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
- 한글학자 주시경
“인간은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할 때 가장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 2008년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
언어는 사회의 얼굴이다. 개인은 물론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도구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로 꼽히는 한글은 한국인이 자부심을 느끼고 아껴온 문화유산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70호이자 199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한류 확산에 힘입어 해외에서의 한국어 학습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2007년 3개국 13개소이던 세종학당은 2013년 현재 51개국 117개소로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의 국어의식과 언어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우리 시대 언어의 자화상을 살펴보면 어려운 공공언어의 확산과 축약·변형으로 인한 국어의 오·남용,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비속어, 저속어와 폭력적 언어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범국민적인 언어문화개선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노력하며 우리말과 글을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 미국, 영국, 스웨덴 등 해외 각국은 자국어를 보호하고 쉬운 언어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는 바른 모국어 사용을 위해 ‘바-로리올법’과 ‘투봉법’을 제정했다. 제화·제품·용역의 명칭과 송장, 영수증에 프랑스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다. 폴란드는 상품과 서비스 명칭을 외국어로만 표기할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러시아는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고유어 지키기 운동을 벌여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9년부터 쉬운 언어쓰기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 운동은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정치·경제·의료 등 전 분야로 확산됐다. 미국도 쉬운 언어는 시민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1998년 쉬운 영어 사용규정을 마련했고 2010년에는 쉬운 글쓰기법, 2011년에는 ‘연방 쉬운 언어 지침’을 마련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쉬운 글쓰기 행동 및 정보 네트워크’라는 조직도 출범시켰다. 모국어의 중요성과 쉬운 언어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정책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바르고 고운, 품격 있는 언어의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을 계기로 범국민 언어문화개선운동을 추진한다. 사용자의 국어의식을 일깨우고 다양한 담론으로 국민 스스로 바람직한 언어문화를 선택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공공부문은 문체부를 중심으로 전 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민간부문은 2014년 1월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연계해 국어, 방송언론, 문화예술, 교육, 시민단체 등 각 관련 분야별 단체 및 기관과 함께 구성한 범국민연합을 발족할 계획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연계해 범국민연합 발족
문화융성의 토대로서 우리말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도 마련한다. 국어기본법을 개정해서 공문서에 보다 쉬운 언어를 사용한다. ‘국어책임관’을 보좌하는 ‘국어전문관’이라는 직책도 생긴다. 쉬운 공공언어 인증제도 준비했다. 이는 각종 문서 및 서식에서 쉬운 언어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기준에 부합하는 문서에 특별표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중앙행정기관은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를 구성해서 각 분야의 전문용어 표준화를 추진 보급할 계획이다.
언어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송·인터넷 언어를 개선하는 기능도 활성화한다. 방송언어 지침을 마련해서 품격 있는 언어사용을 유도하고,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선플(악플의 반대 개념)운동’ 등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언어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보급한다. 청소년 언어순화 자막고지 홍보물을 제작 방영하고 방송·인터넷에서의 언어생활 자가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한다.
문체부는 지난 11월 국민의 언어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말과 글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분야별 토론회를 열고 범국민연합을 구성할 예정이다. 공익광고와 기획보도, 기획사업을 공모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국어정책과 김혜선 과장은 “바르고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을 통해 한국 문화가 한층 성숙해지며 국민이 한글을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조용탁(이코노미스트 기자)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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