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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폼페이 최후의 날’ 서울서 보다

2한남성이 몸을 한껏 웅크려 두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고개를 파묻은 여성도 있다. 목줄을 매단 채 몸을 꼰 개나 옆으로 뉘어진 돼지사체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절규가 느껴지는 듯하다.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유골들은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약 2천년 전인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폼페이 시민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화산 폭발 이후 폭풍처럼 몰아쳤던 화산재로 6미터 지하에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로마제국의 폼페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마시대 가장 화려한 항구도시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폼페이의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생활을 보여주는 전시다. 로마문명의 절정이 담긴 유물들이 여기저기서 발길을 붙잡는다. 노예 여인이 찼던 화려한 금팔찌와 장신구, 금은화, 음식을 담던 항아리, 다양한 신(神)을 표현한 조각상, 아기자기한 공예품, 까맣게 탄화된 빵과 곡식 등 298점의 유물이 전시됐다.

화려한 벽화가 남긴 부유한 해상도시 흔적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볼거리는 거대하고 화려한 벽화들이다. 해상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온 시민들의 저택을 장식했던 것들이다. 꼬마 아이들은 벽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신기하다는 듯 까만 눈망울을 굴렸다. 유치원에서 견학을 온 이아영(7) 양이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사라졌다”고 또박또박 말하자 옆의 친구들은 너도나도 안다며 아우성이었다.

마지막은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 시민들의 참상을 구현한 전시관이다. ‘캐스트’라 불리는 복원 방법으로 부패한 사체 위에 뒤덮인 화산재 구멍 사이로 석고를 부어 그대로 재현했다. 인천에서 온 박호성(34) 씨는 “그 당시 느낌이 실제인 것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250년 넘게 발굴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폼페이 유적의 절반은 2천년 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글·박지현/사진·김상호 기자 2014.12.29

 

기간 2015년 4월 5일까지
장소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문의 ☎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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