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김동호(76) 문화융성위원장은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지난 8월 13일부터 9월 6일까지 광주·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9대 권역을 직접 발로 뛰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현장을 탐방하고 지역의 원로 문화인들과 지역 문화발전을 주제로 토론회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역 방문을 통해 자생적으로 문화가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현장을 목도했다”며 “1970년대의 문화진흥은 가난한 국가였기 때문에 국가와 경제가 문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국민 모두가 주체가 돼 문화가 경제와 사회를 이끄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전당 사장을 거쳐 문화부 차관을 지냈고,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창설 때부터 15년간 집행위원장을 역임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시켰다. 1970년대 국가 주도의 문예진흥을 위한 실무를 맡았던 그가 이제 다시 공직 사회로 돌아와 문화융성의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문화융성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지역순방을 하셨는데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역시 지방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화의 뿌리가 지방이라는 것도요. 전통적으로 내려온 우리 문화유산은 거의 대부분이 지방에 있잖아요. 지방문화가 하나의 토양이 돼 ‘문화’라는 나무가 자라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 전체가 울창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 문화운동이 어느 정도 잘 진행되고 있던가요?
“자생적인 문화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는 걸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문화가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산은 해운대구청을 중심으로 인문학강좌를 개최하는 등 인문학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고, 전북은 작은도서관·작은극장 등 작은 문화시설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문화운동이 서서히 점화되고 있더군요.”
10월 정부 주최로 전국적인 문화의 달 행사가 열립니다. 이러한 시민문화축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문화 행사가 열리는 건 이미 문화가 우리의 삶 속에,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는 뜻이죠. 동시에 일상을 탈출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판에 박힌 일상에서 나와 놀이를 하는 축제의 마당이니까요.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함께 어우러져 놀다 보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게 되고, 스스로 문화의 주체라는 걸 느끼게 되죠.”
1972년 문예진흥법 제정과 문예진흥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하셨는데 당시 어떤 일들을 하셨습니까?
“문화공보부(당시) 문화과장으로 주 임무가 문화예술진흥 장기계획을 만드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 재야의 문화인들을 직접 발로 뛰며 만나 문화예술 진흥에 대한 조언을 구했어요.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세미나도 개최했고요. 문화예술재단인 문화예술진흥원을 만든 것도 그때입니다.”
1970년대의 문예진흥운동과 지금의 문화융성은 그 의미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1972년 당시는 수출 1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천 달러가 목표였습니다. 그때는 국가 주도로 경제가 문화를 견인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만큼 국력이 약했던 시절이었죠. 문화예술진흥에 정부 예산을 쓰기가 어려워 5개년 경제개발 계획 속에 문화예술 진흥 예산을 포함시키려 노력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한국은 이제 수출 5천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도 2만2천 달러가 넘어 경제규모가 세계 15위가 됐기 때문에 문화 분야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국력이 생겼습니다. 경제가 문화를 견인하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문화가 경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하는 시기가 도래한 거죠.”
말씀하신 대로 국민들이 주체가 되는, ‘일상 속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융성위원회가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인데, 행복한 나라 순위는 41위라는 발표가 최근에도 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의 자살률도 늘고 있고요. 인성이 사라지고 지역·세대·계층 간의 갈등과 격차, 양극화가 일어나는 건 결국 건전한 문화의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걸 치유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문화 교육이 필요합니다. 보고 듣고 배우고, 스스로 그려도 보고 작곡도 해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의 주체가 되고, 일상 속에 문화가 스며들게 되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교육 환경, 문화 환경을 바꾸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문화융성위원회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뿐 아니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장관이 참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전 국가적인 문화 토양을 다지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10월 중 문화융성위원회 2차 회의가 잡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날짜는 아직 안 정해졌지만 10월 중 개최되는 건 맞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말할 순 없지만, 그동안 문화융성위원들이 도출해낸 자기 분야의 해결 과제를 발표하고, 지역 순방을 통해 취합한 의견을 공유할 생각입니다. 1차 회의 때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실천 과제가 그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10월 문화의 달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결국은 모든 국민 개개인이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10월 문화의 달이 국민 모두가 주체가 되고 객체가 되는 문화운동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박미숙 기자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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