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1

 

먹을 수만 있다면 품질이건 뭐건 따지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껏 배불리 먹는 일이 지상 과제였던 보릿고개를 지나 먹거리의 품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때가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이었다. 그리고 품질 문제는 지금까지도 계속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식품을 살 때 식품안전관리(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s) 인증마크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HACCP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 먹거리라는 이야기다. HACCP는 196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시작되어 1989년 HACCP 지침이 설정된 후 1993년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HACCP 시스템의 적용지침’이 채택됨으로써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오래 전 HACCP 마크의 쌍둥이 격이라 할 수 있는 ‘AFDC 표준 마크’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1960년대 후반의 일이다.

2

농어촌개발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의 광고 ‘품질관리제도 실시’ 편(경향신문 1969년 9월 10일)에서는 농수산 가공품의 품질관리 문제를 환기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는 ‘농수산 가공품 품질관리제도 실시에 대하여’라는 헤드라인 아래 악덕업자들로 인한 부정·불량식품이 범람해 시중에서 식료품을 구입할 때마다 진위를 가리는 데 곤란을 겪고 있어 정책당국이 고심 끝에 이 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본문을 보면 이 제도의 주요 골자, 품질관리를 위한 자세, 품질관리를 받은 제품을 소개하는 세 부분으로 나눠 농수산 가공품의 품질관리 문제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제도의 주요 골자 부분에서는 “표준 품질 마-크를 제품의 용기나 포장에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일반 농수산 가공업체에 대하여도 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라고 하면서 AFDC STANDARD 마크를 소개하고 있다. AFDC는 농어촌개발공사의 영문 이니셜이니 농어촌개발공사의 표준 마크인 셈이다. 품질관리를 받은 제품의 브랜드 이름이 재미있고도 정겹다. ‘무궁화표 사과넥타, 사과식초, 사과쨈, 도마도 쥬-스, 삼천리표 포도당, 산리표 포도주’ 같은 이름을 보라! 이런 제품들이 품질관리를 받은 제품이라는 것인데 요즘 말로 하면 ‘안전 먹거리’인 셈이다.

당시 농어촌개발공사는 아시아개발은행에 농수산물 가공을 위한 기술 원조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요청했고, 아시아개발은행은 수차례에 걸쳐 한국에 차관(借款) 제공을 승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농어촌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한 동시에 농수산 식품의 안전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위해(危害) 방지를 위한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인 HACCP가 안전 기준이 되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이미 1960년대에 AFDC 표준 마크를 도입했을 정도로 앞서간 정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먹거리안전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악덕업자들의 이윤 추구 심리를 막지 못한 탓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가족이 먹을 것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식품을 만들도록 하는 윤리 교육이나 가치관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김병희 (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2.24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