의 무거운 산업이라는 에너지산업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에너지 신산업 중소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진출 초기부터 단계별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 등 해외 진출이 용이한 사업모델의 경우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과 협력해 전력 부족 국가에 보급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더불어 발전소 온배수열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하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신산업 관련 입법 대책도 마련했다. 이 밖에 민관 합동 협의회를 격월로 운영해 사업 및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점검 관리하고, 언론 홍보를 통해 민간 사업자 및 일반 소비자가 에너지 신산업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사례
남제주화력발전소 시설감귤 온실 재배

남제주화력발전소는 온배수열을 활용해 인근 1.52ha 땅에 애플망고와 감귤을 온실 재배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20~25℃의 온배수열을 흡수한 후 히트펌프로 가온(45~50℃) 또는 감온(5~15℃)하여 온실을 냉난방한다. 6개월 기준 에너지 비용이 경유는 4억1984만 원에 이르지만 온배수열은 4703만 원에 불과하다. 또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6%를 저감해(2500톤) 2013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탄소 상쇄 시범사업 대상에 선정되어 연간 2500만 원의 추가 수익을 거뒀다. 또한 망고의 조기 출하로 다른 농가 대비 30% 높은 연간 4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제로 에너지 빌딩 사례
열손실 최소화… 제로카본 그린홈

건설기술연구원이 2013년 건립한 8층 규모, 15가구로 구성된 제로카본 그린홈은 에너지 손실은 최소화하고 모자라는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초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다.
벽체에는 기존 공동주택의 3배 이상의 단열 성능을 갖는 외단열 공법을 적용해 열손실을 최소화했으며, 남향으로 주택을 배치하고 남측 창호 크기는 최대화, 북측 창호는 최소화해 겨울철 일사량을 최대로 늘렸다. 여름철에는 실내 통풍이 이뤄지도록 창호를 배치하고 남측 창호 외부에는 블라인드를 설치해 실내 온도 상승을 차단했다.
환기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만큼의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폐열 회수 환기장치도 설치했다. 폐열 회수 환기장치는 실내 공기의 열을 75% 이상 회수하여 유입되는 외부 공기의 온도를 실내와 비슷하게 조절해 공급한다.
고층 아파트의 특성을 고려해 지붕에는 태양광 시스템을 적용했다. 300W PV패널 120장에서 연간 4만50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홈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개별 가전기기의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하고 제어해 거주자의 에너지 절약 생활을 유도했다. 제로카본 그린홈은 기존 공동주택 대비 난방에너지 87%, 전기에너지는 7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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