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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눈앞에서 즐겁게 자라는 우리 아이 지켜보는 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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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신동섭(40)씨는 직장을 그만뒀다. 사표를 내고 사무실을 나서는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그가 꿈꿔오던 삶에 한걸음 다가서는 발길이었다. 밝은 대낮에 집에 돌아온 신씨는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뛰놀던 아이들이 곤히 잠들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 그는 석양이 드리운 창가에 기대서서 이제 곧 시작될 귀농생활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삶의 여유가 무척이나 달콤했다.

“결혼한 지 6년 만에 첫아이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10년 넘게 잡지사 기자로 일하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일에 매여 숨 가쁘게 살다 새벽에 집에 들어와 쓰러지듯 잠을 청했습니다. 아이가 생기자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더군요. 세상의 중심이 아이로 바뀐 것이지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아이가 더 행복할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한 이유입니다.”

그는 단순한 삶을 선택했다.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장소는 파주로 정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아내의 직장과 가깝고 인근에는 숲과 산, 들판이 있어 자연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 부부 업무도 조율했다. 사회생활을 계속하기 원하는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아이를 직접 키우기 원하는 신씨가 육아를 맡았다. “집안일 가운데 식사만은 아내가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요리를 먹어야 한다고 우리 부부 모두 동의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책의 영향이 있었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일과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 때 경제적 비용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부부가 함께 벌어야 생활이 유지된다고만 생각했어요. 책을 통해 깨우친 점이 있습니다. 부부가 모두 바쁘다 보니 아이 돌봐줄 사람을 고용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다보니 씀씀이도 더 커지고요. 더욱이 아이가 자라는 시점에서 부모 역할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11년 신씨 가족은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를 실감한 이들은 당시 다섯 살이던 딸 은지양과 세 살인 아들 민수군이다. 동네 놀이터를 찾던 아이들에게 자연은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는 존재다. 게다가 아빠가 하루 종일 곁에 있어주니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영·유아는 근육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활동적인 아이일수록 건강하고 성격도 밝아진다는 것이지요. 아빠를 부르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눈앞에서 즐겁게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힘들어도 아이들 따라서 열심히 뛰어다녔지요. 덕분에 운동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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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출근한 뒤 아이들과 자연 속으로

신씨는 오전 7시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한 다음 아이들 손을 잡고 성미산이나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나뭇잎과 곤충, 물과 흙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신나게 논 다음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면 아이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낮잠 시간이다.

“제 꿈은 동화작가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잠든 아이들을 보며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구상하곤 했습니다.”

6시가 되면 집으로 향한다. 아이들과 함께 아내를 마중 나가기 위해서다. 반갑게 떠들며 집에 돌아오면 즐거운 저녁 시간이다. 8시 30분이면 침대에 누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취침 시간은 9시. 신씨가 아이들을 일찍 재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성장호르몬이 10시 이후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때 충분히 잘 자야 수면의 질도 높고 면역력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잠을 많이 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도 강해져서 성격도 밝아진다고 합니다.”

마포를 떠나 파주에 자리 잡은 지 3년이 지났다. 신씨는 이곳에서 삶이 복원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에게 힐링을 묻자 ‘복원’이라고 답한 이유다. 서울에서 숨 가쁘게 살았다.

하지만 정작 왜 살아야 하는지 답하지 못했다. 문화 혜택을 누리고 있었지만 정작 가족·친지와의 인간관계는 소원해졌고 사람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기만 했다. 아내와 여유 있는 저녁식사, 갓 태어난 아이 얼굴을 바라보는 일조차 버거웠다.

