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3월.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이성호(47) 씨 집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들어온 이 씨와 아내 최미경(47) 씨의 품에는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를 가진 갓난아이가 안겨있었고, 장성한 두 아들은 아기를 신기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막내 한아(3)가 입양돼 이 씨네 집 식구가 된 날이다.
어머니 최미경 씨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고 운을 뗐다. “우리 아이(친자)가 있어도 입양하고 싶기도 했고, 고아원을 운영해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아버지 이성호 씨는 “사실 애들이 모두 아들이라 딸이 있었으면 했습니다”라는 다소 솔직한 대답을 하며 머쓱해 했다. 이 씨 부부가 입양을 진지하게 아들들에게 털어놨을 때는 부부 모두 40세였던 2007년이었다.
큰아들 이한준(21) 씨는 반대했다. “그냥 엄마가 낳으면 안 돼요?” 이유는 입양한 아이가 자라면서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상처받을까 두렵다는 것이었다. 한준 씨와 차남 한규 씨는 당시 겨우 중학생과 초등학생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심했다. 최씨는 “이제 아이들 다 키워서 운동, 여행도 다닐 수 있는 그런 여유를 왜 버리느냐는 거였죠”라고 말했다.

그러다 5년 뒤인 2012년 이성호 씨의 회사 동료에게서 딸 둘을 입양한 얘기를 들었다. 큰아들 한준 씨도 아버지 동료의 아이들을 보고는 입양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씨 부부는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입양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나이가 크게 문제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차남인 한규 군은 “한아가 처음 온 날 보니 우리 가족하고 얼굴이 너무 닮은 거예요. 식성이나 성격마저도 너무 닮아서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익숙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 최 씨는 한아를 너무 자주 업다가 디스크가 재발해 수술을 감행해야 했다. 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아이는 불안해 했다. 아이의 안정을 찾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빠와 오빠 둘은 열심히 안아주고 업어주며 서‘ 툰’ 육아로 정성껏 보살폈다.
어느 날이었다. 한아가 아빠를 알아보고 안아달라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이 씨는 가슴이 터질 듯했다고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발을 동동 구르며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리면서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실 거예요. 정말 가슴 벅차거든요.”
“집안의 세 남자가 아기에게 푹 빠졌어요”
여유로운 시간은 없어졌지만 한아 덕에 이 씨네 집은 웃음꽃이 만발한다. “주변에서 행복한 게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해요.”
집안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버지 이 씨는 주말 내내 거의 딸과 떨어지질 않는다. 어머니 최 씨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애아빠가 청소며 집안일이며 마다 않고 다해 준다는 거죠”라며 크게 웃었다. 두 아들도 학교에 갔다 오면 아이 옆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최 씨는 ‘약간의 질투’도 느낀다고 했다. “아니, 세 남자가 한아에게 푹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니까요. 서운하죠. 호호.”
배로 낳은 자식과 가슴으로 낳은 자식은 최 씨에게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저한테 한아는 잠시 남의 배를 빌린 제 아이인 것 같아요. 가끔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이 됐다는 감사함 때문에 목이 메어요.” 최 씨는 다시 감격스러운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씨는 입양을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입양 가족의 조언을 들으면서 결정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입양한 후에는 상상한 것 이상의 행복이 찾아올 거예요.”
이 씨네 가족은 5월 중 나들이를 간다며 들떠 있었다. “한아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은 다 남겨놓고 싶어요. 이제 말문이 터져서 한아가 의사를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한아가 말을 하게 되면 이 씨네 집안은 더욱 시끌벅적해질 것 같다.
글·박지현 기자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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