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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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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가옥은 ‘트레비앙’입니다. 프랑스에서도 목조건축물에 대해 공부했지만, 한국 목조건축의 구조가 이렇게 정교한 줄은 몰랐어요.”

지난 4월 14일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 전통건축연구소. 조선 전통가옥 축소 모형이 가득한 이곳의 한 연구실에서 만난 외국인 학생 3명은 한국 전통가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의 조제프 푸리에 대학 토목공학과 3학년 학생들로 여학생은 쉬린느 퀴디 씨, 남학생은 알렉산드르 브루커와 앙투앙 기욤 씨다. 이번 학기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운영하는 인턴십에 지원, 지난 4월 7일 입국해 5월 30일까지 두 달간 전통건축학과 황종국 교수 연구실에서 전통가옥의 3차원 모델링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3차원 모델링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가옥의 부속품을 조립해 입체도면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머릿속 상상만으로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수백 개가 넘는 전통가옥 부속품 어느 하나라도 잘못 배치하면 전체 결과물을 망칠 수 있어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바로바로 연구소 옆 안국동 별궁을 찾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안국동 별궁은 이들이 3차원 모델링을 하는 실제 건축물이다. 원래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던 조선별궁인데, 일제강점기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2006년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발견된 것을 문화재청에서 3년간의 복원작업을 거쳐 2009년 한국전통문화대학 교내로 이전했다.

브루커 씨는 별궁을 보며 “정말 멋진 건물이다. 구조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흥미로운 목조건축”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학교 내 기숙사에 머물며 평일 오전 9시 황 교수의 연구실로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교환학생이 아니라 인턴신분이기 때문이다. 조제프 푸리에 대학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말 두 달간(4~5월) 기업체 인턴십을 운영하는데, 대부분 학생들은 프랑스나 인접 유럽국가 기업체 인턴근무를 택하지만 세 사람은 올해 새로 개설된 한국행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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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은 물론 한국에 대한 이해 넓히는 기회”

기욤 씨는 “지도교수가 한국 인턴십을 제안했다”면서 “한국을 여행했던 프랑스 친구도 한국행을 추천했다. 사람들이 친절하며 전통과 어른을 존중한다고 했다”고 선택 동기를 밝혔다. 퀴디 씨는 “(한국 전통건축을 통해) 목조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한국문화도 체험하고 기회가 되면 한국어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한국 생활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도 도우미를 배정, 통역에서부터 시작해 생활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돕고 있다.

이들의 통역을 도와주는 전통건축학과 대학원생 김연정 씨는 “사교성이 좋은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는 앙투앙은 운동장에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먼저 접근해 같이 축구를 하면서 금방 친해졌다. 지난 주말 한국 친구와 함께 세 사람을 데리고 서울 구경을 다녀왔다”고 귀띔했다.

퀴디 씨는 “서울의 경복궁에 가봤는데, 구조공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다. 홍대도 가보고 이태원도 가봤다. (용산)전쟁기념관에도 가봤다”면서 “전통건축 외에도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턴십은 황종국 교수 주도로 이뤄졌다. 황 교수는 “제자들에게 보다 넓은 길을 열어주고자 프랑스 대학과의 인턴십을 타진했는데, 프랑스 쪽에서 예상 외로 더 적극적으로 나와 먼저 인턴십 학생들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9월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산림과학원의 ‘목조건축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프랑스 조제프 푸리에 대학 토목공학과 롤랑 도빌 교수를 만나 목조건축 분야에서의 국제적 교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두 교수가 각자 소속 대학에서 교류를 중재, 같은 해 12월 두 학교 사이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후 도빌 교수가 인턴십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 7명의 명단을 보내왔고 황 교수는 이 중 성적과 적응력 등을 고려해 3명을 선발했다.

향후 프랑스 대학에서는 매년 인턴십 학생들을 보내올 계획이며,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도 올해 조제프 푸리에 대학 파견 인턴십 제도를 도입했다. 두 대학은 교환학생제도에도 합의해 상호학점을 인정하고 기숙사 지원을 하기로 했다.

다른 문화권과의 글로벌 교류는 한국전통문화대학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황 교수는 “조제프 푸리에 대학 학생들이 한국 전통가옥에 보이는 관심과 열정은 한국 학생들이 우리 전통건축의 글로벌한 가치를 새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은 이번 인턴십을 계기로 향후 유럽권과의 교류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대학은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권 국가 등 우리와 비슷한 전통건축 문화를 가진 국가와는 지속적인 교류를 해 왔다. 현재 교환학생제도를 통해 중국에서 3명, 베트남에서 3명의 학생이 들어와 공부하고 있으며,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각각 1명씩 교환학생을 보낸 상태이다.

2000년 개교한 국립대학인 한국전통문화대학은 현재 6개 학과를 운영하며 매년 140여 명의 신입생을 선발,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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