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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통일은 짝사랑이 아닌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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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취업난이 있나요? 취업 성형·다이어트도 하나요?”

요즘 취업난이 가장 큰 고민인 남한 청년들의 궁금증, 북한 청년들이 답했다.

“북한에선 일단 필요한 만큼 군인으로 빼가고, 학벌과 출신성분이 좋으면 대학 가고, 나머지는 부모 직업을 반영해 직장에 배치해요. 취업 걱정은 없는 대신 국가가 정해준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야 해요.”(방송인 윤아영 씨)

“배치된 곳에 출근 안 하면 회사 담당자가 한두 달 뒤 도끼눈을 뜨고 찾아와요. 남한 와서 취업성형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살까기(다이어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놀랐고요.”(방송인 유현주 씨)

12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 하이서울유스호스텔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남남북녀 수다’ 무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통일로 통하라 : 청년들의 통일수다’ 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 무대에는 대학생 등 2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아영·유현주·김아라 씨 등 북한이탈주민 방송인과 김혁 작가가 북한 청년을 대표해 올랐다. 청년위원회의 이상협·박주희 위원과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의 신보라 대표 등이 남한 청년들을 대표했다.

‘통일’이라는 묵직한 주제이지만 ‘청년’이 더해져서인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청년들의 통일수다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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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그 감각’ 넘치는 말투로 웃음을 유발한 유현주 씨는 취업성형 얘기가 나온 김에 ‘남남북녀’라는 말로 인해 겪는 고충도 덧붙였다. “방송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북한에서 와서인지 미인이시네요’라는 영혼 없는 멘트예요. 탈북여성 방송을 할 때도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맨 앞줄에 앉히는데 북한 출신 여성은 미모가 아니면 안 됩니까?” 그는 북한 말투로 “미모만 아는 더러운 세상” 하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청년위원회의 이욱재 위원(통일분과)이 일반 참석자들에게 ‘12월의 한반도’라는 주제로 사전 질문지를 받아 진행한 ‘남남북녀 수다’에서는 취업을 비롯해 연애, 데이트, 군생활 등 청년들의 일상과 관련한 질문이 많았다. 청년들답게 여친·남친 이야기가 수다의 중심이 됐다.

‘12월의 한반도’ 주제로 남남북녀 궁금증 문답

“북한에서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하는 말이 ‘너 10년 기다려줄래?’예요. 군복무 기간이 10년이니까요. 그런데 남한 와서 보니 고작 2년인데, 울긴 왜 우나요? 중간중간 휴가도 나오는데.”

이렇게 말한 유 씨는 남한 남성과의 첫 데이트 경험을 들려줬다. “인터넷에서 찾은 맛집이라고 40분 운전해 가보니 산채보리밥집이더군요. 북한에서 지겹게 먹은 게 산채에 보리밥인데.”

윤아영 씨는 “북한 남자들은 애정 고백도 스피디하고 박력 있다. 평소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살다 보니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때리기도 한다”고 했다.

김혁 작가가 변호에 나섰다. “북한 남자들이 생명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게 자존심이에요. 상대와 싸워서라도 여자친구를 지켜야 하는 게 남자라는 거예요. 물론 데이트를 하면 술 사와서 같이 마시기도 하고 공원에 같이 가기도 하죠.”

북한 꽃제비들은 이 추운 12월을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다소 어두워진 좌중, 꽃제비 출신 김혁 작가가 “저는 지금도 꽃제비예요. 집이 없거든요”라는 농담으로 무거움을 날려버렸다. “꽃제비 대부분 청소년들인데, 구걸·절도 등으로 먹고살아요. 저도 고아원 생활과 이탈을 반복하다 2000년 12월 24일 탈북했어요. 그래서 12월이 더 의미 있고, 탈북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셈이죠.”

김아라 씨는 “남한에서 크리스마스를 얘기할 무렵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집에서 카드점을 봤다”고 했다. 어느 때가 얼음이 얼어 탈북하기 좋은가 하고 말이다.

