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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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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 홍명보 감독이 최강희 전 감독으로부터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 벌써 100여 일이 지났다.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향해 출항한 홍명보호는 여덟 차례의 시험을 치렀다. 성적표는 2승 3무 3패, 9골을 넣고 8골을 실점했다. 경기 결과만 고려했을 때, 썩 칭찬받을 만한 성적은 아니다.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인지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10월 12일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가 끝난 뒤에는 ‘태권 축구’ 논란도 제기됐다.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은 약 200여 일.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홍명보호를 향한 지금의 시선은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 좀 더 넓고 큰 시각으로 바라보면 홍명보호는 우여곡절 속에도 똑바로 나아가고 있다. 점차 체계가 잡히고, 색깔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성장통’은 당연했으며, 본디 기다림이 필요했다.

지난 6월 홍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당시 한국 축구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지만,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를 치를수록 내용은 엉망진창이었다. 색깔도 잃어버렸다. 내분설, SNS 논란 등 대표팀 내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하나씩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하나의 팀’을 강조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선수들을 바로잡았다. 대표팀 소집 시 정장으로 복장을 통일하고,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정문부터 걸어서 들어오게 했다.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지시였다.

홍 감독의 카리스마 속에 풍파를 겪던 대표팀은 점차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한 선수는 “홍 감독님이 부임하시면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단번에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홍 감독은 ‘한국형 축구’를 외쳤다. 공간과 압박으로 대변됐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조이면서, 공간을 뚫어 골을 넣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팀을 만드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홍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호주, 중국과 0-0으로 비겼고 일본에 1-2로 졌다. 1승도 거두지 못했고 득점도 단 한 골에 그쳤다. 8월 14일 치른 페루와의 평가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저조한 득점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홍 감독은 꿋꿋했다. 흔들림 없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대로 그렸다. 그러자 조금씩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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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내부경쟁… 윤곽 드러나는 베스트 11

지난 12일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에 패하긴 했지만 거칠게 상대를 모는 장면은 퍽 인상적이었다. 배움과 함께 자신감도 장착했다. 15일 대표팀은 말리를 3-1로 꺾었다. 홍 감독 부임 이후 첫 역전승이었다. 이청용(볼튼)은 “하나로 뭉쳤기에 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2012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함께 일군 ‘홍명보의 아이들’을 대거 발탁하면서도 새 얼굴을 호출했다. 그동안 축구대표팀에서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던 이들도 다시 불렀다.

수많은 선수들이 파주NFC에 소집됐고, 홍 감독은 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동아시안컵에서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켰다. 기자들 사이에서 홍 감독 부임 이후 베스트 11을 맞히는 게 가장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내부 경쟁도 치열했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선발기준이라면서 ‘결정된 주전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9월부터 유럽파를 소집하면서도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주전이라는 소신을 지켜왔다. 유럽파는 곧 주전이었던 과거와는 분명 달랐다. 박주호(마인츠), 윤석영(QPR), 지동원(선덜랜드)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홍명보호의 베스트 11이었는데 이제는 서서히 틀이 잡히는 모양새다. 나름대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과 말리전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베스트 11 가운데 두 자리만 바꿨다. 공격적인 부분을 집중 점검하겠다면서 손흥민(레버쿠젠)과 이근호(상주)를 선발 출전시킨 게 유일한 변화였다.

허리와 뒷문도 그대로였다. 여기에 축이 생겼다. 특히 기성용(선덜랜드)이 합류하면서 허리는 더 튼튼해졌다. 경기 운영의 묘도 살아났다. 여기에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떠올랐다. 수비 라인은 ‘동갑내기’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중심축을 형성했다.

큰 틀은 잡혔다. 9월까지만 해도 구자철(볼프스부르크) 활용법을 두고 고심했지만 교통정리는 끝났다. 구자철은 공격형으로, 기성용은 수비형으로 고정했다. 측면에는 이청용, 손흥민, 김보경(카디프 시티)이 버티고 있다. 원톱 부재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지만, 박주영(아스날)이라는 마지막 열쇠를 품에 안고 있다. 박주영이 가세한다면 더욱 짜임새를 갖게 될 터다.

브라질전과 말리전을 통해 진화한 홍명보호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월드컵 본선 전망도 밝아졌다. 지긴 했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펼친 조직적인 수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젊은’ 홍명보호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 2014브라질월드컵 조추첨 행사는 12월 7일 오전 1시 브라질 바이아주의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열린다.

글·이상철(MK스포츠 기자)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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