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올해 대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하은(19) 씨의 기숙사 룸메이트는 어머니다. 어릴 때 사고를 당해 다리와 팔이 불편한 딸을 옆에서 돌보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울릉도의 집을 떠나 학교 측 배려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 입학 전까지 그의 등·하교는 아버지의 몫이었다. 울릉도 내 한 중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는 매일 딸과 함께 출근해 딸을 업고 교실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부산에 사는 이진섭(50) 씨의 아들 균도(22) 씨는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덩치는 커도 지적수준은 4세 정도다. 24시간 아들 돌보기에 지친 균도 엄마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부자는 걷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부자는 마침내 전국일주를 마쳤다. 초기 직장암까지 가진 이 씨가 아들의 손을 잡고 걸은 거리는 3천 킬로미터. 전국을 발로 누비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균도 부자의 노력은 ‘장애아동복지지원법’(2011년 8월) 제정의 계기가 됐다. 가족의 힘이 장애를 넘고 세상도 움직인 것이다. 없던 힘도 나게 하고, 때로는 기적 같은 일도 만들어내는 것이 가족이다.
부대끼고 살다 보니 종종 서로 상처도 주지만 결정적일 때 힘이 되어주는 가족. 때로는 같은 회사 사원들끼리 연대감을 강조하여 ‘가족’이라고 칭하기도 하나 어머니, 아버지와 같은 반열로 가슴에 뭉클 와 닿는 가족이란 그와 분명 다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가족
함께 살지 않아도 가족임에 분명한 관계가 적지 않으나, 지난 몇십 년간 우리 사회의 가족 형태는 소가족·핵가족화란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족은 1970년 전체 가족의 55.5퍼센트에서 2010년 49.4퍼센트로 감소했다. 반면 부부로만 이뤄진 가족은 같은 기간 5.4퍼센트에서 20.6퍼센트로 크게 증가했으며, 한부모와 미혼 자녀 가족은 10.6퍼센트에서 12.3퍼센트로 늘었다. 조부모까지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은 17.4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감소했다. 평균 가구원 수 역시 1980년 4.62명에서 2010년 2.69명으로 감소, 4인 가구 시대가 가고 2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다문화가족, 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닌 입양가족이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가족 개념에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의 김유경 연구원 등이 지난해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변화에 대한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 가족의 의미를 서‘ 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 응답이 남녀 모두 가장 많았으며(남자 44.2퍼센트, 여자 49.2퍼센트), 다음은 ‘조상을 같이하는 피로 맺어진 사람들의 모임’(남자 32.7퍼센트, 여자 25.4퍼센트), ‘도우며 사는 사람들의 모임’(남자 13.9퍼센트, 여자 14.7퍼센트)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연령별로는 40~50대보다 20~30대에서 혈연보다 사랑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인식에 있어 성별·세대별 감성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족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남성은 역시 ‘혈연’(38.3퍼센트)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안식처’, ‘애정’, ‘따뜻함’ 순으로 많은 반면 여성은 ‘안식처’(31.3퍼센트)가 가장 높았고 다음이 ‘혈연’, ‘애정’, ‘따뜻함’ 순이었다.
하지만 남녀 모두 ‘개인적 관심보다 가족의 관심을 더욱 중요시’(86퍼센트)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신보다 가족을 중시했다. 가족관계 중요도는 배우자가 64.3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친부모, 자녀 순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기르는 의미에 대해서는 ‘가족의 결속 든든하게 하기’(42퍼센트), ‘자녀를 키우는 일의 즐거움’(37.5퍼센트)에 반해 자녀를 갖는 전통적 의미였던 ‘가문의 대 잇기’(6.7퍼센트), ‘노후 안심’(2.8퍼센트) 등은 매우 낮았다.
노부모와의 동거는 감소하는 추세이나 교류는 지속적이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2012년) 과반수 이상이 따로 살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만나고, 90퍼센트 이상이 한 달에 한두번 이상 통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형태가 소규모·핵가족화하지만 가족은 여전히 삶의 중심이고, 과거의 혈연 중심에서 사랑이나 보람이 중시되는 관계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노부모와 자녀 동거 비율 감소에 따른 돌봄 기능의 약화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노부모에 대한 돌봄 기능은 사회적 지원 필요
김유경 연구원 등은 전화설문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동 연구보고서 <가구·가족의 변동과 정책적 대응방안 연구>에서 “가족의 돌봄 기능이 사회화되고 분담된다 하더라도 자녀 돌봄의 주된 기능은 가족에서 쉽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반면 노부모의 경우 같이 살면서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사회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9월 1인 프로젝트 그룹 ‘런치송 프로젝트’는 신곡 ‘가족의 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뮤직비디오에는 힘들고 지친 표정의 가족들이 어머니가 차린 밥상 앞에 모여 금세 환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요즘 도시의 1인 가구들 사이에 ‘집밥’이 유행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가족 형태는 달라져도 가족의 가치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공감대일 것이다. 성공하고 잘나지 못해도, 지지고 볶더라도 함께할 때 더 좋은 가족. 새록새록, 의미가 새로운 가족이다.
“살면서 큰산을 넘어야 할 때 / 나 혼자 울고 싶을 때 /
변함없이 내 곁에서 / 손잡아주던 사랑 이제는 알아요 /
날 지켜준 고마운 시간들 / 사랑해요 입안에 맴도는 말 /
아프지는 말아요 / 언제나 바라보며 / 함께 걸어가기를…”
(노래 ‘가족의 힘’ 중에서)
글·박경아 기자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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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