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여대생들이 직접 개최한 여자축구대회가 지난 9월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운동장에서 열렸다. 한국체대, 이화여대, 충남대 등 전국 14개 대학 여학생들이 실력을 겨룬 자리였다. 이번 대회는 특히 한 여자축구 동호회가 기획부터 후원사 섭외까지 대회 운영 전체를 땀 흘려 준비한 행사라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아마추어 여자축구팀 ‘SNUWFC’가 그 주인공이다.
SNUWFC는 2010년 가을 창단된 서울대의 유일한 여자축구팀이다. 현재 부원은 35명으로 60퍼센트가량은 경영대, 공대, 사범대 등 비체육학과 학생들이다.
교내 아마추어 여자운동부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교내 인터넷게시판에 팀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리면서도 얼마나 모일지 반신반의했지만 의외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비체육학과 출신 학생이 많이 모였다. 이 팀의 주장인 배수빈(21·체육교육과) 씨는 “당연히 축구를 처음 해 보는 학생들도 많았고, 패스나 드리블 등 기본기 훈련부터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안효지(21·심리학과) 씨는 “초등학생 때 태권도를 배워 운동을 좋아했는데,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운동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대학에서는 꼭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호회를 찾던 중 축구팀을 발견해 망설이지 않고 입단했다”고 말했다.
총무 조민희(21·소비자학과) 씨도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공을 차봤다. 그는 “이 팀에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단순히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이를 토대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열정과 실력은 남자팀 못지않다. 매주 월·목요일에 5시간씩 정기적으로 연습을 한다. 방학 때에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그 결과 2011년 문체부장관배 전국대학스포츠동아리대회, 2012년 서울대 여자축구 친선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에는 국민생활체육 대학여성축구클럽리그 조별예선에서 5승 무패로 우승을, 본선리그전에서는 3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자축구 편견 없애려고 지난해부터 전국대회 열어
사실 각급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면서 국내에서 ‘보는 축구’로서의 여자축구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하는 축구’, 즉 생활체육으로서의 여자축구는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조기축구는커녕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여성들이 직접 축구를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SNUWFC가 지난해부터 직접 축구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자구책이다. 10개팀 이상의 아마추어 여자축구 동호회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정기대회를 갖자는 취지로 준비했다. 배 씨는 “현실적으로 여자 아마추어가 다른 팀과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다른 동호회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회를 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물품 부족이었다. 학생들은 후원사 섭외를 위해 스포츠용품사, 화장품기업, 외국어학원 등 30여 곳에 대회 개최 제안서를 냈지만 지원을 약속한 기업은 한 곳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후원이 늘어 올해 대회에서는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고생은 많았지만 이런 대회를 통해 아마추어 여자축구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운동 동호회의 장점이다. 안 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면 여성스러운 친구뿐 아니라 시원시원한 성격의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공을 주고받으며 같이 뛰다 보면 서로간의 동질감도 더 커지는 듯하다.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조민희 씨는 “학업과 병행하는 건 당연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일만 하고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동호회활동을 하면서 여러 일에 시간을 배분하는 법도 배우게 되는 것 같다”며 자랑했다. SNUWFC 회원 상당수는 졸업 후에도 축구를 하고 싶어했다. 배 씨는 “지역 동호회에서 아줌마 선수들이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뛰는 걸 보면 부럽다”며 “엄마가 땀 흘려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글·함승민 기자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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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