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마음먹고 담양 창평오일장을 찾은 날은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날씨였다. 광주에서 출발해 푸른빛을 한창 자랑하는 메타세쿼이아길을 달린다. 여름으로 성큼 더 다가서면 길 옆에 즐비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8월이면 인근 명옥헌의 배롱나무가 일품이고, 가을이면 고서중학교 인근 은행나무가 눈부시다. 광주에서 20여 분 거리의 창평장 가는 길은 사시사철 볼거리가 가득하다. 창평장(061-380-3044)은 원래 창평현에서 하루 열리던 읍장이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담양군으로 이관돼 매월 5·10·15·20·25·30일에 열린다. 이웃한 담양장(2·7일)보다 규모는 작지만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이 가까이 있어 일‘ 석이조’ 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창평장 역시 다른 오일장처럼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덕에 예전보다 이용하기가 편리해졌다. 한옥 형식으로 지붕을 올린 공간에는 50여 개의 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의류·그릇·곡물·생선·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가게들이다. 이리저리 얽힌 길 사이사이 자리한 가게들을 둘러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색깔의 차양을 치고 좌판을 깐 채 손님들을 부르는 노점상들이 눈에 띈다.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장을 찾은 이들이 많지 않았지만 물건을 내놓고 흥정하는 사람들은 여전했다. 직접 기른 푸성귀를 내다파는 ‘어머니 삼총사’를 만났다. 30년 넘게 매일 아침 7시면 장에 나와 물건을 판다.
입맛 당기는 한과와 ‘입에 붙지 않는’ 창평 쌀엿
“내가 직접 밭에서 가지고 온 취나물이 아주 좋아. 깻잎향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 비가 와서 오늘 많이 못 팔았당께. 장사 잘되는 날 있으면, 안되는 날도 있고 그렇지 뭐.”
박판남(73) 할머니의 말에 옆에 앉은 최은임(70) 할머니도 자신의 좌판에 내놓은 물건 자랑에 합세했다. “내가 냇가에서 직접 잡은 다슬기 좀 들여가 봐. 일일이 손으로 잡은 거랑께. 부추하고 열무도 얼마나 좋은데.”
주말이 겹치는 장날이면 광주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시장이 북적거린다. 어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떤 여성이 어머니들에게 따뜻한 튀김을 건네고 간다. 좀 전에 할머니들에게 푸성귀를 샀던 이였다. “아이고, 우리 채소 사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먹을 것도 주네. 고맙네, 고마워.”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광경에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장에는 집에서 기를 각종 모종을 사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고추·토마토·오이·가지·상추·꽈리고추까지 없는 게 없다.
‘세계대나무박람회’(2005년)가 열렸을 정도로 ‘담양 하면 대나무’다. 죽순은 창평장의 대표 특산물. 죽순에 대해 묻자 시장상인이며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까지 모두 한마디씩 거든다.
“왕죽보다 지금 나오는 분죽이 진짜 맛있을 때야. 차지고 아주 부드러워. 돌아오는 장에 오면 한창 물오른 죽순을 살 수 있당께.
아침 8시 전에 오소. 가격은 킬로그램당 2만5천원 정도여. 죽순무침도 좋고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좋고. 맛나고 몸에도 좋아.”
창평장을 찾는 이들이 꼭 빼놓지 않고 사 가는 게 있다. 한과와 창평 쌀엿이다. 쌀엿은 생강과 조청을 섞어 밤새 푹 끓여 만드는데 하루가 꼬박 걸리는 힘든 과정을 거쳐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입에 붙지 않는 엿’으로 유명하다. 100퍼센트 국산 쌀을 사용한다.
저렴한 가격에 서민 뱃속 채워주는 창평국밥집 성업
장터 구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을거리다. 창평은 예로부터 국밥집이 유명했다. 창평국밥은 오랜 시절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뱃속을 든든히 채워준 음식이었다. 창평장에는 3대째 가계를 잇고 있는 국밥집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모둠국밥·순대국밥·국수·선지국밥 등을 4천~7천원에 먹을 수 있다.
빈손으로 찾은 장터를 떠날 때는 두 손이 무거워졌다.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슬기·취나물·도토리묵·깻잎·창평쌀엿까지 구입한 덕분이다.
창평장 구경을 마쳤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창평 삼지천 슬로시티(www.slowcp.com)다. 2007년 세계치타슬로연맹이 선정한 슬로시티가 되면서 삼지내 마을은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곳이 됐다.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나즈막한 옛 돌담길과 고택이 어우러진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개발돼 있으며 체험 프로그램 ‘달팽이 학당’도 운영하고 있다.
‘슬로푸드’에서는 한과·쌀엿·야생화효소·간장장아찌·수제막걸리를 만들어볼 수 있으며 ‘슬로아트’에서는 꿀초·바느질·미니앨범·한약 방향제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달팽이 가게’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명인들의 작품을 판매하며 6월부터는 둘째·넷째 주 토요일 ‘달팽이 장터’가 열린다.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생산한 농산물 등을 판매하고 떡메치기 등 다양한 체험과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지난해까지는 곡물을 가져오면 무료로 튀겨주는 ‘무료 뻥튀기 코너’, 수지침과 건강관리를 위한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달팽이 특강’, 마을 부엌에서 준비한 ‘1천원 밥상’ 등이 인기를 모았다.
글과 사진·김미은(광주일보 문화생활부장)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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