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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0월 31일 오후 KTX 창원중앙역. 택시를 타자마자 경남 창원 창덕중의 자유학기제 총괄 운영자인 이종수 교사(연구부장)의 조언대로 "25호선(창원시 의창구 용동과 동읍을 잇는 국도 25호선 대체 우회도로)을 따라 가주세요"라고 말하니 1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창덕중학교 현관 전광판에 '자유학기제 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방문객용 슬리퍼를 신고 1학년생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에는 자유학기제 소개 책자와 전시물이 보였고, 한쪽엔 동문인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가 지원한 학교역사관도 있었다. 이 교사를 기다리며 그가 이메일로 보내준 '창덕중 자유학기제 운영계획서'를 들춰봤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창덕중은 2013년부터 농산어촌 중규모급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 운영 모형을 적용한다.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체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창덕중은 1학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주로 오전에 교과 수업, 오후에 자유학기제 활동을 한다. 월요일은 예체능수업, 화요일은 주제선택 활동 1(스토리텔링 수학·국어수업), 수요일은 진로와 직업수업, 목요일은 꿈 동아리(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진로탐색 동아리), 금요일은 주제선택 활동 2(7개 프로그램)를 운영한다.'

 

기타 연습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기타와 색소폰반’에서 김경민(기타) 양과 지서연(보컬) 양이 함께 노래 ‘여행을 떠나요’를 신나게 불렀다.

 

'주제선택 활동 2' 7개 프로그램
금요일 오후 2시간 동안 운영

분여를 기다렸을까. 감색 점퍼를 입은 이 교사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고생하셨네요. 오늘은 '주제선택 활동 2'가 진행돼요. 학교에서 제안한 13개 프로그램 중 1학년생 152명이 선택한 7개 프로그램이 운영되죠. 협력기관에서 지원해주신 세 분, 저희가 채용한 두 분, 학교 선생님 두 분이 맡으셨어요. 벌써 2시가 됐네요. 한번 보시겠어요?"

이 교사의 안내로 먼저 '그릴 자유반'을 갔다. 학생들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흥미를 느꼈는지 연신 복도를 내다봤다. 수업은 교사가 설명을 한 뒤 아이들이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교사는 "이 학생들은 그간 웹툰 작가, 신문사 화백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발표수업

▶‘드라마로 보는 역사반’ 학생들은 카메라 플래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교사의 설명과 영상에 집중했다.

 

한창 모둠을 짜느라 바쁜 '세계사와 대중음악반'을 뒤로하고 '드라마로 보는 역사반'을 관찰했다. 학생들은 카메라 플래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교사의 설명과 영상에 집중했다. 교실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다음 '기타와 색소폰반'이 진행되는 도서관으로 가자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소녀들은 이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빠가 기타를 가르쳐주신다고 했는데 바쁘셔서 그러지 못했는데, 학교에서 배우게 돼 좋아요. 서연이랑 친해진 것도 좋고요, 작곡가가 꿈이라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싶어요."(김경민 양)

"확실히 중학생은 초등학생과 달리 공부 스트레스가 더 많은데요. 이런 취미를 만들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 노래를 즐기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지서연 양)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가 이어졌다. 수업이 흡사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한 장면 같다.

"개사는 멜로디만 따오고 가사를 따로 붙이는 일인데 개사를 할 때는 생각을 해야 해. 기술과 예술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이경찬 교사)

"기술자와 예술가는 다른 사람이에요. 크크."(학생)

"예술은 뭔가 필(Feel)이 오잖아요. 하하."(학생)

"응, 맞아. 기술과 예술의 차이는 독창성이야. 예술은 '단 하나'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지. 그런 점에서 예술은 진정성이 있어야 해. 너희가 하는 개사도 그래야 하고."(이경찬 교사)

다리를 꼰 아이, 소매로 안경을 닦던 아이, 기타 줄을 튕기던 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난타반

▶‘난타반’에서 10여 명의 학생들이 9, 10월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연습한 난타 합주곡을 연주했다.

 

이번에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난타반'으로 향했다. 학생들이 일주일에 두 시간 즉, 자유학기제가 진행된 두 달 동안 총 16시간만 연습했는데도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를 낸다. 쉬는 시간마저도 북 언저리를 맴도는 조하은 양의 꿈은 뭘까. "백댄서가 되고 싶어서 난타를 하며 리듬감을 키운다"는 그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꿈 동아리를 하면서 뮤지컬 안무가 분을 만났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요. 꿈을 펼치고 싶어 난타를 배우는데 2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아쉬워요."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의상디자인반'. 실습이 한창이라 말 붙일 틈이 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난 뒤 생글생글 웃는 송태준 군에게 다가가 같은 질문을 했다.

"화가가 꿈이에요. 직업체험을 하면서 제가 다니던 미술학원 선생님을 만났는데요. 미술뿐 아니라 공부도 잘해야 한다고 알려주셔서 공부도 열심히 해요. 전 목표가 있어요(웃음)."

참관을 마친 뒤 학교를 나와 택시를 기다렸다. 콜택시 회사 대여섯 곳에 연락했지만 외진 곳이라 택시가 없단다. 20분 만에 잡아탄 택시 안에서 난타반 학생의 말이 떠올랐다.

"학교 주변에서 뭘 하기가 어려워요. 자유학기제 동안 실컷 뭔가에 빠지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2시간만 난타를 배우는 건 너무 부족하지 않나요?"


학부모·교사들의 말… 말… 말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양한 것을 배우다 보니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요." | 구혜진(42·조하은 양 어머니) 씨

"학생들이 충분히 이 기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시간을 더 늘리고, 전문 역량이 있는 교사들을 더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 박경연(43·송태준 군 어머니) 씨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 동안 아이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아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보면 이때 아이들에게 학업 동기가 생겨 더 열심히 공부해요. 믿고 맡겨주십시오." | 이종수 연구부장

"이 기간 동안 시험을 보지 않아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다양한 탐구활동과 토론활동을 진행할 수 있어요. 역량을 발휘해 좋은 수업을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 이희운 역사 교사


· 이혜민(위클리 공감 기자)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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