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적 속, 섬인 듯 산인 듯 여러 개 우뚝 선 물체 위로 구름 몇 점 둥실 떠간다. 그림인 듯 아닌 듯, 수묵화 느낌의 쪽빛 평면 염색 작품. 이뿐인가 . 베개· 이불 등 침장류와 생활소품, 의류 등 화려한 색감과 조형적 다채로움을 표현한 작품들이 한껏 자태를 뽐낸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기획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연염색 작품전.
5월 11일 오후 2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옛 회진초등학교 폐교부지에 자리한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기획전시관. ‘천연염색으로 물들이다-색울림 합창’이란 제목의 전시가 한창이다. 5월 7일 시작해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엔 김민숙, 김월숙, 성미숙, 안후정, 윤승자, 홍성숙 씨 등 6명의 여성 작가가 각기 10여 점씩 출품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 이은 2차 전시다. 참여 작가 중 막내인 안후정(46) 씨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다 육아 문제로 경력이 단절됐는데 3년 전 지인의 권유와 격려로 천연염색에 입문케 됐다”며 “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닌 6명의 작가가 한데 어우러져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자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고 말했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천연염색전문재단인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이사장 강인규 나주시장)이 운영하는 전문박물관. 재단은 친환경 천연염색 기술과 관련한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 관련 자료의 수집· 관리·보급 및 조사 연구, 산업 진흥, 한국천연염색박물관 운영을 주목적으로 2006년 4월 설립됐다.

▷2층에서 내려다본 박물관 1층 로비의 누에고치 조형물.
한국천연염색박물관 '색울림 합창' 기획전 한창
나주(羅州)는 도시 명칭부터 직물 염색과 관련이 깊다. ‘羅’자는 비단을 뜻하고, 나주의 옛 이름 금성(錦城)과 대표적 산인 금성산(錦城山),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자리 잡은 뒷산인 잠애산 등이 모두 비단과 누에고치를 상징한다. 이는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영산강 유역은 뽕나무와 쪽을 재배하기에 딱 맞는 환경. 이러한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나주에선 예부터 비단 직조와 천연염색 기술이 발달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이런 나주의 진면모는 박물관 1층 로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로비 중앙엔 표백한 누에고치를 우리 고유의 오방색(五方色 : 5개 방위를 상징하는 색)으로 염색한 뒤 LED 조명으로 비추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13년 나주에서 개최된 국제농업박람회 당시의 출품작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김대국 문화정책팀장은 “관람객들이 ‘예쁘다’며 몇 개씩 집어가는 바람에 누에고치 양이 적어져 조만간 더 많은 양을 염색해 전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2006년 9월 문을 연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은 천연염색의 무한한 가능성을 하나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곳이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맥이 끊겨가던 나주 천연염색 전통의 계승 및 발전을 위해 세워진 이곳은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3500㎡ 규모로 국내 최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제품 판매장인 뮤지엄숍, 천연염색을 직접 체험 하는 체험장, 게스트하우스 등을 두루 갖췄다.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은 연간 7만 명가량. 유치원생부터 청·장·노년층을 아우른다. 방문 목적은 천연염색 체험, 천연염색 제품 및 염료 구입, 천연염색 작품 감상, 천연염색 배우기 등 다양하다.
1층 상설전시관에선 천연염색의 역사와 함께 천연염색 이론을 접하고 배우면서 우리나라 천연염색 유물과 세계 각국의 천연염색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층에선 다양한 쪽의 종류와 쪽 염료를 만드는 과정을 모형을 통해 배울 수 있으며, 쪽 염색물과 산업화된 천연염색 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층 기획전시관에선 매년 5차례의 초대전과 기획전, 대한민국 천연염색 문화상품대전 등이 열린다.
체험장은 200명이 동시에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세척용 싱크대, 염료 추출용 버너, 찜통, 염색통, 건조기구 등 최신 맞춤 설비를 갖췄다. 해마다 2만 명가량이 방문해 유료 체험을 할 정도로 각광 받는다.
박물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대표적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나주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무료로 천연염색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천연염색 체험.
염색 체험 · 작품 감상 등 연간 7만 명 방문
한편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은 주요 사업으로 천연염색 산업인력 양성, 공방 창업을 지원한다. 전국에 21개 협력기관을 지정해 천연염색지도사 민간 자격증제도 주관하는데, 5월 현재 750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천연염색에 대한 체계적 지도와 신기술 보급의 첨병 구실을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천연염색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나주의 천연염색은 1, 2, 3차 산업이 융합된 6차 산업으로 나주시가 세계 최대 천연염색 도시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을 중심으로 인근에 세계 최대 천연염색 시설이 만들어졌고, 이 덕분에 천연염색의 도시라는 대표성을 지니게되고, 관련 인프라가 필요한 기업들의 나주 이전과 작가들의 전입 문 의가 늘고 있는 것.
이영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장은 “나주시가 세계 1등 상품으로 꼽을 수 있는 게 천연염색이고, 그중 핵심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라며 “앞으로 우리 고유의 천연염색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을 방문해 천연염색을 배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사자성어는 세계 천연염색의 메카로 비상하는 나주에도 썩 잘어울리는 표현인 듯싶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http://www.naturaldyeing.or.kr

글 · 김진수 (위클리 공감 기자) 20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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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