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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자! 행복한 추석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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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선후배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번개모임’은 얼추 1년 만인 것 같다. ‘언저리 산악회’ 회원들이다. “굳이 힘들여서 산에 오르려 하지 말고 산 언저리에 모여 막걸리나 마시자”는 취지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염불보다 잿밥이다.

중견 웨딩기업의 상무인 이창호(52·서울 개포동) 씨, 대학 강사이자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인 이진우(48·서울 행운동) 씨, 회사원 주영상(33·서울 미아동) 씨가 8월 26일 해질녘 서울 신촌의 한 대폿집에서 만났다. 경기 분당에 사는 김근호(46) 씨도 함께하려 했으나 회사일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세 사람이 만난 날은 소주 한 잔 하기에 그만이었다. 오후 들어 서울 일부 지역에 제법 많은 양의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어둠이 깔리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삼겹살을 구워도 그리 덥지 않았다. 괜히 추석이 코앞인 게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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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악수를 청한 뒤) 오랜만이야, 추석에 고향에들 가니? 난 장손이라 서울에서 차례지낼 거야. 울산·대전·군산 등등 전국 각지에서 친척들이 몰려오겠지.”

이진우 “저는 갈 거예요. 큰아버지 기일도 추석 무렵이고. 고향이 강원도 홍천이라 가까운 편이죠. 큰애가 고3이라 1박 2일로만 다녀올까 해요.”

주영상 “저는 꼭 갑니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데 시시각각 고속도로 정보 앱을 보고 도로 덜 막힐 때 다녀오려고요. 고향에는 부모님이랑 할머니가 계세요.”

이창호 “그나저나 회사에서 대체휴일은 적용되나? 우리 회사는 9월 10일에도 쉬기로 했어.”

이진우 “신문에서 보니까 전체 기업 70퍼센트가 10일에 대체휴무를 한다더라고요. 그나저나 요즘 기업들 어때요? 정부에서 규제를 많이 풀어 준다는데요.”

이창호 “규제비용총량제를 말하는 거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살아야 실물경제·서민경제도 덩달아 살아나는 거니깐. 잘한 일이야.”

주영상 “솔직히 규제개혁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피부에 와 닿아요. 다만 규제개혁이 다른 형태의 차별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또 하나, 자칫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창호 “서민 입장에서는 창업을 하든 사업을 하든, 규제의 벽이 높다는 거야. 또 대출을 받으려 해도 기존 금융권에서는 불가능할 때가 많잖아. 창업자금 금융지원의 자격기준도 좀 완화됐으면 좋겠어.”

이진우 “최근에 보도를 보니깐 많이 완화됐다 싶더라고.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말이야. 기술력만 있으면 창립한 지 2년 미만인 중소기업도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던데?

더군다나 부채가 좀 있더라도 기술개발이 필요한 기업에는 그 문이 열려 있다더라고. 후배 녀석이 그걸 신청해서 지원받았거든. 얼마 전에 연락 왔는데, 그 지원을 받아 앱 개발에 성공했다더라고. 곧 정식 출시한다던데?”

이창호 “술이 들어가니 내가 말이 많아지네(웃음). 요새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터져 걱정이야. 한데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안전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봐. 다만 잘 안 지킬 뿐이지. 가장 큰 문제는 감독기관이 협회 등 업체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선수가 심판을 봐서 되겠나?”

(잠시 화장실 다녀온 뒤 화젯거리 전환)

이진우 “저는 어렸을 때 미국이랑 일본에서 살았잖아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사소한 것이라도 지켜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인 것 같아요. 직원이 500명 이상 되는 회사라면 1년에 한두 번은 비상대피훈련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지키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요?”

주영상 “출근할 때 종종 보는 장면인데 지하철 점검표 항목에 동그라미만 그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대로 점검하고 표시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이창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없어. 우리부터라도 배운 대로 합시다. 하하.”

주영상 “이전에는 무주택자에게만 적용됐지만 이제는 1주택자도 해당된다던데요. 추석연휴 지나면 구체적으로 알아보려고요(주영상 씨는 결혼 3년차 맞벌이 부부다). 요즘 집을 보러 다니는데 디딤돌 대출 조건이 바뀌었더라고요.”

