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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철저한 분업농구로 金 되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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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연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인맥·학연·소속팀·병역미필 등은 따지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켰다. “몸 상태가 안 되는 친구를 데려가면 써먹을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유재학(51·모비스)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시아 경기대회 출전 최종 명단 12명을 8월 5일 발표했다. 이 멤버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8월 30일~9월 14일)과 인천아시아경기대회(9월 19일~10월 4일)에 출전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한국농구 최장신(222센티미터) 하승진(KCC)은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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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감독의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도전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광저우 대회 때 한국은 전력상 메달권으로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유재학 매직’을 앞세운 한국은 결승까지 올랐다. ‘아시아 최강’ 중국에 71-77로 아쉽게 져 은메달에 그쳤지만 스코어가 말해 주듯 경기 내용은 거의 대등했다.

남자농구는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 때는 5위에 그쳐 1958년 도쿄 대회 이후 48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대한농구협회(KBA)와 프로농구연맹(KBL)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 유재학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과 함께 한국농구 부활의 중책을 맡겼다. 우승에는 ‘한 걸음’ 이 모자랐지만 유 감독은 광저우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비쳤다.

4“중국은 물론 필리핀·이란도 경계 대상”

유 감독은 경복고-연세대-실업농구 기아 시절 잘나가는 포인트가드였지만 무릎 부상 때문에 스물여덟 살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1998년 35세에 대우농구단 사령탑에 오른 유 감독은 전자랜드를 거쳐 2004년 모비스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유 감독은 재임 9년 동안 4번이나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프로농구 4회 우승은 유 감독이 처음이다.

유 감독의 별명은 ‘만수’ 또는 ‘제리’. 만수는 수가 만 가지나 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고, 제리는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등장하는 제리처럼 꾀가 많다는 뜻이다. ‘유재학 매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북 진천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유 감독과 8월 19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감독은 “광저우 대회 때보다 금메달을 향한 집념은 더 강하다. 부담이 큰 게 사실이지만 죽기살기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밝혔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입니다. 저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광저우 대회 때보다 각오가 더 굳습니다. 죽기살기로 해야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표팀 전력이 아시아 최강은 아니지만 우승을 바라볼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기 명지대 감독은 “유 감독이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 힘”이라며 “한국과 함께 중국·필리핀·이란이 우승을 다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08년 한국농구 대표팀 첫 전임감독에 선임됐다. 유 감독 역시 “이란은 하드웨어 면에서 서양 선수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데다 요즘 들어서는 귀화 선수들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망주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강해지고 있다”며 “필리핀 역시 저변 확대가 잘돼 있는 데다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에게 “2002년 대표팀과 2014년 대표팀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유 감독은 “가장 큰 차이점은 기술자의 유무다. 2002년에는 이상민·김승현·문경은·추승균·현주엽·서장훈·전희철 등 농구를 알고 하는 기술자들이 많았다”면서 “냉정히 따져보면 그때 전력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대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패기가 있고 수비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유 감독의 말처럼 대표팀의 수비는 제법 튼실하다. 지난 7월 2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는 상대팀을 58점으로 묶고 승리(64-58)를 낚았다. 양동근(모비스), 김선형(SK), 박찬희(KGC) 등 가드들의 ‘찰거머리 수비’가 주효했다.

아시아경기대회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따라서 유 감독은 새로운 전략이나 전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데 신경을 쓸 생각이다.

3“기술자는 적지만 패기와 수비는 강해져”

“스페인 농구월드컵이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전면강압수비 등 수비를 보강하고 공격적인 면에서 일부 전술을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습니다.”

유 감독은 대표팀 12명 가운데 특별히 기대를 거는 선수는 없다고 했다. 원래 ‘유재학 농구’가 그렇다.

스타플레이어 한두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철저한 역할분담에 따른 조직적인 농구가 유 감독의 전매특허다. 그렇다고 ‘기술자’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중국 등과 비교해 신장이 열세인 만큼) 외곽 농구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조성민(KT), 문태종(LG), 허일영(오리온스) 등 슈터들이 잘해야죠. 센터들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걸어야 할 테고요. 철저한 분업농구로 금메달에 도전하겠습니다.”

글·최경호 기자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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