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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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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첫 내한공연 당시 최단기간 8만 관객을 동원하며 ‘프랑스 뮤지컬 신드롬’을 일으킨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12년 국내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이 있었지만 영어로 공연됐고, 프랑스어로 공연하는 것은 한국 초연 10년 만의 일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주인공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성직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내면적 갈등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당시 혼란스러웠던 사회상까지 그려낸 프랑스 대표 소설이다. 1998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인 이 뮤지컬은 한 편의 시 같은 가사와 ‘송 스루(대사 없이 노래로 이어가는 뮤지컬)’ 형식 등이 화제가 돼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중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맷 로랑은 1998년부터 16년간 950번 이상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 섰고, 2012년 전 세계 투어공연 때 콰지모도와 성직자 프롤로 역을 모두 연기한 제롬 콜렛도 한국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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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연출 등 제작 부문에도 신경을 썼다.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복잡한 연출 탓에 좀 더 돋보여야 하는 음악이 묻힐까봐 음악을 더 돋보이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질 마으는 “2005년 초연 당시 연출의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지만, 한국문화에 맞게 약간의 변화를 줬다”며 이번 공연의 특징을 설명했다. 12월 18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대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후 대전을 거쳐 2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 공연을 마무리한다.

글·김영문 기자 2014.12.22

기간 2015년 1월 4일까지
장소 대구 계명아트센터
문의 ☎ 053-422-4224

오은하의 지구별 관측소

영화 <퓨리>

일상이 된 전쟁의 ‘지옥’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패퇴하는 독일군 사이에 형성된 전선, ‘퓨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셔먼 탱크 안에 다섯 명의 미군 전사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벨기에에서, 프랑스에서 독일군을 죽였던 백전노장 워 대디(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이 팀은 탱크를 집 삼아, 그리고 팀원들을 가족 삼아 이젠 더 이상 목적도 이상도 알 수 없는 전쟁을 수행하며 유약한 팀 막내인 노먼을 ‘머신’으로 키워낸다.

고민도 없이 기계처럼 살인을 수행해 가는 워 대디이지만, “내가 데리고 있는 부하들은 아무도 죽어선 안 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마치 아버지처럼 탱크 안 네 명의 부대원들을 돌보고 이끈다. <특전 유보트>(볼프강 페터젠, 1981)의 잠수함처럼, <블랙호크다운>(리들리 스콧, 2001)의 전투기처럼, 퓨리는 마치 탱크 자체가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양 폐허가 된 전쟁터를 느릿느릿 지친 모습으로 행군해 나간다.

<퓨리>(데이비드 에이어, 2014)는 호쾌한 전차부대의 활약 사이로 전쟁의 일상성을 조망하는 영화다. 전투하다가 먹고 전투하다가 장난치고 전투하다가 여자를 찾아내 섹스하면서 성경구절도 외우고, 고귀한 것과 참담한 것, 절박하게 본능적인 것과 느슨한 놀이, 악행과 진지한 배움 등 삶의 모든 층위의 활동이 다 똑같은 차원의 일들인 듯 뒤섞여 이들의 삶을 이룬다.

그 와중에 1분에 몇백 자 타이핑을 할 수 있는가로 능력을 평가받던 애송이 청년 노먼이 점차 킬링 머신으로 변해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을 죽이는 일은 이제 그저 생업 차원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까지 망가진 이들이 복귀할 사회는 과연 존재할까? 더 도망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로에서 워 대디를 비롯한 팀원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퓨리와 함께 산화할 것을 택한다. 지옥에서 그냥 뿌리를 내리고 삶을 이어온 이들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글·오은하(매스컴학 박사·<코리안 시네마 투데이> 필자)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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