이창호 “디딤돌이란 말처럼 서민의 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 좋을 텐데, 기준이 완화됐다니 반가운 일이네.”

이진우 “기왕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진우 “DTI·LTV 규제완화로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옵션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 딸들이 고3, 고2인데 게네가 대학에 가면 독립시킬 수도 있잖아. 애들한테 원룸이라도 얻어주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집을 매개로 하는 수밖에 없잖아?”

주영상 “집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직장인이 1천만원을 모은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죠. 가령 1억원짜리 집을 사려 한다면 60퍼센트밖에 대출이 안 됐을 때는 1천만원을 더 모았어야 했는데 이제는 1천만원을 덜 모아도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 아닙니까?”

이창호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가 졸업 후 유학을 생각하던데 그렇다면 나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않을까?”

주영상 “참, 형님들, 중간에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세법개정안 얘기 들으셨어요? 직장인들에게는 좀 도움이 되겠던데요.”

이진우 “응, 방송에서 유심히 봤지. 앞으로 1년 동안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의 소득공제율이 40퍼센트로 10퍼센트포인트 높아지더라고.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는 원래대로 2016년 말까지 15퍼센트가 유지되고 말이야.”

이창호 “그래서 난 신용카드를 대폭 줄이고 체크카드로 갈아탔어. 집사람도 요즘엔 체크카드를 많이 써. 신용카드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진 못하지만 그래도 연말정산 때 ‘월급’ 받는 게 낫지.”

이진우 “이런 방법도 있어요. 급여액의 25퍼센트까지는 신용카드를 쓰고,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받는 거예요.”

이창호 “다들 부모님은 안녕하시지? 이번 명절에 찾아뵈면 기초연금 받으시는지 물어봐. 기초연금 지급 시기를 서둘렀다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지. 장모님이 20만원 받으시고 흐뭇해하시더라고.”

이진우 “부모님 표정이 밝아지시면 가정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 아닌가요? 나도 시행 시기를 더 늦추지 않았다는 데 박수를 치고 싶어요.

주영상 “아버지·어머니·할머니 세 분이 다 받으시더라고요. 할머니는 ‘주는데 무조건 고맙지’라고 하시던데요.”

이진우 “저는 이번에 부모님 모시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보러 가려고요. 우리나라에서 12년 만에 개최하는데 보러 가야죠. 일부러 비인기 종목 티켓을 구매했어요. 비인기종목도 재미있는 것 많아요.” 

이창호 “참 잘했네, 비인기 종목도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해. 그리고 비인기 종목은 물론이고 스포츠 약소국도 응원해 줘야지!”

주영상 “소치올림픽이나 브라질월드컵은 전체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나치게 자국 선수들만 응원하는 문화도 그렇고. 이제는 좀 더 여유 있고 성숙하게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해요.”

이창호 “지금 몇 시야? 내일 밤에 집사람이랑 공연 보러 가기로 했거든.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말이지….”

이진우 “행복한 수요일이 되겠네요. 문화가 가족경쟁력이자 국가경쟁력이네요(웃음).”

이창호 “맞아, 맞아! 문화 콘텐츠의 질을 높이려면 우리가 먼저 소비해야지. 우리가 보지 않는 것을 누가 보겠어? 우리가 먼저 소비해야 경쟁력도 높아지는 거겠지. 중국인이 경극을 보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도 보는 거야.”

주영상 “10여 년 전만 해도 문화라는 것은 영화가 전부 아니었나요? 요즘엔 장르나 콘텐츠가 정말 다양해졌어요. 요즘엔 고궁 같은 데 문화해설사가 있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매월 마지막 수요일이 은근히 기다려진다니까요.”

세 남자의 수다는 세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밤 10시가 다 돼서야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님들, 추석 잘 쇠세요.” “응, 영상이도 고향 잘 다녀와. 진우는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네! 추석 쇠고 다시 봬요. 고향 가는 길 안전운전하시고요, 파이팅입니다!”

글·최경호/사진·김상호 기자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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