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작은 마을이 있는 축령산자락에 비포장 도로가 보인다. 중형차로 덜컹거리며 800미터 정도 오르니 목재로 만들어진 오두막이 반긴다. 계단 식으로 조성해 둔 냇물의 ‘졸졸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축령백림(柏林·잣나무숲). 산림청이 2017년까지 전국에 조성하겠다고 한 18개 치유의 숲 중 하나다. 경기 가평군 상면 행현리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잣나무 유림지다.
숲길에 들어서자 창살을 고르게 꽂은 듯 하늘로 쭉쭉 뻗은 잣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늘씬한 미녀들이 곧게 뻗은 다리만 내놓은 듯 시원시원하다. 얇은 외투를 다시 걸쳤다. 고요 속 청량한 기운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나무들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노란 산수유가 풋풋하다. 마침 저 멀리 새의 지저귐이 적막을 가른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은 발바닥을 보송하게 감싸고 피톤치드 향에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오감이 활짝 열리는 것 같다. 숲길은 인적이 드물어 ‘성찰의 숲’ 또는 ‘사색의 숲’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모든 자연의 소리가 모아진 듯 절로 생각에 잠긴다.
축령산잣나무숲은 해방 전후 잣나무 묘목을 심어 조성한 채종림(採種林 : 우량한 조림용 종자의 생산·공급을 목적으로 조성 또는 지정된 산림)이다. 이 나무들이 자라 행현리 마을 사람들의 주요 소득원인 잣을 생산한다.
숲길을 따라 30여 분 정도 걷고 돌아오면 ‘잣향기 푸른교실’이 나온다. 잣나무숲 체험 공간이다. 하반기 개장 예정인 이곳은 만반의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다. 1960~70년대 실제 축령산에서 살았던 화전민 마을터에 너와집, 귀틀집, 숯가마를 그대로 재현해 뒀다. ‘힐링센터’에서는 실내 명상, 향토 온돌방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출렁다리’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숲길을 모두 돌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고즈넉한 향에 취하고 싶거든 바로 이곳이다. 홀로여도 괜찮다. 숲길은 외지지 않게 둘레길로 형성돼 있어 안전하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여러 곳에 있어 길을 잃을 위험도 없다. 혼자라면 되레 행복한 고독이 찾아올 숲이다.
글·박지현 / 사진·오상민 기자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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