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5월 27일 오전에 찾은 서울현충원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참배객들 사이를 오가는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은 쉴새 없었다. 간소한 복장을 한 어르신들이 부모의 묘소를 보살피는 정성으로 묘역을 정리한다. 일일이 잡초를 제거하고 마른 꽃 대신 싱싱한 생화를 꽂아두는 손길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이들은 현충원 내 관리를 책임지는 ‘현충원 지킴이’다.
서울현충원은 지난 3월 현충원을 사랑하는 보훈단체와 자원봉사단체로 구성된 ‘현충원 지킴이 발대식’을 가졌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동작봉사은행, 나라사랑보훈봉사단, 베트남참전기념사업회, 대한적십자봉사회, 동작소방서 의용소방대 등 6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3월부터 10월까지 현충원 내 경건한 참배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초질서 계도, 출입차량 질서유지, 자연환경 보전 등의 활동을 펼치는 역할을 맡는다. 지킴이들은 각 단체별로 3~4인이 한 조가 돼 지정 묘역을 순찰하며 방문객들에 대한 안내를 돕는다. 매년 참여하는 봉사자 수만 1,200여 명에 달한다.
‘현충원 지킴이’는 과거 폐쇄적 이미지를 벗어나 온 국민에게 개방된 ‘열린 국립서울현충원’으로 거듭나자는 뜻에서 2006년 3월부터 보훈단체, 지역주민 등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서울현충원을 비롯해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지킴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참배객들은 물론 현충원 내 산책로를 활용하는 인근 지역주민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서울현충원이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 이후에는 경관이 수려한 산책로를 활용하고 약수터를 찾는 주민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현충원 지킴이’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2005년부터 서울현충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차석용(74) 어르신은 올해로 봉사활동을 펼친 지 10년째를 맞았다. 동작봉사은행 소속인 차 어르신은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출입차량 교통정리와 기초질서 계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국가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최선”
차 어르신은 “10여 년 전 당뇨가 악화돼 현충원 산책길을 운동삼아 다닌 후 많이 좋아졌다”며 “건강을 찾은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어 쓰레기를 줍고 다닌 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봉사활동도 하고 있지만 현충원 지킴이는 일반적인 봉사와는 다르다”며 “국가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6만5천 위의 호국영령들이 모셔져 있는 43만평의 현충원은 이들 지킴이들의 봉사 덕분에 쾌적한 호국공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매일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이곳 전체를 돌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 중 봉사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취객들이 난동을 부려 참배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다.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반경모(65) 씨는 “공원 조성이 잘돼 있다 보니 가족단위의 참배객들이 늘고 있다”며 “가족과 함께 호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좋지만 일반 여가시설이 아닌 만큼 주의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동작소방서 의용소방대 소속으로 5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박영순(62) 씨는 주로 호숫가 주변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담당한다. 뙤약볕 아래서 하루종일 허리를 굽히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충원을 찾는다. 박 씨는 “청소를 하며 소풍 나온 학생들과 어린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싫겠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든 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현충원 지킴이’들은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서울현충원의 중심에 있는 현충탑에서 다 함께 참배를 하는 일이다. 박병욱(39) 씨는 “매번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참배하고 일을 하면 조금 더 힘이 난다”며 “이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와 가족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이곳을 찾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일러주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서울현충원 측은 “스스로 봉사에 나서는 현충원 지킴이는 현충원을 찾는 유가족 및 방문객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현충원은 이들의 봉사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 호국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허정연 / 사진·전민규 기자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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