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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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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메밀꽃 필 무렵>을 읽어 내려가는 구절마다 전해지던 감동을 기억하는가? 달밤에 하얗게 피어오른 메밀꽃과 장돌뱅이 허생원을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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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를 장식한 명작들이 생생한 공연예술로 재탄생했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오태석의 현대희곡 <백마강 달밤에>이다. 세 작품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할 명작들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에서 선보인다.

3이정명·이효석·오태석 대표작 재해석에 관심

<뿌리깊은 나무>는 이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재구성해 한글날 막을 올린 창작가무극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다.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주목받는 오경택 연출의 첫 창작가무극이기도 하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결합한 모던한 안무로 무대를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공연은 10월 18일까지다.

<메밀꽃 필 무렵>은 이효석의 단편소설을 재구성한 연극으로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공연한다. 봉평 메밀꽃밭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강원도 장돌뱅이 허생원의 추억과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 연출은 특유의 정겨운 우리말과 몸짓, 장단과 노래 등을 사용해 우리식 연극으로 풀어냈다.

오태석 연출은 이 작품을 청소년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인데 도시의 10대 아이들이 오일장을 봤겠어요? 보부상이라는 게 밤새 나귀 끌고 장에 가서 점심이면 이미 파장을 해요.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씩 걸치고 풋잠 자다가, 낮엔 더우니까 나귀 끌고 밤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이에요. 떠돌다 보니까 그들끼리 끈끈한 정이 있지.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이런 거예요.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다, 나 혼자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공동체의 한 부분이란 걸요.”

<백마강 달밤에>는 오태석 연출의 대표적인 희곡이다. 1993년에 초연되어 그 해 대부분의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다. 이승과 저승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리 전통 무속신앙과 시대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승에 남은 아내가 제사를 지내며 “당신은 지금 어떻게 지내시요”라면서 저승에 간 남편에게 말을 거는 순간이 작품의 시작이다. 10월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펼쳐지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소통과 화해, 용서를 이야기한다.

글·박지현 기자

문의 www.theateryong.or.kr ☎ 154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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