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연극 <프랑켄슈타인>이 한국을 찾았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여성작가 메리 셸리가 열아홉의 나이에 쓴 작품으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를 극작가 닉 디어가 2011년 연극으로 각색했고, 그해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초연에는 BBC 드라마 <셜록>의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미국 CBS 드라마 <엘리멘트리>의 배우 조니 리 밀러까지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비평가협회상,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 올리비에 어워드 등 여러 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판 <프랑켄슈타인>의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작품을 재해석했다. ‘피조물’이 ‘버림받지 않고 사랑받기 위해 지독히 몸부림치는 간절함 혹은 집착을 가진 존재’임을 강조했다. 등장인물에도 변화가 있다. 원작에서는 남자였던 눈먼 노인 ‘드레이시’와 ‘무슈 프랑켄슈타인’을 여성으로 바꿨다. 괴물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 더 강한 ‘모성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흉측한 괴물’도 이성과 감성을 모두 지닌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인간으로 그리고자 했다.

이 작품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고, 절망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을 찾고자 한다. 피조물과 그의 창조자 빅터가 만나 생명, 창조, 사랑, 인간의 원죄 등 심오한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그 절실함은 극에 달한다. 그 안에 담긴 ‘인간성’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도 뚜렷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화제다. ‘피조물’을 연기한 박해수에게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맥베스>로 대학로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 박해수는 괴물의 내면을 표출하기 위해 역동적인 신체극을 마다치 않는다. 차츰 언어를 배워가는 ‘피조물’의 성장과정도 실감나게 표현했다.
글·김영문 기자 2014.10.27
기간 11월 9일까지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문의 ☎ 02-766-6007
오은하의 지구별 관측소
<마담 뺑덕> 고전 비틀기
늘 모시고 다니던 이몽룡 도련님을 제치고 러브스토리 전면에 선방자, 콩쥐와 늘 갈등을 빚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여린 팥쥐. 영화 <방자전>(김대우, 2010)과 드라마 <내사랑 팥쥐>(이진석, 2002)의 고전 뒤집기는 흥미로운 시도다. 최근 개봉한 <마담 뺑덕>(임필성, 2014)은 <심청전>을 심학규와 뺑덕의 입장에서 다시 서술한 것이다. 원작에서는 끼니도 못 챙기는 무능한 아버지에 욕심 사나운 후처 뺑덕어멈의 구박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던 심학규가 이번에는 ‘나쁜 남자 심학규’로 변신한다.

명문대 국문학과의 심학규 교수는 성추행 누명을 쓰고 자리에서 밀려난다. 외진 시골마을에서 동네 노인들에게 문학 강의를 하며 추레한 나날을 보내다가 놀이공원 매표소의 ‘덕’이라는 청초하고 순진한 처녀를 알게 된다. 유부남이면서 덕이의 몸과 마음을 잔뜩 설레게 한 심학규가 훌쩍 떠나버리자, 그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덕이의 그리움은 배신감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뀐다. 원래 주인공인 ‘청’이는 제대로 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 <심청전>은 말하자면 <뺑덕전>으로 재탄생한다.
뺑덕은 천진한 처자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건 악녀로 변신한다. 그러나 모호한 것은 그녀가 여전히 심학규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쓰레기를 먹일 만큼 증오하지만 연애시절 심학규가 선물한 킬힐을 절대 벗지 않는 덕이는 복수심을 벼리는 것일까, 사랑의 기억을 더듬는 것일까? 순정을 다한 처자가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복수의 칼을 가는 이야기 구조는 우리 멜로드라마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마담 뺑덕>에서는 특이하게도 이 여자가 관객의 감정이입을 흠뻑 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제3자로, 그리고 악녀로 그려지는 점에서 새롭다. 사랑을 배신당하고 게다가 엄마마저 희생됐으니 덕이에게는 복수의 충분한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할 따름이다. 어찌 보면 사랑의 모습이 다만 변했던 것일 뿐, 악녀라는 라벨은 여린 덕이에게 적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글·오은하(매스컴학 박사·<코리안 시네마 투데이> 필자)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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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