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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호국영령들의 안식처 시민들 보훈의 쉼터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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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같이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이 몸은 죽어서도 조국을 정말 지키겠노라고.” 노래 ‘전우가 남긴 한마디’ 가사의 일부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64년이다.

6월이 되면 추모 행렬이 늘어나는 곳은 단연 국립서울현충원이다. 1955년 7월 15일 국군묘지로 창설돼 순직 군인과 종군자들의 영현을 안장해 온 국립서울현충원은 10년 후인 1965년 3월 30일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체 면적은 143만 평방미터이며 무용용사탑, 전쟁기념관, 현충관, 충렬대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국가원수 3위, 애국지사 259위, 국가유공자 66위, 장군 371위, 부사관 및 사병 5만605위 등 총 16만4,283위가 안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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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순국선열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귀한 호국영령의 정신을 받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현충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엄숙한 분위기와 경건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취임 신고를 하는 곳이니만큼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본령이 된다.

이제 국립서울현충원은 시민들의 쉼터로 변모하고 있다. 전시관, 공원, 산책길 등이 조성되어 한결 더 넓은 품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곳이 됐다. 현충원 산책로는 현충천으로 내려서며 시작된다. 수충교·정난교·정국교로 이어지는 현충천 주변으로 봄에는 꽃들이 만개해 멋진 경관을 이룬다. 또 현충지 옆으로는 유품전시관과 사진전시관이 있어 순국선열이 남긴 당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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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 ‘숨어 있는 이야기’

한편 반세기 넘는 시간을 함께한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우리가 몰랐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전쟁의 상흔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최근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고(故) 채명신 장군이 역대 장성 중 유일하게 사병묘역에 안장된 일이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장군묘역과 사병묘역이 구분돼 있다. 장군묘역과는 다르게 대령 이하는 사병묘역에 안장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5일 별세한 채명신 초대 주베트남 한국군 사령관은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고인의 뜻에 따라 국방부는 채 장군을 사병묘역에 안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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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장성 중에 장군묘역 안장 혜택을 포기하고 사병묘역에 묻히길 희망한 경우는 채 장군이 처음이다. 채 장군은 일반 사병과 똑같은 3.3평방미터 크기의 묘지에 안장됐다.

전사한 두 형제의 60년 만의 만남도 주목을 받았다. 고(故) 이만우(22)와 이천우(19) 형제다. 각각 1사단과 7사단 소속으로 주요 전투에 참전하여 혁혁한 무공을 세운 형제는 1951년 5월 7일 형이 전사하고 같은 해 9월 25일 동생마저 전사했다. 형은 1960년 5월 현충원 묘역에 안치됐지만 아쉽게도 동생은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이름 모를 들꽃과 함께 전투현장에 홀로 남겨졌었다. 2010년 10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의해 동생의 유해가 발굴되고 신원이 확인된 후 안장되면서 형제는 60년 만에 조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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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묘역도 있다. 6·25전쟁 초기인 1950년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경북 안강지구 도음산 전투에서 전사한 소대장의 시신을 당시 옆 부대 황규만 소대장이 급한 대로 능선 소나무 밑에 가매장하고 돌로 표시해 두었었다. 그가 죽은 전우에 대해 아는 것은 ‘김 소위’라는 사실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지 14년이 흘러 황 소대장은 전우의 시신을 찾았다. 하지만 이름을 알 수 없어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게 되자 육군참모총장에게 청원, 승인을 받아 1964년 5월 29일 이름도 없이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1990년 11월 이름과 가족을 찾아냈지만 전쟁의 비극적 사연을 간직한 역사적 산물로 남겨두기 위해 이름 없는 이 묘비는 그대로 두고 추모비에만 이름을 새기게 됐다. ‘김 소위’의 묘는 현재 국립묘지 묘비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 없는 묘로 남아 있다.

글·박지현 기자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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