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직원 3명, 창업비용 단돈 250만원이 시작이었다. 2000년 8월 신창연 대표(50)는 다니던 회사에 돌연 사표를 던지고 ‘여행박사’를 창업했다. 남의 회사 사무실 귀퉁이에 책상을 놓은 것이 사무 공간의 전부였지만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창사 이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고 업계에서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층의 충성도도 높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시련을 맞았다. 2007년 여행박사를 인수한 트라이콤이 리먼브라더스로부터 2천만 달러를 빌렸다가 갚을 능력이 안돼 휘청거렸다. 우량회사로 알았던 트라이콤은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 부실과 부도덕성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모회사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회사인 에프아이투어(합병 후 여행박사의 사명)도 2009년 코스닥 상장 폐지에 이어 파산 위기를 맞았다.
“전국에 있는 지방 지점들을 직영에서 대리점으로 분리시켰습니다. 360명이었던 직원은 126명이 됐죠. 남은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워 연봉 1원에 계약해야 했습니다. 직원들이 살던 사택도 월세로 돌렸습니다. 비상경영을 선포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습니다.”
신 대표는 “밥 사먹을 돈도 없을 테니 회사 내 기숙사에서 쌀과 김치를 가져다 먹으라고 했다”며 당시 겪은 어려움을 전했다. 회사를 살리려는 일념 하나로 직원들이 동고동락하던 시기였다. 그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신 대표가 지킨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여행을 위해 입금한 고객의 돈은 여행용도 이외에 절대 사용하지 말 것, 거래처와의 돈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입금할 것, 전 직원들과 현재 처한 상황을 공유할 것 등이었다.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고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나지 않게 하며 직원들과의 결속력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어려울 때 위기에 도전해 돌파하는 방식이다.
백방으로 다니며 최선을 다했지만 에프아이투어는 2010년 9월 최종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았다. “파산 선고를 받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막상 동료들의 얼굴을 보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 대표는 질질 끌기보다는 회사를 새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직원들과 십시일반으로 23억5천만원의 자본금을 모아 재기에 나섰다. 사명도 에프아이투어에서 다시 여행박사로 바꿨다.

“직원들 간 신뢰가 쌓인 것도 실패의 장점”
배고픔을 경험한 직원들은 절실한 각오로 일했다. 열정에 보답하듯 항공사, 호텔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2011년 겨울 성수기를 맞아 경기 상황도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주요 수익원인 일본 여행 고객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급감했지만 일본 이외 지역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들 지역에선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도 기록했다. 2011년 말에는 성과급도 나왔다.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한 비결을 묻자 그는 외려 “실패를 겪어봐야 단단해진다”고 강조했다. 여행박사가 잘나갈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여행박사는 한번 어려움을 겪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그였다. 예언이 적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지만 신 대표는 요즘도 직원들에게 “잘나갈 때 교만하지 말고 더 겸손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말한다.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직원들 간에 신뢰를 쌓게 된 점도 그가 말하는 실패의 장점이다.
신 대표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도 도움이 많이 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안 해본 일이 없었죠. 매일매일이 도전이었습니다. 하루라도 안 움직이면 밥을 못 먹는다고 생각하면 고된 일도 즐겁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대표로 잘나갈 때 스테이크를 먹다가 어려운 시기에 라면을 먹어도 본래 제 생활을 되찾았으니 편하다는 생각으로 지냈다는 그의 설명이었다.
신 대표의 이런 생각은 회사 문화에도 잘 녹아 있다. 일을 즐겁게 만들자는 신념의 ‘펀(Fun)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도전 중이다. “골프를 시작한 직원이 1년 안에 100타를 깨면 1천만원을 지급합니다. 1년에 100만원까지 성형수술비가 지원되고 1년에 서너 번씩 해외여행을 보내주죠.” 스스로도 일이 즐겁다는 신 대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기자에게 “가족의 회사에서 일한다고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실패를 극복한 비결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전 여행박사가 겪었던 상황에 대해 실패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와 직원들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을 멈춰본 적이 없죠. 누가 그러더군요. 실패는 포기했을 때 하는 말이고, 계속 이겨내려 한다면 실패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글·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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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