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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엄마 아빠 아기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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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되자 강정민(36)씨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바나나를 썰어 그릇에 담기 시작한다. 만 16개월 된 아들 태연이에게 줄 간식이다. 바나나를 다 먹은 아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블록 쌓기 놀이를 하자며 강씨를 이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기저귀를 간 뒤 아이를 안고 아파트 단지 주변을 한 바퀴 산책한다. 아이를 돌보는 여느 전업주부와 다름없는 일상.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강씨가 엄마가 아닌 아빠라는 것이다.

IT업체에 다니는 강씨가 1년 육아휴직을 시작한 것은 올해 1월이다. 아내가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6개월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할 시점이 되자 돌도 안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주변의 맞벌이 부부들 대부분은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 양육을 맡기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아이엄마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강씨 부부는 사정상 양가 부모님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일을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그때 강씨가 제안을 했다.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느니 내가 직접 키워볼게. 육아휴직을 내면 되지.”

남성 근로자도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과 직장에서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휴직계를 내는 아빠는 드물다. 강씨가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할 때 부모님들도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강씨가 육아에 전념한 지 이제 8개월째. 강씨는 자신의 결정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남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고 제가 직접 키우니까 안심이 되죠. 아이가 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요.”

강씨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와 놀아주다가 출근하는 아내를 아이와 함께 배웅한다. 아침을 먹은 뒤 놀이터에서 놀거나 산책을 하고 낮잠을 잔다. 점심과 간식, 저녁을 챙겨 먹이고 목욕까지 시키면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직장생활 못지않게 고된 육아지만 후회는 없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고 아내는 직장생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아예 그 사실을 모르거나 휴직을 할 엄두조차 못 내는 아빠가 대부분이죠. 남자들도 육아에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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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육아휴직 남성 1,790명… 아직은 3퍼센트 못 미쳐

출산 후 육아 문제로 사회생활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 여성 근로자가 많다. 한 지자체 여성인력개발원이 올해 4월 경력단절여성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력단절의 이유에 대해 “육아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5퍼센트를 차지했다. “자녀를 양육할 시설이나 사람이 부족해서”라고 답한 사람도 11퍼센트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경력 단절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육아 문제를 거론한 셈이다.

3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을 다 채워 쓰더라도 엄마가 회사에 복귀할 시기 아이는 생후 만 1년 3개월에 불과하다. 이쯤 양가 부모님들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어려우면 근무 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육아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 보육 비용이 부담스럽고 남에게 아이를 맡기기가 불안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많다. 그러나 강씨의 경우처럼 아이 아빠가 육아휴직을 1년 한다면 워킹맘도 좀 더 안심하고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 남성의 육아를 보장해줌으로써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는 효과도 생기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근로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 2001년 2명의 남성 근로자가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208명, 2010년 819명, 지난해 1,790명으로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 근로자 중 남성의 비율은 여전히 3퍼센트조차 넘지 못한다. 스웨덴의 전체 육아휴직 근로자 중 남성 비율이 10퍼센트를 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최근 정부의 육아 관련 복지정책은 여성만을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부모 두 사람 모두에게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배우자 출산 시 남성은 무급 3일 휴가만 낼 수 있었는데, 지난해 8월부터는 최대 5일(3일 유급, 2일 무급)로 늘었다.

육아휴직 대상자는 2008년부터 만 6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부모로 확대됐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 번갈아 1년씩 각각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월 50만원이던 육아휴직 급여도 2011년부터 통상 임금의 40퍼센트(최대 100만원)로 올라 경제적 부담 때문에 휴직하기를 망설이던 남성들에게도 문턱이 낮아졌다.

글과 사진·박미소 기자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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