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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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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한 화가들은 활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다른 화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활동의 폭이 좁아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외국 화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를 앓게 된 구필화가 송진현(45)씨는 3년째 그와 같이 장애를 가진 중국과 일본의 화가들과 교류해오고 있다.

2000년부터 입으로 그림을 그려온 그는 2년 전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의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된 이후 줄곧 이 전시회에 참여해오고 있다. 그는 “혼자만의 작업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또 내 작품을 그들에게 알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미술협회가 주최하는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이 올해 3년째를 맞았다. 2011년 장애예술인의 문화향유 증진을 위해 시작된 교류전은 해마다 한국, 중국, 일본 장애미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마음을 열고 다가서다, Serendipity’라는 부제로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송진현 작가의 그림을 비롯한 국내 미술가들의 작품 131점과 중국 작품 20점, 일본 작품 9점 등 총 160점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만났다.

이번 전시회에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세상을 향한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은 상징성 넘치는 작품에서 장애를 한계로 여기지 않는 이들의 꿈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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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딛고 희망 그려낸 한·중·일 미술가들

중국 작가 리양은 목련을 소재로 한국과 중국의 모든 장애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기를 염원하는 작품을 완성했다.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컴퓨터를 이용해 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는 헤이룽장대학교 예술디자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현재 중국 장애인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일본 작가 나카조노신은 사자를 매개로 우리 사회에 빈번히 일어나는 ‘왕따 현상’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다른 동물들과 잘 어울려 지내고 싶지만 다른 동물들이 그를 무서워하고 경계하는 탓에 그러지 못하는 사자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해 바로잡아야 할 우리의 편견과 행동을 일깨운다. 세상을 향한 자신의 외침을 작품 속에 간접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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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지닌 또 다른 일본 작가 톳군은 검은색을 좋아하는 작가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의 제목 역시 ‘검게 칠하라!’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검은색 크레용인데, 그는 한번 크레용을 잡으면 고민하지 않고 하얀 도화지를 채워나간다. 톳군은 작품 속 여백의 의미를 “나의 작품은 멈춘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던 이번 전시회에는 재미있는 볼거리와 행사 순서도 마련됐다. 14일 개막식의 식전 순서로 아리랑선교단이 해금연주를 선보였고, 개막 행사로는 진도북춤, 아리랑, 사물놀이 등 우리 가락으로 구성된 음악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장애인미술가들을 향한 메시지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함께하는 우리, 희망을 그려내다’라는 주제의 관람객 참여 행사도 진행됐다. 한편 이번 서울전시회에 이어 오는 8월 13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치치하얼에서는 ‘제3회 중·한·일 장애인미술교류전‘이 열릴 예정이다.

글·백승아 기자 / 사진·한국장애인미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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