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경제전문가로 알려진 공병호 소장의 자택은 그 자체가 서재다. 서재라기보다 차라리 서고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싶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긴 복도 양쪽 벽면을 따라 줄지어 선 책장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책장 어디에도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방마다 복도의 풍경이 반복된다.
거실에 들어서니 창을 제외한 나머지 벽면이 모두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TV도 소파도 없이 책만 가득한 거실 한가운데에는 고풍스러운 탁자와 의자 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벽 한면을 모두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겨울 햇살이 서재를 포근하게 감싼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독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 듯하다.
“저는 매일 여러 권의 책을 읽어요. 책 읽는 것이 몸에 뱄다고 나 할까요? 신간이 오면 먼저 목차를 훑어보고 읽을 만한 책인지 파악합니다. 그 후 지하철로 이동할 때나 어디서 누구를 기다릴 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지요. 몸이 피곤하면 서재 한편에 긴 쿠션을 깔아놓고 누워서 읽기도 하고요. 책은 내게 좋은 친구예요. 책을 펼쳐들면 같이 간접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공병호 소장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른아홉살까지 연구원과 벤처회사 사장을 지내면서 책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는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직장생활 3년차가 됐을 때 스스로 많은 한계를 느꼈다. 나는 시험용 교육을 받았다. 이제 좀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책을 폭넓게 읽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책에서 받은 영감으로 지식을 창조한다
공 소장은 인생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바가 있어 자기 이름을 내걸고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기보다 책을 통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제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 11년째 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며 책에 파묻혀 삽니다.”
공 소장은 지금도 책을 집필하고, 책에 관한 기고를 하며, 기업의 인력관리나 전략수립 등 경영 컨설팅도 한다. 수시로 강연도 하면서 자기경영아카데미를 만들어 7년째 운영 중이다. 시간관리·목표관리 등 구체적 지침을 알려주는 그의 아카데미는 벌써 중학교에서 180회, 고등학교에서 130회를 했을 만큼 반응이 좋다.
“지식을 창조하는 일을 할 때는 영감이 중요한데 저는 주로 책을 통해 얻는 편이죠.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지식과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움의 원천이 다르죠. 저는 책을 읽으며 담소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책은 친한 친구인 동시에 스승이죠. 책을 통해 행복을 누립니다.”
공 소장이 지적 영감을 얻는다는 서재는 마치 도서관처럼 그 나름의 분류 코드에 따라 책이 정리돼 있다. 책은 많은데 수납할 공간은 좁고, 원하는 책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 현재와 같은 자신만의 분류체계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의 서재 구성은 일반 도서관의 방식과 다르다. 가장 많이 읽는 장르를 1번, 2번으로 나누고 다시 자기경영·리더십·역사·기업경영·인문소설 등으로 나눠 책마다 일련번호를 부여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책은 모아뒀다 1년에 두 번 정도 바코드 작업을 한다.
이제는 컴퓨터에 도서명만 치면 바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그에게 디지털 시대 서재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종이책이 가독성이 더 좋고 필요한 글귀는 접어놓거나 메모를 하는 등 나만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디지털화하는 것이 편하지만 저는 당분간 전자책을 사용하지는 않을 듯하네요.”
스스로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말하는 공 소장은 책 중에서도 고전을 선호한다. 과거에는 경제학 박사답게 실용서 위주로 탐독했지만 요즘은 역사나 신학 등 인문학위주로 읽는다.
“가장 아끼는 책은 제게 사상적으로 영향을 많이 준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개인주의와 경제질서>입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에세이 등 달콤한 마시멜로 같은 책을 좋아하는데 그러면 안 돼요. 이렇게 견과류같이 딱딱하고 어려운 책을 많이 읽어야죠. 그래야 사고력이 풍부해지고 또 성장할 수 있어요. 무거운 역기를 들어야 근육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인생이란 항상 젊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김지연 기자
공병호가 추천하는 책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클레이튼 M.크리스텐슨, 제임스 올워스, 캐럴 딜론
경영학계에 널리 알려진 이론을 어떻게 인생경영에 적용할 것인가. 자기계발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저자가 암·뇌졸중을 앓으면서 집필해 잔잔한 감동까지 있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빅토르 E. 프랑클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인 빅토르 프랑클이 작고 전 마지막으로 쓴 책.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단편이나 자전적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힘든 세상에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일이 많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동물과 달리 의미를 찾으면 잘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로빈슨
나라가 무엇을 해줘야 한다는 시대, 사람은 체제가 경직되면 잘살 수 없다. 역사적으로 번영한 국가, 실패한 국가의 공통점 찾아내 잘 정리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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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