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어서 오세요."
미용실에서 풋풋한 아이들이 직접 손님을 맞는다. 손님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자리로 안내한 뒤 헤어드라이기로 손님 머리를 야무지게 만진다. 미용선생님 곁에서 보조 역할을 해보기도 한다. 미용사를 꿈꾸는 열네 살 아이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학생들을 만난 곳은 학교가 아닌 미용실이었다. 직업체험이 끝나고 아이들과 동행했던 학부모가 소감을 묻자 처음에는 수줍어하며 어색해하던 아이가 "오길 잘했어요. 사실 이런 건 나랑 별개인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도 일원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꿈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는 것보다 현실에 부딪히며 원하는 직업을 몸소 체험하면서 성장하길 기대하죠."
경기 안산시 신길중 박헌순 교감의 말처럼 학생들은 학교와 연계된 지역 상점 및 기관들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직접 경험하고 있었다. 자유학기제는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 학생들이 진로·직업체험을 하며 자율적으로 원하는 꿈을 찾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신길중은 2013년부터 시범학교로 선정돼 3년간 자유학기제를 운영해왔다. 시행 초기에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1학년 2학기)만 자유학기제가 운영돼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신길중은 1학년 1학기는 자유학기 준비기, 1학년 2학기는 자유학기, 이후 2, 3학년에는 자유학기 연계기로 두고 자유학기제가 일회성 체험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계속 진로를 탐구하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길중 학생들이 진로적성 선택수업의 일환으로 학교와 연계된 미용실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적성 찾기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
자유학기제 준비기인 1학년 1학기에는 학부모와 학생이 자유학기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창의적 체험활동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자유학기제가 끝난 2학년부터는 교내 26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계속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도록 지도한다.
교육과정은 오전에 진행하는 기본교과 교육(총 20시간)을 기본으로 월·화요일은 예체능 프로그램(각 2시간), 수요일은 교과 선택수업(3시간), 목요일 진로적성 선택수업(3시간), 금요일은 진로·인성 프로그램(2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교과 수업도 판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과 조별 활동 등 직접 생각할 수 있는 형태의 교육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이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앞서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학부모 지원단과 논의하고 있다.
신길중 자유학기제 운영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바로 학부모다. 신길중은 원활한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 학부모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1학년 전체 인원 231명 중 55명의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담회도 4차례 열었는데 약 200명의 학부모가 참석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특히 학부모 지원단은 지역에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직접 발굴했다. 현재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관 및 업체는 유치원, 병원, 파출소, 애견센터, 미용실 등 31곳에 이른다. 학생들은 4~10명이 한 팀을 이뤄 소규모로 각 기관이나 업체를 방문해 현장에서 관련 업무를 경험한다.
학부모 지원단 단장을 맡고 있는 홍현미(41) 씨는 "우리 동네 사람이라면 신길중 학생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역의 기관, 상점들과 밀접하게 연계해 직업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며 적성을 찾을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길중의 학부모 지원단은 주변 중학교에서 찾아와 운영 비결을 배워갈 정도로 자유학기제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교과 선택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조별로 직접 건축물모형을 조립하는 모습.
한편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주변의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길중 학부모와 교사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입을 모았다.
홍 씨는 "예전에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누가 시키기 때문에 했다면, 이제 아이들에겐 목표가 생겼어요. 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까지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학습 태도가 훨씬 좋아졌죠."
이어 그는 "학부모 모임에서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자녀 교육에 올바른 잣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들 해요. 저도 학부모 지원단을 하면서 많이 변했고요. 오히려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자유학기제와 같은 교육과정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길중 박헌순 교감은 "앞으로 자유학기제의 본질을 이해해 수업을 바꾸고 학교를 변화시켜서 학생과 지역사회가 더불어 성장하는 전인적인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인터뷰 | 신길중 1학년 김정우
"자유롭게 실험하고 토론하며 공학도 꿈 키워요!"
어릴 때 비행기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설?다는 김정우(14) 군. 꿈이 무엇이냐는 말에 항공기를 개발하는 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과학 시간이다. 자유학기제에 접어들어서는 정우 군은 더욱 신이 났다. 판서식이 아닌 실험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가 되면서 교과서를 보고 이론을 배우는 게 아니고요. 한 실험 주제를 두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실험을 잘해낼 수 있을까 친구들과 같이 고민해요. 과제가 주어지면 책이나 자료를 직접 찾아서 해결하는데, 재밌고 해내면 정말 뿌듯해요."
경기모바일과학고에서 하게 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김 군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앱 개발 같은 건 내가 할 수 없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여겼는데요. 실제로 해보니 개발 과정이 재밌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조별 활동이 많기 때문에 친구들과 협력할 일이 많아져서 친구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학기제는 성실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전보다 더 성실해진 것 같다"며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다"며 웃었다.
글 · 박샛별(위클리 공감 기자)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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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