“힐링은 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내 시간을 가지면서 삶이 복원되는 것을 느낍니다. 가족의 삶도 같이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매일 숨넘어가게 살다가 이제 생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해가 뜨는 것과 지는 것을 눈으로 봅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고 만지며 느끼는 삶입니다. 꽃이 피는 봄과 낙엽이 지는 가을을 아이들과 함께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신씨는 가장 큰 힐링은 가족 관계의 복원이라고 말한다. 파주로 집을 옮길 때 신씨는 텔레비전을 버리고 왔다. 저녁에 온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다. 게다가 텔레비전이 없어도 함께 놀 거리가 충분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가구나 장난감은 신씨가 직접 만들어준다. 그가 종이로 된 자동차, 나무로 된 테이블, 서랍장 등을 직접 만들어준 이후 아이들은 갖고 싶은 물건이 떠오를 때마다 “아빠 만들어줘!” 하고 주문한다.

“우리 집에 놀러온 지인들이 선물한 장난감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남감을 사준 일은 없습니다. 사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은 금방 질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장난감이 필요하지요. 자연은 물·흙·나뭇잎 등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가지고 놀 수 있는 진정한 장난감을 제공합니다. 언제 가지고 놀아도 새로운 놀이가 가능한 진짜 장난감인 것이지요.”

신씨는 “지금 살고 있는 방식이나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부모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학원에만 보내거나 온갖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기본적인 보살핌을 충분히 해주는 게 멀리 보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을 때려치운 다음 아이들을 직접 키우며 전원생활을 즐기는 일은 도시의 직장인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이에 신씨는 “기존 제도를 벗어날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회사 나오면 뭘 할지 눈앞이 캄캄하지요. 하지만 어디나 할 일은 있습니다. 수입이 줄어 걱정이 되지요. 소비를 줄이고 남는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그대신 얻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을 제가 필요한 일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앞날을 구상하며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풍족해집니다.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생활비를 팍 줄인 전원생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아내 조민희(41)씨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조씨는 남편이 처음 귀농 이야기를 꺼냈을 때 펄쩍 뛰었다고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었다. 생활방식을 바꾸는 일부터 아이 교육 문제까지 걸리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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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설득에 5년… 동화작가의 꿈도 키워

신씨가 아내를 설득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계속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라는 점을 조씨가 받아들이자 신씨는 회사를 퇴직했고, 가족은 서울을 떠났다. 그리고 조씨는 서울에 비해 여러모로 불편한 시골의 삶을 견디며 힘든 기색 없이 남편을 지원했다.

신씨는 아내의 직장이 있는 파주 출판단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집을 구했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조씨가 일하는 사계절출판사 앞 언덕은 신씨 남매가 자주 찾아와 뛰노는 놀이동산이 됐다.

“아내는 전형적인 도시 여성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요. 백화점·극장·커피숍 등 문화시설 없는 곳에서 가족·친구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삶에 왜 스트레스가 없겠습니까. 그저 고맙고, 그래서 내일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신씨는 어린이농부학교의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말에 도시 아이들을 대상으로 농촌생활 체험을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하고 있다. 신씨도 꿈이 있다.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동화책을 집필하는 일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하며 경험을 쌓는 데에 어린이농부학교 선생님이 제격이다.

“저희 가족은 도시를 떠나며 행복을 찾았습니다. 삶 자체가 힐링이 됐지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내 부담도 덜어주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일을 할 수 있지요. 이곳에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동화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힐링이 되는 책을 만들어서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글·조용탁 기자 / 사진·신동섭

 

주말에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힐링 프로그램

전국 곳곳에서 가족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힐링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코레일 열차 여행

코레일이 운영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와 ‘백두대간협곡열차’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상품이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고 있으나 불편한 교통편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역을 이제는 빠르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 02-2678-1223

속리산 가족 힐링캠프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가 보유한 캠핑장비를 활용한 야영체험프로그램으로 야영장비에 대한 부담 없이 가족명상, 기마체험, 문장대 트래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 043-542-5267~9

인천부평문화사랑방 ‘가족연극시리즈’

인천부평문화사랑방이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연극공연 4편을 준비했다. 공연작품은 ▶이미지·음악 인형극 <소금인형> ▶가족감성인형극 <좁쌀 한 톨> ▶가족과 함께하는 어르신 포럼연극 <엄마, 나 셋째 생겼어> ▶부부연극 <문학을 들려주다> <빈처> 등이 있다. ☎ 032-505-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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