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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대중이 쉽게 예술을 접할 기회 생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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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매월 마지막 수요일이면 국민 모두가 쉽게 공연이나 전시를 접할 수 있다. 1월 29일부터 처음 시작된 ‘문화가 있는 날.’

이날만은 각종 문화시설을 무료로 관람하거나 할인받을 수 있다.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66) 씨를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만났다.

1970년 영국 런던에서 데뷔해 세계인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정 씨는 정명화(70) 첼리스트와 마에스트로 정명훈(61) 피아니스트와 함께 ‘정트리오’로 불리며 세계 클래식계의 한류를 이끌었다.

정 씨는 2005년 갑작스런 손가락 부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1년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로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이후 자선 음악회 및 지난해 가을 아시아투어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이며 올해 ‘제8회 대원음악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씨의 집은 아늑했다. 미술품들로 가득했고 그의 연주실에는 바흐의 악보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 씨는 요즘 누구보다도 예술인으로서의 큰 사명감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음악인으로서 주어진 6년의 (공백) 기간 동안 그 시간을 뛰어넘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내가 살면서 참 많은 복을 누렸구나’ , 그러면서 제가 배운 예술을 후세들에게 어떻게든 돌려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커졌어요.”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교육’을 강조했다. 현재 그는 미국 줄리아드음대 교수, 이화여대 음대 석좌교수로 후학들을 양성 중이다. 정 씨 가족의 어린 시절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다. “어머니(2011년 작고)가 음식점을 하시면서도 음악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셨어요. 우리 7남매는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홍난파 시를 읊고는 했지요. 문화가 일상이 된 삶이었어요. 동네에서 유명한 다방을 밤에 몰래 빌려두셔서 남매들 모두 그곳에서 연주했어요.”

그는 아직도 음악 교육을 학습으로 여기는 한국 문화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음악에도 ‘성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음악은 성숙해지는 거지 성공과는 관련이 없어요. 그런 교육으로 감정이 어떻게 풍부해질 수 있겠습니까.”

“예술교육은 일상에서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중요”

그러면서 음악세계마다 다양한 색채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 어떤 그림도 자연 자체를 따라갈 수 없듯 사람마다 타고난 색깔이 있어요. 자연스러운 본인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특별한 예술 교육보다 ‘문화가 있는 날’처럼 일상적으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 씨는 지금도 일상을 예술처럼 산다. 연주 일정이 없을 때는 책을 읽고 그림 전시를 보고 애견 두 마리를 기르며 소소한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의 예술적 감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연주는 “샘 솟아오르는 격정이나 깊은 슬픔, 혹은 마음의 움직임이나 풍부한 서정이 생생하게 비쳐져 극히 절실하고 물리칠 수 없는 호소력이 되어 마음을 파고든다.”

정 씨는 “예술적 감성은 절대 한순간에 생길 수 없다”며 “직접 귀로 확인하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껴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예술세계는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 고흐의 작품을 보세요. 초기 어두침침했던 그의 작품이 남프랑스에서 후반부를 보내면서 얼마나 평온하고 밝아졌는지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서 자극을 받으며 충분히 생각하고 흡수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가 있는 날’ 시행이 정 씨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올 법도 하다. 그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에게 예술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니까요. 좋은 클래식 공연들도 부담없이 접하게 되면, 아이들은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보고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동생 (정)명훈이도 이런 변화에 기여하기 위해 (서울시립교향음악단 예술감독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언니(정명화)와 저도 그런 발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경화 씨 자매는 2010년부터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정 씨는 예술을 대하는 우리들 또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에 솔직해지고 열려 있어 한다는 말이다. 그는 유럽의 예를 들었다. “무대를 마치면 유럽의 관객들은 기립 박수뿐 아니라 펑펑 울기도 해요. 아주 순수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예술을 흡수하는 방식 자체가 열려 있는 것입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 그 무게감이나 진실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역사 등 인문학과도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예술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술과 건축에도 관심이 많아요(그를 만났을 때 손에 들려 있던 책도 미술에 관련된 책이었다). 얼마 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갔었어요. 그 창의적인 작품들을 보다 보면 엄청난 영감을 얻습니다.”

정 씨는 올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8월에는 아프리카 르완다에 가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9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12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데뷔한 곳에서의 공연이라 의미가 크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변함없는 듯했다.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결코 손에서 현을 놓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그는 활짝 웃으며 덧붙였다. “아직도 마음은(처음 유학을 갔던) 열세 살 그대로인 걸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해맑은 미소였다.

글·박지현 기자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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