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농사일을 하다 보면 너무 너무 힘들어. 그런데 풍물 공연을 하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리는 거야. 예전에 마을 어른들이 일하다가 풍물 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시간에 쉬지’ 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이제야 알겠어.”
인천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 주민 황봉례(67)씨. 7월 10일 오후 양사면사무소 마당에서 양사농악보전회 회원들과 함께 한바탕 신나게 농악놀이를 한 뒤 풍물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연을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양사농악보전회 총무다. 양사농악보전회는 강화도의 전통민요인 열두가락농악을 되살리고 있는 강화군 내 지역주민들의 모임이다. 이날 양사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자치센터 기공식 축하공연은 열두가락농악의 하나인 파접놀이.
파접놀이는 모심기와 김매기를 한 뒤 즐기던 농악이다. 호적과 꽹과리·징·북·장구 등을 맡은 회원들이 강화도의 열두가락농악을 일정한 순서로 연주하는 동안, 농사짓는 모습을 재현하는 법고 춤꾼들의 흥겨운 춤사위가 이어졌다.
양사농악보전회는 1960년대까지 명맥이 이어져오다 사라진 인화2리 풍물패의 열두가락농악을 되살리고자 3년 전 황씨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으며 만들어졌다. 총무 황씨는 어릴 때 인화리에 살았다고 했다.
“어릴 때 풍물 하는 어르신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구경했지. 정월대보름 때에는 집집이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었는데, 어떤 집은 겉보리를 말로 담아 답례로 내주기도 했어.”
지역주민들의 열두가락농악 되살리기 노력에 힘을 보탠 사람은 인천무형문화재 제12호 강화용두레질소리 예능보유자 황길범(52·강화읍)씨다. 예능보유자 황씨는 약 15년 전부터 강화군 내 13개 읍·면을 돌면서 동네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우리 가락을 전수받아 2010년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일단 열두가락을 익혀야 놀이의 복원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열두가락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려드리기 시작했지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작한 ‘농어촌 신바람놀이 문화사업’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열의에 힘을 더했다. 신바람놀이 문화사업은 잊혀진 두레문화를 되살려 농산어촌 마을의 놀이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풍물단에게 부족한 악기나 전문 강사들의 강습을 지원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전국 풍물경연대회 잇달아 수상
양사농악보전회의 열두가락농악 복원사업의 경우 강사료를 지원 받았다. 자발적 노력에 강사의 열정, 정부지원에 힘입어 이들은 지난해 11월 충남 공주시에서 펼쳐진 전국농어업인
두레풍물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또 강화고인돌축제 등 여러 무대에서 공연도 했다. 올해에도 양사농악보전회의 열두가락농악 복원사업은 신바람놀이 문화사업 대상(전국 70곳)으로 선정됐다.
열두가락농악 복원사업의 가장 큰 기능 중의 하나는 지역주민들 간의 소통과 화합이다. 강화도 전 지역에서 모인 양사 농악보전회 회원 50여 명의 연령은 어린이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총무 황봉례씨처럼 평생 강화도에서 살아온 주민도 있지만, 초등학생 3학년·5학년 아들 형제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노창범(40·강화읍)씨처럼 귀촌인도 있다.
“서울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아이들 교육 때문에 3년 전 강화도로 이사 오며 어떻게 공동체에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작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풍물을 배우다 보니 주민들과 어울리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노씨의 장남 중수군은 상쇠를 맡고 있다. 기공식 축하공연에서도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뻘 되는 어른들과 동생 중보와 함께 신나게 상모를 돌리고 법고를 두들기는 모양새가 제법 풍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상모 돌리는 게 진짜 재미있어요. 어른들과 함께하니 예의도 배우고 좋아요. 앞으로 가족들과 세계여행을 할 계획인데, 가게 되면 가족공연을 하려 해요.”
황길범씨는 “요즘 사람들은 핼러윈데이 같은 서양 명절은 알면서도 정작 우리의 정월대보름 문화는 잊어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공연을 마치고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모습이에요. 먹고사는 문제에서 한걸음 나아가 이제는 즐겁고 행복한 삶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잊은 게 너무 많아요. 지금 풍물을 통해 그것을 되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옛 가락을 복원하는 목적은 잊었던 생활국악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문의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민족문화과 ☎ 02-3704-9452
한국전통연희단체총연합회 ☎ 02-979-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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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