북한 주민들이 실제 인민재판을 당하는지 묻는 질문에 북한 청년들은 모두 직접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인민재판을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은 마음속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며 “통일 이후 그런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는 통일 이후 어떤 비즈니스가 좋은지 현실적 주제도 중요했다. “북한은 11호차(양다리) 말고는 교통편이 부족해 택시, 배달 수요가 엄청날 거다”, “함경도 쪽은 추우니 찜질방 하면 대박이 날 거다”, “정부가 낙후 지역에 지원할 중고TV 수요도 급증할 거다”, “통일되면 북한 내 교통편이 늘어날 텐데 북한 사람들이 차 타는 데 익숙지 못해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도 대박날 거다”는 등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북한이탈 주민들이 처음 남한에 왔을 때 푸른 숲을 보면 속으로 “저 땔감!” 한다는 말은 북한에 무엇이 부족한지, 생활 모습이 어떤지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한 시간가량 ‘후끈화끈하게’ 펼쳐진 남남북녀 수다를 진행한 이욱재 위원은 “우리 청년들과 같은 나이에 목숨을 건 모험을 한 분들을 보며 우리도 통일 논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통일 논의를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위원은 “통일이란 말이 수면 위로 편안하게 나올 때, 통일관련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할 때에도 누군가 대답할 때 통일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후끈화끈한’ 남남북녀수다의 의미를 정리했다.

이 위원의 말에 이어 엉뚱한 질문이 나왔다. “‘목숨 걸고 탈북했는데 내년에 통일이 되면 억울하지 않겠나?” 김아라 씨가 답했다. “내일 당장 통일이 되면 우리는 할 일이 더 많아질 거예요. 지금도 바쁘게 살지만 더욱 바쁘게 살 겁니다.”

마음이 하나되는 통일 준비해야

이날 청년들의 통일수다에서는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통일정책 수다 : 남북관계 진단 및 통일 준비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도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알아야 통일이 보인다. 북한 주민이 원해야 통일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북한 삭주군이 고향이라고 소개한 김 교수는 “땅과 제도만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나되는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 독일 통일이 강과 바다의 만남이었다면 우리의 통일은 물과 기름의 만남처럼 더 이질적일 것”이라며 “청년 여러분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마데카솔’이 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북 청년들은 청년들의 수다 마지막 행사인 ‘청년분임수다’에서 조별 모임을 갖고 통일 인식을 높일 방안과 신선한 통일 아이디어들을 모았다.

청년분임수다에 참석한 대학원생 손온유(24·감리교신학대학원) 씨는 “오늘 밝은 분위기에서 무거운 주제인 통일이 논의된 점이 인상적”이라며 “통일은 짝사랑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통일을 위해 더 노력하고 준비해서 통일 의지가 다져졌을 때 이뤄질 것 같다”며 “통일에 관심 없는 세대들을 위한 통일교육 방안, 탈북 청소년 등을 위한 전문적인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년분임수다의 또 다른 참가자 조형원(26) 씨는 자신의 전공이 식품영양학이어서 북한의 영양과 식량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하면서 “지금부터라도 통일에 대비해 품종 개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산이 많고 춥고 건조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할 환경이므로 물 없이 자랄 수 있는 작물이 필요합니다. 벼의 경우 우리는 습식 재배하지만 건식 재배할 수 있는 품종도 있으니 이를 북한토양과 기후에 맞게 개량하면 좋겠어요. 지금 북한에서 옥수수를 많이 키운다는데 품질이 좋지 않다고 하니 옥수수 품종도 개발하고 인삼 같은 약용식물, 남한에서 수요가 많은 산채 등도 북한에서 키우면 좋을 것 같고요.”

겨우 하루 낮 열린 남북 청년들의 통일수다에서 이렇게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공감이 오갔다. 하루 수다가 이틀이 되고, 이틀 수다가 이어지면 더 큰 대화를 트고 공감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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