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타짜> <식객>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66) 화백이 모바일(카카오 페이지)에서 만화를 유료(월 1천원)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허영만 화백은 “한국 만화의 미래를 위해 최고참인 내가 총대를 메고 콘텐츠 유료화에 도전한다”고 했다.
그는 1966년 <집을 찾아서>란 작품을 시작으로 <타짜> 등 100여 편의 연재만화를 그렸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그림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젖줄이었다. <타짜> <식객> <각시탈> <미스터 손(날아라 슈퍼보드)> <비트> <아스팔트 사나이> 등 20개가 넘는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의 원작이 그의 만화다. 그가 만든 콘텐츠에서 나온 매출 합계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모바일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며 “실패하면 모든 연재를 중단하고 작업실을 닫겠다”고 했다.
“인터넷 포털과 출판업계에 한 달 연재료로 3천5백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사람들은 개인 허영만이 그 돈을 받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내 만화는 공동작업의 산물입니다. 우리 팀은 7명입니다. 알다시피 <식객>은 사진이 들어간 만화죠. 사진 찍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채색 작업에도 손이 갑니다. 내가 한 푼 안 가져가도 한 달 작업실 운영에 3천5백만원이 필요합니다.”
과거 그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스포츠지들은 이제 그만한 돈을 쓸 여유가 없다. 포털과의 경쟁에서 밀려 힘이 빠졌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스포츠신문을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예전 지하철에서는 스포츠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본다.
현재 문화 권력 혹은 문화 경제의 중심인 포털은 공동작업을 하는 허 화백에게 다른 사람과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포털 다음에서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연재했습니다. 다음은 내게 특별대우를 했어요. 다른 만화가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돈을 받았지만 그래도 월 1천만~2천만원 적자가 났습니다. 제대로 만화를 그리려면 팀을 유지해야 합니다. 전쟁 난 뒤 군인을 모집하면 늦어요. 또 늘 전쟁 상황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 최고의 콘텐츠 제작소인 허영만 작업실은 약 2년간 매달 몇천만원씩 적자를 봤다. 허 화백은 인쇄만화 시대가 끝나고 인터넷 만화 시대가 올 때 만화가들이 실수를 했다고 본다.
“돈 몇 푼 받고 만화를 무제한 무료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선 만화가 공짜라고 생각합니다. 공들여 고급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매달 최소 수천만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포털은 콘텐츠 공급 대가로 수천만원을 주지 못합니다. 제대로 작품을 만들려면 포털과 일할 수가 없습니다.”

“포털과는 일 못해… 스마트폰서 승부 볼 작정”
PC와 인터넷, 포털 시대가 오면서 공짜가 아닌 콘텐츠는 설 곳을 잃었다. 우리 사회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 만든 고급 콘텐츠를 소화할 수 없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PC 대신 스마트폰에서 다시 승부를 볼 작정을 했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난 4월 9일 콘텐츠 판매장터 카카오 페이지를 시작할 때 <식객2>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4만 명이 보면 카카오에 줄 수수료(매출의 50퍼센트)를 주고, 부가세 내고 작업장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선 독자들이 돈을 내지 않지만 모바일에선 다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 <식객2>가 카카오 페이지 매출 6위입니다. 아직 초기라 성패를 말하긴 이르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원래 마른 편인 그의 몸무게가 4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뼈에서 국물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만화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직원들 급료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후배들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 잘나간다는 인터넷 작가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압니다. 내가 성공하면 후배들도 모바일에 도전하겠죠. 또 포털이 만화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만화로 ‘떼돈’을 벌지는 못해도 먹고살면서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했다. 허 화백은 <식객>보다 <식객2>가 더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식객>은 흑백이지만 <식객2>는 컬러입니다. 흑백으로 음식의 맛을 표현하기는 너무 어려웠어요. 우리가 그린 만화를 보고 우리가 입맛을 다십니다. 쏟아부은 노력과 정성이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허 화백이 그린 만화의 주인공은 여러 번 달라졌다. 얼굴도 성격도 다르다. 보통 같은 만화가가 그린 주인공은 늘 비슷한 성격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TV를 봐도 연예인들이 ‘캐릭터 잡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 한번 만든 캐릭터는 바꾸기 힘들다. 새로운 캐릭터로 과거 이상의 인기를 누리기도 힘들다. 그러나 그는 과거를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성공을 거듭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는 아직도 쉬는 날 가끔 만화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열정을 가진 허 화백은 반색하며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60대의 만화가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만화방을 찾는 오랜 독자가 반가웠나 보다.
글·백강녕(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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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