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통일은 우리 민족의 시대적 과제이다. 특히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된 통일 바람은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발표와 ‘드레스덴선언’을 거치면서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통일담론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통일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는 반대로 정작 통일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먼 나라 이야기 수준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 대학의 통일인식 조사에서는 통일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는 우려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6·25전쟁의 참혹했던 현실을 모른 채 분단을 자연스러운 삶의 조건으로 알고 태어나 살아온 세대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난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소위 ‘3포 세대’에게 통일은 자신의 삶과 너무도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게다가 잊혀질 만하면 터지는 북한의 도발과 막대한 통일비용 논란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 열망 뒷받침 돼야 제대로 된 통일 이뤄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도 통일은 기회이고 희망이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통일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어떤 통일이라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통일교육이다.
통일은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정부의 정책, 통일에 우호적인 대외환경, 통일에 대한 남북주민의 강렬한 열망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질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 통일은 결국 민족의 통합, 즉 사람의 통합이다. 아무리 훌륭한 남북관계와 대외환경 여건이 갖추어진다 할지라도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통일을 이룰 수 없다.
교육은 사회공동체 내에 공통된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며, 통일교육은 바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길러내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시 위주 교육현실에서 통일교육은 어느 정권에서나 교육정책에서 매번 후순위로 다루어져 왔고,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올바른 통일교육을 받고 자라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지난해부터 통일부 주관으로 ‘통일교육주간’이 제정되어 초·중·고교 학생들이 1년에 단 한 시간이라도 계기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올해 두번째를 맞이한 통일교육주간에는 다양한 문화·체험행사가 곁들여져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과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였다. ‘세월호’라는 국가적 재난상황 속에서 언론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통일부가 주관한 개막행사는 물론 각 지역별로 통일한마당 체험프로그램과 영화와 음악을 곁들인 문화행사 등이 진행되어 통일이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통일교육주간을 계기로 통일부와 교육부 간 업무협약이 체결됨에 따라 앞으로 각급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통일 친화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몇 가지 통일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통일교육주간을 조속히 법제화하는 일이다. 아쉽게도 통일교육주간은 아직 법적 근거가 미흡하며 전 사회적인 통일 논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조속히 법제화하여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시민사회 등으로 참여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사회 내에서 통일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다. ‘풀뿌리 통일교육’을 체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이다. 통일문제에 관한 학문적 연구역량을 갖추고 지역사회 여론 형성의 선도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이 지역사회와 협력하면서 지역에서의 ‘풀뿌리 통일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의미다.
셋째, 통일에 관한 다양한 문화·교육 콘텐츠의 보급을 확산시켜 나가는 일이다. 일반 국민들이 통일문제에 접근하고 싶어도 ‘통일’ 하면 떠오르는 학창시절 도덕시간에 경험했던 고리타분한 이미지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쉽고,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통일에 관한 교육·문화 콘텐츠의 보급이 확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교육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를 통해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일의 과정과 통일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일교육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통일 준비인 셈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다원화된 세상에서 통일의 당위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통일교육도 통일이 축복이고 희망이라는 점을 젊은 세대와 함께 소통하면서 대화하는 과정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은 노력 없이 요행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준비된 통일만이 대박이 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이 통일의 열망을 안고 희망의 꽃을 가슴에 피울 수 있어야 한다.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혜를 모을 때이다.
아울러 통일은 목적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남남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내부의 화합을 이루어 보다 밝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당위론적 통일론보다는 어떤 통일을 이룰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바람직한 통일의 방향을 설정하여 통일교육, 통일문화 형성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추진해야 한다.
글·이배용(한국학중앙연구원장·통일교육위원회 중앙협의회 의장)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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