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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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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말 오후 오랜만에 대학로를 무심히 걸었다. 가을 초입이라고 하지만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볕이 아직은 따가웠다. 손에는 마로니에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이 건네준 연극 홍보 전단이 들려 있었다. 읽지도 않은 전단을 햇볕 가리개로 쓰면서 내심 “대학로도 많이 변했구나!”라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서울의 여느 도심 거리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대학로에는 150여 개의 소극장이 있다고 했는데, 대형 레스토랑이나 커피 체인점 등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대학로, 연극, 공연 이런 것들은 옛 명성에 불과했다.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는 관객보다 맛집을 찾고 옷가게를 쇼핑하는 관광객들이 더 많아 보였다.

대학로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혜화역 방향으로 가는데 아르코예술극장 앞에 있는 하얀 석고상들이 시선을 끌었다.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몰려 있었다. 한 남자가 안고 있던 딸에게 “사람일까? 인형일까?” 하고 물었다. 세 살쯤 돼 보이는 아이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똑딱이 카메라, 트럼펫, 책을 들고 있는 인간 석고상은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는 석고상을 한참 바라본 뒤에 아빠 귀에다 “인형이야!” 했다. 아빠가 “인형이구나!” 하고 활짝 웃으며 딸을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석고상 마임을 보고 난 뒤에 마로니에공원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공원 곳곳에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웃는 소리와 박수치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손에 들고있던 전단을 뒤졌다. 알고 보니 대학로 거리공연축제인 ‘2014 대한민국가을예술축제’의 프로그램 안내 전단이었다. 축제 안내를 보니 대학로 주변 곳곳에서 열리는 거리공연으로 행사가 이미 시작됐다.

나는 불과 몇 분 전 대학로 공연예술을 성급하게 판단한 것을 후회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순수 공연예술은 접하기 힘든 분야이다. 영화는 극장 상영이 끝난 뒤에도 인터넷으로 구매해 받아볼 수 있지만 공연예술은 막이 내리면 다시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공연예술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늘 관심을 갖지 않으면 좋은 작품들을 놓칠 때가 많다.

“대학로가 변했다”는 말보다는 한 편의 공연이라도 애정을 갖고 봐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공연 전단을 다시 살펴보았다. 예술축제 공연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 소개를 꼼꼼하게 읽었다. 축제는 끝나도 대학로 공연은 계속된다.

 

글·김연숙 직장인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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