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야생화를 찾아 국토를 떠돈 지 40여 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땅 한반도의 산과 들, 동해·남해·서해 바다에 떠 있는 수백개의 각 섬 지방을 망라해 계절따라 갔던 곳도 여러 차례 다시 찾아가기도 했지요. 제법 오래 다녔지만 지금도 우리 국토에서 나는 처음 만나는 꽃들을 만나면 설레고 우리 꽃을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합니다.
우리 땅의 식물들은 대개 다른 나라 학자들이 찾아 기록했습니다. 1900년 전후부터 1940년이 넘어서까지 특히 일본인 나카이 박사에 의해 많은 식물들이 발견되고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 국민을 위해 우리 땅의 식물을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발표한 식물도감 류에는 서식 지명이 빠져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중요한 식물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나라 학자들이 하나하나 밝혀내고 있습니다.
우리 땅에 자라는, ‘우리 식물’이라 일컫는 종은 남북한 합쳐 약 4,500여 종이 됩니다. 외국에서 반입되거나 날아들어온 것 등도 2천여 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풀과 나무 모두 합쳐서 약 6천여 종이 자라고 있으며 이중 70퍼센트는 남쪽에서 자라고 나머지 약 30퍼센트 정도는 북한지방에서 자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일본 학자들의 기록을 자세히 보며 오랜 세월 동안 이들 야생화의 생활상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은, 긴 세월이 지나면서 종 간의 변이종 등이 생겨났고, 또 일본인들이 발견하지 못한 꽃이 제법 많다는 것입니다. 또 종이 너무 귀해서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어 아직 찾아볼 꽃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 야생화들은 지역 전설과 얽힌 이야기 품고 있어”
야생화들도 이 땅에 사는 우리 민족과 같이 살면서 민족의 성향을 닮아가는 듯 보입니다. 봄이면 길가에 오순도순 모여 피는 제비꽃, 구슬봉이, 민들레, 할미꽃, 노루귀,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등 작은 꽃들이 먼저 햇볕을 받아 꽃이 필 때까지 주변의 큰 풀이나 나무들은 이들 작은 풀들이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드디어 작은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면 큰 나무들은 이제 나도 꽃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겠다는 듯 일제히 꽃을 피웁니다. 서로 양보하고 작은 것을 배려하는 성품이 우리 민족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또 우리 꽃들은 대개 작으며 색깔이 연분홍, 연한 자주색, 연노랑 등 중간 색깔이 많습니다. 이들 작은 우리의 야생화들은 그 지역의 사람이나 전설 등과 얽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외국 꽃들은 대개 줄기의 키와 꽃잎이 큽니다. 요즘 외국 원예종 꽃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서구 쪽의 식물들은 원래 색깔이 뚜렷하고 커 우리 꽃처럼 귀여운 맛이 없습니다. 늘 꽃을 찾아다닐 때마다 우리 꽃이 우리 민족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래 들어 전국 각 지방마다 많은 공원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화의 입장에서 보면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야생식물들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야생화도 그 지역의 기후 또는 특성을 가려야 합니다. 남부지방 야생화를 중부지방 약간 높은 곳으로 옮기면 가꾸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남부지방 따스한 곳에 자라는 식물을 중부지방으로 옮겨 심으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원래 살던 그 자리를 더 잘 보전해 주는 방법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국의 산과 들에 피어 있는 야생화는 아름답습니다. 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촬영한 사진이 150만 컷이 넘더군요. 이들의 삶과 모습을 털끝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종을 분류하거나 그 식물의 특징을 찾아내 봅니다.
이 일은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즐겁고 설렙니다. 지금도 인왕산의 산가막살나무, 덜꿩나무, 팥배나무 열매가 단풍잎 사이에서 붉게 익는 것을 최대한 접사해 찍은 사진을 봅니다. 늘 보던 모습이고 매년 만나는 나무이지만 또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갑습니다. 꽃은 이렇게 보는 건가 봅니다.
글과 사진·김태정(한국야생화연구소장)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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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