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 서울 광진구 광양중학교에 다니는 최시현(15·가명) 군은 학교생활에 불만도 많고 학업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초 우연히 학내 탁구 리그전 선수로 참여하면서 최 군의 학교생활은 물론 성적도 달라졌다.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 시원하게 휘두르는 스매싱 한번에 공부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어울리기 힘들었던 친구들과 웃고 지내면서 공부하는 재미도 알아가고 있다.
# 서울 중랑구 혜원여자중학교의 조동호 체육교사는 “방학인데도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 학생들과 함께 ‘플로어볼’ 훈련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방학 중 소집일에도 안 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런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고 말한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한 뒤로 교내 폭력사건도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2014년에는 신입생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선수를 조금 더 선발할 예정”이라며 스포츠클럽 종목을 점차 늘리겠다고 말했다.
학교체육이 달라졌다. 체육수업은 그동안 국어·영어·수학 등 입시공부 대비 ‘노는 시간’으로 불리며 교과목에 어울리지 않는 대우를 받아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공약이 실현되면서 체육교육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교육부문 대선공약에 ‘학교체육 활성화 계획’을 포함시켜 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체육활동은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과 가치관 정립에 매우 중요하다. 체육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사를 우선적으로 확보해 배치하겠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위해 학교체육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6월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이다.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의 주요 내용은 ▶2017년까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원 배치 ▶중·고교 체육수업 확대 ▶여학생 체육활동 강화 ▶스포츠클럽과 클럽팀 리그 운영 등이다. 체육수업 확대를 통해 비만율을 낮추고 학생 때부터 체력을 관리해 사회적 의료비용 감소와 함께 ‘팀’이라는 유대감을 선사해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최의창 교수는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을 두고 “정부가 학교체육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채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체육수업확대로 인해 학교는 다시 한 번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학교폭력 10건 넘던 학교가 ‘0’건으로 줄어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 하반기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심각한 학내 문제인 학교폭력 감소에 스포츠클럽 활동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구로구 개웅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1학기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10여 건에 달했다. 하지만 2학기부터 축구와 농구, 티볼 종목으로 학교 리그전을 자체 실시한 결과 같은 학기에는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김대인 교장은 “교내 스포츠클럽 리그전은 전교생 980명 가운데 92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흡연이나 교내 질서 문란으로 적발되면 개인은 물론 팀 자체가 없어지도록 교칙을 정했다. 처음 운동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더 많은 경기를 펼치고 연습하기 위해 서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 개웅중 오민수(15·가명) 학생은 “친구들이 한 종목씩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각자 잘하는 종목이 생겼다”며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각자 자신만의 특기가 있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 무시하는 경향이 없어져 다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열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참가한 1만5,389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체육 활성화를 통한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
대한체육회와 서울시 교육청이 진행한 ‘체육활동 확대에 따른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친구 관계가 개선됐다’(85.2퍼센트)거나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83.7퍼센트), 부‘ 모님과의 관계가 개선됐다’(58.5퍼센트)고 답했다. 체육활동 시간과 비례해 학교생활 만족도가 증가한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참가한 서울 서운중학교 야구클럽의 조준호(14·가명) 학생은 “이기는 재미를 알고 나니 고된 연습조차 하나도 힘들지 않다. 앉아서 공부만 할 때는 배가 잔뜩 나와 친구들이 ‘덩치’라고 놀리고 어울리기 힘들었다. 지금은 배가 쏙 들어갔다. 이제는 오히려 큰 덩치로 포수를 든든하게 맡아주니 친구들이 믿고 좋아해 준다. 앞으로 더 많은 종목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을 맞아 학교체육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추가 방안도 학기 시작과 동시에 시행된다. 교육부 유은종 인성체육예술과장은 “초등체육 전문 강사 선발 과정을 서둘러 진행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매년 800여 명의 전담교원을 선발해 2017년에는 5,898개의 초등학교에 100퍼센트 배치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통해 체육 활성화, 전문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과후 스포츠활동 확대 및 지역 프로스포츠 팀과 연계한 이벤트를 통해 여학생들의 체육 관심도를 높이고, 방학 스포츠캠프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김상호 기자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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