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소치에서 한국 썰매의 깜짝뉴스 예고에는 단연 봅슬레이가 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남자 4인승 종목만 출전했던 한국 봅슬레이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녀 2인승, 남자 4인승 등 3개 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중심에는 대표팀A의 파일럿(조종하는 역할) 원윤종(경기연맹)이 있다. 원윤종은 지난해 3월 열린 아메리카컵 남자 2인승에서 전정린(강원도청)과 짝을 이뤄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서영우(경기연맹)로 파트너를 바꾼 원윤종은 아메리카컵 남자 2인승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는 4인승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원윤종은 아메리카컵 2013~2014시즌 최고의 파일럿으로 선정됐다.
원윤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남자 썰매대표팀은 아메리카컵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남자 2인승, 4인승에 2개 조나 출전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30대 주부 선수 김선옥(서울연맹)과 대학생선수 신미화(삼육대)가 짝을 이룬 여자 2인승이 한국 썰매 사상 첫 여성 참가자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

스켈레톤에서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윤성빈(한국체대)의 성장이 눈부시다. 윤성빈은 지난해 11월 열린 아메리카컵 3~5차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더니 지난해 12월 6~7일까지 오스트리아 이글스에서 열린 2013~2014 대륙간컵 1·2차 대회에서는 잇달아 2위에 올랐다. 이어 올해 초 대륙간컵 3차 대회에서는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륙간컵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것은 처음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켈레톤에 참가했던 조인호 코치는 “성빈이를 보고 여기저기서 ‘어메이징(Amazing·놀랍다)’이라는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어떤 사람들은 성빈이를 보고 거침없이 달린다 해서 ‘호스(Horse·말)’라는 별칭도 붙여줬다”며 활짝 웃었다.
2012년 9월 처음 국가대표가 된 윤성빈은 썰매에서 깜짝 메달을 노릴 기대주로도 꼽히고 있다. 강 부회장은 “20년 동안 여러 썰매 선수를 봐왔지만 윤성빈 같은 선수는 처음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선수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만하다”고 말했다.
루지도 남녀 싱글(1인승), 남자 더블(2인승), 팀 릴레이 등 소치동계올림픽 4개 전 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루지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1일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 3차대회 팀 릴레이에서 8위에 올랐다. 남녀 싱글, 남자 더블 종목이 이어 달리는 방식으로 치르는 팀 릴레이 종목에서 세계 톱10에 진입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팀 릴레이에서의 선전 덕분에 국제루지경기연맹(FIL)은 한국에 올림픽 루지 전 종목 출전권을 부여했다.

정식 트랙 없음에도 순수한 땀으로 쾌거 이뤄
이 같은 한국 썰매의 성과는 말 그대로 놀랍다. 등록 선수가 수십 명에 불과하고 마땅한 정식 트랙이 없는데도 순수하게 선수들의 노력과 땀 덕분에 이룬 쾌거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발굴됐다. 다른 종목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전향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예 일반인이었던 선수도 있었다. 윤성빈이 처음 썰매를 탄 것은 2012년 7월이었다. 그는 이전까지는 엘리트 체육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었다. 원윤종도 2010년까지는 입시 체육을 배워 대학 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체육교사를 꿈꿔왔던 일반인이었다.
여자 봅슬레이의 김선옥은 2008년까지 육상 단거리 선수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3년 동안 운동을 쉬고 있었다. 루지 대표팀의 조정명(대한연맹)은 축구 선수 출신이고, 성은령(용인대)은 태권도 선수였다.
썰매 선수가 되기 위한 어려움도 뒤따랐다. 선수들은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썰매에서 버텨내는 힘과 가속도를 이겨내기 위해 몸무게를 늘리는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썰매 선수들은 모두 하루에 8~10끼씩 식사하며 체중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
루지 선수들은 눈이 없는 여름에 보드에 바퀴를 달아 비탈진 아스팔트에서 경기 감각을 익혔다. 이런 힘든 여건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 선수들은 과감히 몸을 던지며 훈련에 집중해 왔다.

스타트 훈련장 준공이 썰매의 기술적 성장 원동력
기술적으로 한국 썰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트 훈련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썰매 개척자’ 강광배 부회장은 지난 2010년 8월 강원도 평창에 스타트 훈련장을 준공했다. 선수 생활 때 겪은 고충을 후배들이 대물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문에 썰매 경기장보다 먼저 스타트 훈련장을 만들 것을 꾸준하게 제안했던 것.
강 부회장은 “썰매 종목의 90퍼센트는 스타트에서 좌우된다.
좋은 레이스를 펼치고도 스타트 기록이 좋지 않았던 게 내게는 큰 한이었다”면서 “얼음에서 하는 건 아니지만 롤러 형태로 된 스타트 훈련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선수들의 기록도 그만큼 좋아졌다”고 말했다. 썰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를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한국 썰매의 스타트 능력은 세계 톱10 수준으로 올라섰다.
체계적인 훈련도 한몫했다. 루지는 독일 대표선수 출신인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가 지난해 8월 영입된 뒤 전문적인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고 9월부터 두 달 동안 노르웨이·독일 등에서 체계적인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또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캐나다 등 북·중미 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포인트를 쌓고 충분한 실전 경험을 했다.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지원도 많아졌다.
2010~2011년에 봅슬레이 대표팀을 후원한 롯데백화점은 루지 대표팀에도 최근 후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1년부터 루지 2인승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년부터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메인 스폰서로 지원했고, 아디다스코리아·KBC헬멧·삼성 갤럭시 등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표팀을 돕고 있다.
“2018년 평창을 위해 이번에 10위권 진입”
소치 올림픽에 출전할 썰매 종목 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처녀 출전이다. 1998년 루지, 2002·2006년 스켈레톤, 2010년 봅슬레이로 올림픽에 출전한 강 부회장은 후배들을 향해 “마음을 비워라. 물 흐르듯이 타라. 욕심을 버려라”는 세 가지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강 부회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최종 목표로 삼고 이번 올림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는 “목표가 올림픽 출전에만 머물면 안 된다”면서 “중요한 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2018년 메달 획득의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적어도 이번 올림픽에서 10위권에는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각오도 다부지다. 입문 1년 9개월 만에 국제대회 정상에까지 오른 윤성빈은 “스켈레톤은 이제 내 몸의 일부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 한 단계씩 천천히 올라가면서 나중에 더 큰 일을 저질러보겠다”고 말했다. 원윤종은 “다른 강국들도 있지만 우리만의 스타일이 있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글·김지한(일간스포츠 기자)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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