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4월 6일 조도, 관매도로 나가는 여객선이 기항하는 팽목항.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배들은 묵묵히 제 몸을 바닷속에 밀어넣는다. 매표소 직원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 달 반 동안을 제외하고 여객선 운항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관광객의 발길은 많이 줄었지만 바다와 뭍을 오가는 어민들은 하루도 생업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팽목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서망항 수산물 위탁장에서 만난 진도군수협 회원은 "지난해 4월 이후 판매량이 준 탓에 유류비가 걱정돼 고기잡이 나가는 배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어민의 삶이다. "맹골도 주변은 물살이 세 미역과 오징어 맛이 좋다. 여름 다음으로 이맘때가 풍어 시기"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질긴 생활력과 삶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시간이 멈춘 듯 모든 이가 조심스레 숨죽이며 살아가던 진도. 주민들은 '보배의 섬(珍島)'이란 진도의 말 뜻대로 1년 내내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관광객으로 넘실대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업을 위해 출항하는 어선
숭어, 미역, 다시마, 울금, 구기자 등 진도 땅에서 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진도읍의 상설시장. 이곳은 지난해 8월 중소기업청이 '진도 소상공인 사랑 캠페인' 활동을 벌인 곳이다. 중소기업청은 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1억 원어치의 진도 특산품과 3500만 원어치의 생필품을 구매해 진도군 내 복지시설 10곳에 기부했다. 박휘철 상인연합회 회장은 "이 작은 동네에서 주민들이 사주는 것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렵고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상설시장은 지난해 1월 화재로 22개 점포가 불타 없어지면서 임시 건물을 지어 장사를 하고 있다. 거기에 세월호 사고가 겹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진도 주민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진도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로 피해를 본 상인들한테 보상을 해준다는데 시장 상인들은 지인들끼리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그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다. 또 중소기업청에서 소상공인 자금을 지원하지만 우리는 빚이 있어 대출받을 형편도 못 된다."
박 씨는 예전처럼 진도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 바람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비가 내리는 오후에도 방문객을 기다리는 상설시장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아픔 딛고 먹을거리·볼거리 넘치는
보배의 섬 되찾기
진도군청 기획조정실 오귀석 주사는 진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진도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언론에서 진도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달라"며 진도 울금차를 건넸다. 얼마 전 출시한 '한뿌리 울금차'였다. 진도군과 CJ제일제당은 진도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끝에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진도 울금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군에서 이마트 측에 유통을 제안했고, 좋은 취지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이마트 측에서도 선뜻 수락했다.
이 밖에도 진도군청은 4월 27일 개최되는 도민체전을 유치해 진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또 5월 있을 진돗개 페스티벌 등 진도의 전통 축제를 꾸준히 개최해 진도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오 주사는 "미안함 대신 즐거운 마음을 안고 진도를 찾는 이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기관에 추석과 설에는 진도군청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진도몰'을 이용해 진도산 농수특산물을 구입할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진도몰의 판매액은 지난해 4월 700여만 원에서 8월 5억여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진도 범군민대책위원회 박준영 홍보국장은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기준안에 진도군의 농수특산물 판매와 관광객 감소에 따른 손실 보상 지원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진도 경제 부흥을 위한 정부의 꾸준한 지원을 호소했다.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 모인 관광객
전남도청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0월 전남도는 ㈜진도관광호텔 등 5개 기업과 471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한방 막걸리 수출, 관광호텔 및 워터파크 건립 등 다각적인 활동을 전개해 진도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방침이다.
진도의 동남쪽 땅끝 마을에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다가 있다. 해저에 형성된 사구가 극심한 조수간만의 차로 약 한 시간 동안 해면 위로 드러나면서 바닷길이 난 것처럼 보이는 것. 진도 사람들은 회동마을에 살던 뽕할머니가 호랑이를 피해 모도마을로 떠난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용왕에게 빌어 두 마을 사이에 바닷길이 열렸다는 전설을 믿는다. 전설이 축제가 된 이곳에서 지난 3월 열린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는 61만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다.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관광객들은 낙지와 조개 등을 잡으며 신나게 놀았고, 진도 주민들은 바람의 신인 '영등신'에게 한 해의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했다.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듯 진도를 찾는 발걸음이 많아지기를, 진도 경제가 활로를 찾기를 기대해본다.
전남 자원봉사센터 이성태 사무국장
"세월호 사고 1년, 진짜 달라진 대한민국 모습 보여줘야"

지난해 11월 20일 전남 진도군청에 설치된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해체되기까지 219일 동안 팽목항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묵묵히 유가족들을 돌본 이가 있었다. 전라남도 자원봉사센터 이성태 사무국장. 그는 지난 3월, 그날의 기억들을 책으로 엮은 <팽목항 자원봉사 리포트-219일간의 잊을 수 없는 기록>을 발간해 관공서 등에 무료로 배포했다. 4월 6일 전남도청 자원봉사센터에서 이 국장을 만났다.
"세월호 사고는 기록을 남기지 말자."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누군가에게는 너무 큰 고통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초기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시간을 함께 견뎌낸 사람들의 노고를 기리고, 유사한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리포트를 발간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포트에는 219일간의 봉사 일지와 센터 운영 수칙, 자원봉사자들의 수기와 사진 등이 담겼다.

▷진도군청 근처의 상설시장 상인들은 예전의 활력 넘치는 시장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는 사고 발생 당일 진도로 내려가 실내체육관에 자원봉사센터를 꾸리고, 팽목항에는 다음 날 천막을 쳤다. 이 국장은 당시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진도 수칙'을 만들었다. 유가족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을 것, 유가족이 화를 내면 조용히 들을 것, 기업은 자원봉사를 홍보하지 말 것, 봉사자 간 격려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다. 그는 "봉사자들에게는 고무장갑 등 봉사 물품도 직접 챙겨오게 했다. 현장에서 물품 낭비를 줄이고 자기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책임감을 갖고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일 동안 7000여 개 단체, 6만 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봉사자가 다치는 2차 사고를 막고 봉사자의 심리 치료를 하는 것도 신경 써야 했다. "봉사자들 역시 밥 먹는 것 하나에도 눈치를 보고,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거기에다 계속해서 안타까운 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으니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정신적인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 국장은 후원 물품 관리는 진도군청에서, 성금 모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하도록 하는 등 역할을 배분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심리치료센터에서 봉사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월호 사고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봉사활동은 시민의식이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젊은 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음을 얻길 바랐다."
그는 앞으로 국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피해자의 감정에 이입돼 지나치게 슬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금방 그때의 사고를 잊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고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
이 국장은 정부에 대한 바람도 언급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과 같다. 재난과 재해에 대비해 사회적,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세월호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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